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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y Mar 07. 2018

<호주생활> Go, Jony - 서른일곱번째

방송 이후

 방송 나간 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방송 잘 나갔어요?” 

“그래, 방금 봤다. 내용은 좋더라. 근데 니는 뭐 그리 일을 급히 하노?” 

이런 반응은 비단 아버지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조니님 무슨 쿵푸 배우셨어요?] 

[호주 청년 린넨 존나 빨리 갈더라 ㅋㅋㅋ] 

[야 니 청소 폴짝폴짝 뛰어다니면서 하네 ㅋㅋㅋㅋㅋ] 

인터넷 상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누리꾼들이 나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호주 청년이 말한 것처럼 유토피아는 없다.] 

[오늘 방송 출연자 분들은 대한민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인재들이십니다.] 

[특히 이자룡씨 에피소드가 감명 깊었다. 어린 나이에 저렇게 노력하는…….] 

게다가 방송 나간 후 나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지인들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개인적인 응원 글들이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 삼 일 정도는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물론 이런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는데 검색을 하다 <일베> 에서 방송에 대해 떠들고 있는 걸 보았고, 수백 개의 악플이 보였다. 

[씨발 ㅋㅋㅋ 저 나이 먹도록 통장에 300만원 못 모은 게 말이 되냐] 

[호주 가고 3개월에 270만원 ㅋㅋㅋㅋㅋㅋ 돈을 얼마나 낭비했노] 

[경기도권 공장만 가도 저거보단 많이 벌지 않냐] 

뭐 딱히 변명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당연히 일만 했으면 300이상 모았을 것이다. 난 대학 다니고 학원 다니고 개인적으로 공부할 시간 유지하면서 생활 될 만큼만 돈 벌며 살았다. 경기도권 공장 가서 2교대 뛰며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난 지금 주 40시간 안팎으로 일하면서 꼬박꼬박 저축하고 남는 시간에 영어공부 한다. 그들의 잣대에 비해 지금 난 훨씬 잘하고 있으니 그걸로 된 거다. 

방송 이후 나에겐 “무비 스타” 라는 별명이 생겼지만,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게다가 촬영 팀이 돌아가고 난 후 우리 호텔은 칼굴리에서 개최하는 약 일주일간의 국제 광업 회의, Diggers and Dealers 를 준비하느라 정신 없이 바빴다. 135개의 모든 방이 참석자들을 위해 예약되었고, 이틀에 한 번 이들의 린넨을 갈아줘야 했으며, 이 사업가들의 성공 비결이 아침식사였는지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들 먹어서 레스토랑 역시 새벽부터 분주했다. 

“보스 조니! 나 힘들어어~” 

“다 힘들어 다.” 

신입 다이안이 트롤리를 끌고 가면서 얼굴을 찌푸리며 칭얼댔다. 그녀는 스물 한 살에 아주 예쁜 얼굴을 가진 필리핀 여성인데, 매니저 가브리엘의 아내이다. 하우스키핑 멤버는 그동안 나가고 들어온 몇몇 사람들로 다시 이루어졌고, 난 나름 “짬”을 먹었다. 

“조니! 나 배고파! 나 피곤해!” 

“다 배고프고 피곤해 엄마.” 

심지어 매니저 로켈마저 시도때도없이 징징댔다. 난 이 일주일간 새벽 6시 반에 레스토랑에 출근 후 오전 8시 반까지 접시를 닦다가 하우스키핑 부서로 이동, 오후 3시까지 청소를 하고 다시 오후 6시에 레스토랑에 출근해서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일정을 소화해냈다. 

“셰프 비, 나 하우스키핑 갈게요.” 

“가긴 어딜 간단 말이야! 너 아니면 접시는 누가 닦으라고.” 

한 성깔 하는 태국 출신 셰프 비 이모가 소리를 빼액 질렀다. 

“아니 윌리엄이 시켰어요.” 

“주방은 내가 책임져. 못 가!” 

결국 총지배인 윌리엄이 왔다. 

“조니! 자네 어서 이동하게.” 

“윌! 이건 말도 안 돼! 어젠 조니가 가고 나서 내가 접시 닦았다구!” 

비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니깐 접시 닦을 사람이 필요하다 이거지?” 

“그래! 접시닦이 인력을 새로 넣어주던가 아니면 조니를 하우스키핑에서 빼!” 

윌리엄은 잠자코 듣다가 스스로 고무장갑을 꼈다. 

“조니, 내가 닦을 테니깐 넌 하우스키핑으로 빠지렴.” 

“아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너의 보스 The View on Hannans 의 총지배인 윌리엄의 지시다.” 

그렇게 난 하우스키핑으로 이동했고, 윌리엄은 정말 그 접시를 다 닦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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