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생각하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나면 뒤따라오는 파란 가을하늘을 금년에는 볼 수가 없었다. 강릉에서 시작하여 포항지역에 이르는 동해안의 검은 먹구름 떼가 제자리에 정체되어서 다른 곳으로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강릉 지역은 여름에는 식수가 부족한 이례적 가뭄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지금은 홍수로 뉴스를 타고 있다.
포항지역은 거의 두 달 동안 맑은 하늘을 안 보여 주었다.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체감하였다. 주말만 되면 비가 내렸다.
주말에 등산 약속이 있었는데, 비가 와서 산이 미끄러우니 위험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안전한 둘레길 걷기를 택하였다.
포항 오어사에는 호수를 중심으로 약 6km가 넘는 둘레길을 조성해 놓았다.
약간의 빗방울이 오다 말다 하였지만, 드넓은 호수는 나름 운치를 더하였다.
물의 수위가 높아져서, 호수 주변의 많은 나무들이 물에 잠겨 있었다.
덩달아 댐을 타고 내려가는 물의 양과 속도가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다른 지역에는 단풍이 한창인데, 포항지역은 두 달째 흐린 날씨에 비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기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금년 여름에 전국에서, 집중호우를 겪은 지역이 여러 곳이 있다.
예전에 내리던 비는 극단적 폭우는 없었는데, 집중 폭우는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뜻밖의 쥐 잡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쥐의 개체 수가 과거보다 20퍼센트 늘었다고 한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서 겨울이 짧아진 현상이라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 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바닷물의 수위가 상승하면서 남태평양의 여러 조그만 섬들이 물에 서서히 잠겨가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계속 물에 잠기고 있는 수도 자카르타를 이사할 준비를 계획하여 놓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바닷물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동해안에서 오징어 떼가 사라지고, 대신 적도지방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한반도 바다에서 발견되고 있다.
오징어가 사라진 어촌 마을에서는 경제적 하락으로 인한 어러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위기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왔다.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해도 경고에 대한 행동은 뒤따라주지 않았다. 인간의 굼뜬 행동에 대한 결과물이 지금 계속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어떤 국가의 리더는 기후위기라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파리기후변화 협약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하였다. 매우 이기적이다.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배불리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의 추세를 보면 이런 극우 성향을 보이는 리더들이 국가의 대표로 선출되는 경향이 많아 보이는 것 같다.
만약 모든 나라가 이렇게 간다면, 서로 간의 의리도 없고 오직 나만 잘살기 위한 극도의 경쟁체재 하에서 전쟁도 불사하고, 궁극에는 피차간의 멸망만 남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사건 사고는 설마 설마 하는 가운데에 일어나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회고하여 보면, 전쟁은 국민이 원하지 않아도 리더가 원하면 발생하였다. 아니 최근의 예를 보더라도 유럽에서의 전쟁을 누가 원하였던 사람이 있었나요. 푸틴이라는 한 인간의 생각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싸움이 일어났고, 여기에서 고통받는 이는 오직 순수한 국민들 뿐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치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귀결이라고 생각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야 하고 따라서 모든 나라의 정치 상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의 소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민주국가의 개개인 모두는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기후변화를 되돌리는 일은 우리 각자에게 있고, 정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다.
비 오는 오어사 둘레길은 아름답다. 군데군데 안개에 덮인 나무숲이 환상적이고, 호수 위를 날아다니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은 더욱 운치를 더한다.
이런저런 세상만사 시름 모두 잊고 신선처럼 사는 삶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