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왕산 등반
함께하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고 한다. 등산이 그렇다. 만일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산을 처음 오르게 된다면 즐거움보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모르는 길을 누가 옆에서 조언이라도 하여 준다면 훨씬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까, 길을 걷는 내내 두려움이나 불안으로 마음이 가득 차게 된다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못할 것이다.
어디쯤에 큰 나무가 있고, 조금 더 가면 폭포가 나오고, 힘들고 가파른 길을 계속 올라가면 우측에 가파른 바위길이 보인다라는 정보를 알 수 있다면 그는 등산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다. 초보 등산인이라면 앞사람 등짝만 보고 정신없이 따라가야 하고, 동시에 발밑에 돌멩이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집중을 하고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주변의 풍광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산악회는 겨울철이면 눈꽃산행이라 해서, 눈 덮인 겨울 산 등반계획을 잡는다.
작년 2월쯤 강원도 태백산을 등반하였는데, 운 좋게도 그쪽 지방에 엄청 많은 눈을 뿌려 주어서, 아름다운 눈 덮인 겨울 산을 충분히 만끽하였다. 아이젠도 처음으로 착용해 보았는데, 눈 위를 걸으면서 아이젠이 그렇게 유용한 도구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이젠 덕분에 눈 위를 미끄러지지 않고 5시간 이상을 즐겁게 걸을 수가 있었다. 주목나무에 눈꽃이 핀 광경은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금년 눈꽃산행은 평창 발왕산으로 가기로 정했다. 발왕산 등산 코스로 우리는 용산리코스를 택하였다. 엄홍길 코스는 쉬운 코스이고 용산리 코스가 난이도가 더 높은 코스라고 하였다. 버스는 용산리 등산로 입구까지 우리를 안내하였다. 하지만 출발 직전에 난제에 부딪쳤다. 지금이 입산금지 기간이라고 하였다. 어떤 낯선 안내원이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금지기간이라고 설명하며 버티고 서 있었다. 숙의 끝에 일단
발왕산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그곳으로 도보로 이동하는 데이만 장장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어찌 되었던 정상 정복을 케이블카를 아용하여 하게 되었다.
마음속으로는 이건 반칙 아닌가. 하는 께름칙한 마음이 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발왕산 케이블카는 관광목적으로 제작되고 홍보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였다. 이용객들의 긴 줄을 뒤따라서, 줄을 서서 순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에게도 순서가 왔고 탑승하였다. 케이블카는 오랫동안 움직였다. 거의 30분은 되어서야 정상에 도달하였다.
산 정상은 평지보다 온도가 약 5도 정도는 더 낮은 것 같았다. 이 정도야 맞설 수 있지만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순간 기온이 더 떨어졌다. 칼바람이라고 해야 하나. 맨살의 얼굴에 찬바람은 전신을 오싹하게 하였고, 특히 손이 너무 시려서 얼른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손 장갑을 위에 하나 더 착용하였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으려고, 장갑에서 손을 뺀 순간 도저히 몇 초 이상도 참기 어려웠다.
산 정상에는 눈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데크 길을 따라 회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나도 뒤를 따라갔다. 역시 눈 덮인 주목숲길은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발왕산 정상석까지 등반 아닌 등반을 하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이번 산행의 교훈은 겨울철 등산의 별미는 눈이지만, 공포의 대상 칼바람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기억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