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일출
동아시아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고도(3776m)를 자랑하는 일본의 후지산은 많은 등산인들에게 로망의 대상이다. 등산로를 개방하는 한여름 두 달(7,8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요즘에는 입산료까지 받는다고 한다.
산악회에서 일본 후지산 등반을 한다고 하여 무조건 신청했다. 나름 건강에 자신이 있었고, 평소에 동네 야산을 많이 다닌 경험을 믿고 도전하기로 하였다.
후지산은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고산병이 발생하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하여야 한다. 개인에 따라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므로 고산병 예방약이나 소형 산소통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 도착 첫째 날 공항에서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등산로 입구 주차장(약 2400m 지점)까지 이동한 후에 바로 등산이 시작된다. 후지산 등산에는 4개의 등산길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요시다루트를 택하였다. 5 합목에서 시작하여 6 합목이나 7 합목(2700m)에 있는 산장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약 두 시간 후에 산장에 도착하면 어둠이 깔리고 빨리 잠을 자야 한다. 새벽 1시 전에 출발해서 후지산 일출을 보기 위함이다.
산장에서 취침을 하는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고도 적응을 하기 위해서다.
산장에서 제공하는 저녁을 간단히 먹고 잠자리에 들면 잠이 쉬이 들리 없다. 자는 둥 마는 둥 자정 무렵 몸을 흔들어 깨우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등산에 나선다.
사용해 본 적이 없는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하며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바위산을 더듬어 올라간다. 약 1시간 정도 되었을 때 헤드랜턴의 배터리가 소진되었는지 불빛이 없어져 버렸다. 주위의 등산객들의 헤드랜턴의 빛 때문에 완전히 깜깜하지는 않더라도 발밑의 물체가 정확히 식별하기 어렵게 되자 더욱 전진하기가 어려워지게 되었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더라도 경사가 심하여 빨리 움직이기가 어렵고, 고도 적응을 하면서 천천히 올랐다. 3000m가 넘어가면서 일행 중의 두 명에게서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분은 배가 아프다고 하였고, 한분은 머리가 아프다고 하였다.
나는 미리 고산병 약을 챙겨 먹은 탓인지 특별한 증세는 없었지만, 기온이 겨울날씨처럼 급변하는 바람에 배낭에서 바람막이 점퍼를 꺼내 입었지만 몸의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미리 오합목 주차장에서 챙겨 온 휴대용 산소통을 각자 꺼내서 한 모금씩 들이키라고 산악가이드가 가르쳐 주었다. 기진맥진하고 있는데, 산장에서 파는 일본 컵라면을 누군가 챙겨주었다. 따듯한 컵라면이 몸을 녹이며 추위에 지친 나에게 천군만마 같았다.
정상을 300m 정도 앞두고 일행이 모여서 회의를 하였다. 앞으로 계속 전진할지 아니면 하산하는 방향으로 움직일지 의논하였다. 고산병이 온 두 분과, 등산화가 밑창이 터져버린 분도 있어서 모두가 같이 움직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때 일출이 시작되었다. 마침 우리는 꽤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일출을 매우 잘 감상할 수 있었다.
후지산 일출은 매우 특이하였다. 흔히 지평선에서 솟아오르는 일출은 많이 보았지만, 후지산 일출은 모양이 전혀 달랐다.
발밑의 하얀 구름 사이로 불은색 구슬이 퐁 하고 튀어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가이드 말씀이 이렇게 좋은 날씨에 일출을 본다는 것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말하였다. 후지산의 워낙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언제나 일출을 덮어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 일출도 보았으니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고, 내심 후유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산 도중에 겨울 날씨는 어디로 가고 여름 날씨로 다시 바뀌어 버렸다. 하산 길은 화산재로 이루어진 돌밭이었다. 여차하면 미끄러지기 딱 좋은 길이었다. 길이 넓어서 위험하지는 않아도 몇 번 자갈길 위를 미끄러질 수밖에 없었다.
식물의 생태계 또한 재미있었다. 고지대 에는 키가 작은 식물들만 살아남아 있고, 고도가 낮아질수록 키가 큰 식물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였다.
약 4시간에 걸쳐 하산하여 5 합목(2400m) 지점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제 살았구나 하는 한숨이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어찌 되었던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회원들은 모두 온천욕장으로 향하였다. 회고해 보면 등산 후에 하는 온천욕은 정말로 몸에 좋은 것 같았다. 상처 난 근육을 회복시켜 주는 데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