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인의 말을 옮기고 다니는 사람을 경계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내 말도 옮겼으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또 왜냐하면 이들은 박쥐처럼 이리붙었다 저리붙었다를 하며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 또한, 자신들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같은 편(?)인 것 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일부 내주고 더 많은 정보를 얻어가기도 한다.
최근 내 주변 사람 중 한 명이 짐작은 했지만 진짜로 박쥐같이 여기붙었다 저기붙었다 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옮기고 다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짐작은 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실제로 관련된 증거를 듣고 나니 얼얼하기는 했었다. 그래도 아니겠지 하며, 내가 진심으로 대했던 날들과 내가 말한 이야기들 중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퍼져있을까 싶은 생각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가 그렇게 이야기를 옮기고 다닐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 계기도 마찬가지로 나를 생각해준답시고 나에게 다른 사람의 말을 전달했을때부터였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내가 이런 면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걸 또 누군가가 그에게 전달했는지 한동안 나만 보면 '어유 그러게, 나는 생각해줘서 그런건데, 꼭 그런거 싫어하는 사람이 있더라'하면서 돌려서 나를 저격하고는 했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기회주의자이거나 이기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 종류를 불문한 자신의 출세(예를 들면 인간관계, 승진 등등)를 위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자신이 생각했을 때 힘이 있는 사람 또는 잘 지내고 싶은 사람에게 헌납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서 그들간의 관계는 끈끈하게 연결되고 그로 인해서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게 된다. 이를 테면, 왕따라던지 승진 누락이라던지 말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 내 편이 아니라면 피하는게 상책이다. 왜냐하면 내 이야기를 또 다른 어딘가에 퍼뜨리고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