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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사탕 Dec 23. 2020

나이가 전부인 사람


인간은 매일, 매시간, 매초 늙는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므로 1년을 주기로 한 살씩 나이를 먹는 것으로 약속을 했다. 그래서 나이라는 객관적인 척도로 우리는 상대방보다 더 늙었는지, 늙지 않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 나이에 따라서 위아래가 결정되고 그에 응당한 존중을 보이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고개 숙여 인사한다던지 존댓말을 쓴다던지 말이다. 물론 나이가 많으신 분들에 대해서 존중을 해줘야 하는 것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나이 많은 것이 이 세상 전부인양 굴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오빠가(형이).../언니가(누나가)...


비슷한 나이 또래들 사이에서 상대방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빠가', '언니가'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무언가를 도와주겠다, 혹은 알려주겠다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자신의 위치를 굳이 자신의 입으로 한 번 더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너보다는 윗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의 입으로라도 자신의 위치를 강조함으로써 어떤 자존감을 채우는 것 같았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잘난 점을 설명하거나 상대방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을 주야장천 설명하기도 한다. 게다가 요청하지도 않은 도움까지 주기도 한다. 


실제로 아는 선배가 3인칭 화법을 자주 사용한다. 3인칭 화법이 시작될 때면 주로 나에게 뭔가를 알려줄 때다. 아니면 내가 뭔가 부족한 상황이고 그때를 노려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함이다. 이 선배가 나에게 이런 화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역시 앞에서 말했듯이 이를 통해서 자신이 너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확고히 함으로써 어떠한 만족감을 갖게되고 그로인해서 자존감을 높이는 것 같다. 아마도 이 선배가 나에게 자격지심이 있거나 자존감이 아주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간혹 자신이 (무엇이든) 질 것 같으면 나이를 들먹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내가 겪은 일인데, 일적으로 내가 맞고 상대방이 틀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가 한 말은 가관이었다. 일 얘기는 갑자기 어디론가 증발해버리고 대뜸 나더러 나이가 몇 살이냐는 것이었다. 자신의 논리로 해결이 안 되자 나이를 들먹이면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런 경우 자신이 상대방보다 나은 게 나이를 많이 먹은 것 밖에 없고,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니까 좋은 말할 때 나한테 까불지 말고 까라면 까라는 것이다. 나이이야기가 나오자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구나 수준이 그것밖에 안되는 사람이 어떻게 대학은 나온걸까라는 생각에 급히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그 사무실을 박차고 나온 기억이 있다.



나이를 들먹이는 사람들을 하도 많이 만나서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그건 그들이 '꼰대'라는 것이다. 자신이 뭔가에 밀릴 것 같을 때 또는 밀리지 않도록 나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미리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고, 자신이 내세울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너처럼 노력하고 싶지는 않으니 대신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을 들이미는 것이다.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도,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도 말이다. 여기에 더해서 전자의 경우는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경향이 있고, 후자의 경우는 그냥 무논리자인 경향이 크다.


나이가 전부인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떳떳한 사람이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에게 질까 봐 겁먹는 사람이 되지 말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든 뭐든 이런 걸로 자존감 올리려고 하지 말고, 그냥 스스로 단단한 사람으로 존재하도록 하는 것 말이다. 삶을 나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 그 자체로 살아가는 것 말이다. 스스로 단단한 사람이 된다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와서 나이를 들먹이든, 나중에 나이를 먹어 남들이 말하는 보잘것 없어지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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