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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사탕 Jan 22. 2021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께 인사를 잘하라고 하시던 부모님은 감사인사도 빼놓지 않고 교육하셨었다. 나이를 먹은 지금에 와서도 누군가에게 고마워할 일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부터 나오게 된다.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까지 고마워할 필요 없는 일들에도 자연스럽게 고맙다는 말이 나온다는 정도일까. 이런 습관이 쿡 박혀있는 나에게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은 당황의 연속이었다.


최근 일하는 곳에 후배 또는 부사수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들어왔었다. 이 사람의 사수는 당연히 나였다. 나는 없던 일도 만들어하는 성격이라 당연히 지극정성으로 후배에게 일을 가르쳤다. 어느 정도냐면 하루 종일 내 일을 못 할 정도였다. 그 때문에 내 일이 밀리고, 퇴근이 밀렸다. 이런 내 모습에 혹자는 참 좋은 선배라고 나를 칭찬해줬고, 혹자는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나무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단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걸 그가 모르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거의 하루 종일 붙어있었으니 내 일을 하지 못하는 걸 모를 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냐고 말하자니 참 쫌생이가 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내가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그도 결국 계약 때문에 마지막 날이 왔고 나는 내심 마지막으로 참 감사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역시나 끝까지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고 안녕히 계시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났다.


이렇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을 겪으면서 느낀 건 이들은 본인이 받은 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기 때문에 굳이 감사할 필요가 없는 거다. 본인의 말로는 모두 다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거라고는 하지만 제삼자인 내가 봤을 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분명 존재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들의 입장에서는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 이런 부류의 사람이 착한 성향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도와준 사람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즉 고마워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간 지극정성으로 도와준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자신의 힘으로 얻은 것도 물론 많겠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얻은 것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일일이 감사하다고 말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때그때 감사하다는 표현은 할 수 있으면 꼭 하도록 하자. 도와준 사람의 성의는 인정해주자는 말이다. 그 사람들은 정말 바보라서 도와주고 있는 것일까. 서로서로 일이 잘되어야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잘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후배에게 어떠한 일도 알려주지 않는 사수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자신에게 작은 초콜릿이라도 준 사람에게 꼭 감사를 표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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