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음과 무신경함 사이, 그 어디쯤에서
경계성 청각 장애인이라는 단어
아직 '경계성 청각 장애인'이라는 말은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요즘 '경계성 지능 장애'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데 이처럼 청각 장애인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지만, 정상 청력과 장애 사이 어딘가에 있는 상태, 그게 바로 지금의 내 상태다. 아직 없는 말이긴 하지만, 내 상황을 이만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청각 장애인의 기준은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60데시벨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이는 60데시벨 이상의 소리부터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래의 사진은 어플로 간이 검사한 결과로 청력 상태가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나와서 첨부한다.
결과를 살펴보면 500~1K헤르츠 영역대에서 특히 약한데, 이 영역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주파수에 해당한다고 한다. 즉, 나는 소통에서 유독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이다. 특정 주파수에서만 장애 경계인 60데시벨을 오가며 정상과 비정상의 사이에 있다.
청력 문제를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면, 청각 장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부족해서 생긴 오해와 불편함이 참 많았다. 그동안은 "내가 성격이 좀 무신경한가?" 하면서 넘겼던 일들도, 알고 보니 청력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였던 건 아닌지 싶었다. 그래서 이런 고민 끝에, 청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인식과 소통의 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됐다.
남들과 내가 다르다는 걸 처음 깨달았던 건 중학교 때였다. 매년 학교에서 신체 검사를 했는데, 그 해 처음으로 청력 검사를 받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작은 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소리가 들릴 때마다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검사를 맡은 선생님이 왜 버튼을 안 누르냐며 화를 냈다.
"안 들리는데요."
그 답변을 한 후에는 소리의 주파수가 점점 커지면서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고, 검사가 끝난 뒤 선생님은 추가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그날 이후로, 내 청력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듣는다는 것에 대한 착각
그때처럼, 사람들은 자기가 듣는 게 남들도 똑같이 들릴 거라고 착각한다. 내가 못 듣는 상황을 "대충 듣는다"거나 "무신경하다"고 쉽게 치부해버리고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도 했다.
솔직히 억울할 때가 많았다.
"나도 잘 못 들어." 이렇게 가볍게 말하면서 자기 경험을 얘기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게 일상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십 명에게 그런 반응을 듣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눈이 나쁜 사람은 안경을 쓰면 상대방도 바로 알아챌 수 있다. 그런데 청력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내 상태를 알아채기가 어렵다. 게다가 청력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관심도 부족한 편이기에 보청기도 가리기 좋은 디자인으로 나온다. 이마저도 부끄러운 사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꼭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다. 불편함을 겪는 사람에게 던지는 무심한 말과 행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말이다. 조금만 더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서로의 소통이 훨씬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