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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서 Mar 04. 2021

나 혼자 대만 여행

2018



2018년 여름.

혼자서는 처음으로 도전했던 해외여행.


대만은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나라였다.

일본의 섬세함과 중국의 담대함, 그리고 온화한 기후와 어우러진 다양한 색감까지.


물론 미식의 나라로 유명한 대만이지만, 사실  외에도 고유한 문화를 즐기기에 충분한 여행지였다.


그곳에서 느꼈던 신선한 감정과 경험들이 독자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적어본다.





차(☕) 문화
융캉제 골목거리



 으레 밀크티로 유명한 대만은 그만큼 대중화된 차 문화를 말해준다.

또한, 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대만의 홍대라 불리는 '융캉제'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전통 다도 용품 가게, 다도 디자인 용품 가게, 다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가게 등.

전통적인  문화를  세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순환되는 문화의 생명력과 함께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융캉제의 거리를 거닐다 보니 따뜻하고 정갈한 원목 인테리어에 이끌려  다도 가게에 들어가자 점원이 웃으며 권하는    눈에 들어왔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온도의 차 한잔과 함께 느껴지는 고즈넉한 분위기.

정갈하지만 딱딱하지 않았고, 친근하지만 새롭고, 또 매력적이었다.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낯선 곳에서 받은 그 따뜻한 차 한 잔은 정말 평온했다.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종종 생각나곤 한다.

어느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이  다른 이에게 번져 세상을 살아가는 힘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디자인✨
화산1914문화창의산업원구(No. 1, Section 1, Bade Rd,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0)
송산문화원구(No. 133號, Guangfu South Road, Xinyi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0)
태북당대예술관(No. 39號, Chang'an West Roa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대만 여행에서의 가장 큰 관심사는 '디자인'이었다.

이 작은 섬나라는 도대체 어떤 문화를 통해 국제적인 디자인 파급력을 갖추게 됐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석촌호수에 떴던 러버덕�도 대만에서의 전시가 먼저였다.)


 그래서 먼저 방문했던  '화산1914 문화창의산업원구'.

과거 양조장으로 쓰이던 건물은 넝쿨과 함께 전시장으로 재탄생되었다.


 여기서 한 일본 현대 미술 작가의 전시를 보았는데,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오로지 감각을 통해 교감하는 경험은 꽤 새로웠다.

또한, 다양한 전시를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의 흔적이 느껴져 새삼 부러웠다.


 그리고 전시관과 함께 다양한 수공예품 디자인샵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만난 한 디자이너가 기억에 남는데, 화려한 스타일과는 달리 섬세하고 배려 넘치는 디자인을 하는 남성 쥬얼리 디자이너였다.

문득 그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해져 내성적인 나의 성격과 다르게 어떻게든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던 것 또한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디자인과 관련된 장소(화산1914문화창의산업원구, 송산문화원구-과거 담배 공장을 디자인 센터로 공간 재활용, 태북당대예술관-일제 시기의 초등학교가 전시관으로 변모)뿐만 아니라 지하철 · 도로 시설물 · 인도에 사용된 블럭 등 소소하지만 다양한 곳에서 문화를 재해석하는 대만 특유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을 간다면 한 번쯤 눈여겨보며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식문화�
Ningxia Roa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여행 첫날 들렀던 닝샤 야시장, 결국 출국 전날 밤에 또 갔다.

숙소 근처란 이유로 가볍게 갔었지만, 그대로 출국하기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밀크티, 닭 날개 볶음밥, 동파육, 망고 빙수 등 다양한 음식을 먹었지만, 나에겐 우육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만스러움'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한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발길이 닿는 가게에서 먹었던 우육면은 겨우 2~3 원에 불과한 가격이었지만, 무심하니  얹혀지는 그릇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과 친근함을 느꼈다.


 대충 쑹덩쑹덩 썰린 고깃 덩어리의 특이한 식감과 함께 배어있는 낯선 향신료들, 제법 거친 식감을 느끼게 해주는 수타면의 조합은  이색적이었지마는 무표정으로 그저 고기를 써는 주인장과 손때가 묻어있는 낡은 메뉴판, 무질서하게 즐비한 플라스틱 의자들은 이내  맛에 녹아들게끔 해주었다.


 아마 국밥집에서 몸을 녹이던 익숙한 기억과 겹쳐져서 였던 것 같다.

당시 태풍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막막했던 상태에서 먹었던 우육면 한 그릇의 맛은 아마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유명한 맛집도 많지만, 예정 없던 곳에서의 한 끼 식사를 통해 새로운 추억을 쌓아보는 것 역시 추천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라고 하지 않나.

돌이켜보면 인생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었던 대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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