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대만 여행

2018

by 백서



2018년 여름,

나는 혼자 처음으로 해외여행에 도전했다.

행선지는 대만.


일본의 섬세함과 중국의 담대함, 그리고 따뜻한 기후가 어우러진 작은 섬나라는,

그 자체로 다양한 색감을 품은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대만을 ‘미식의 나라’라 부르지만,

그 외에도 고유한 문화를 즐길 거리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내가 느낀 신선한 감정과 경험들을,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하고 싶다.





☕차(茶), 융캉제 골목에서 만난 따뜻함


대만은 밀크티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차 문화가 일상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특히 ‘융캉제’ 거리에서는 전통 다도 용품 가게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숍까지,

세대를 잇는 차 문화의 매력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갈한 원목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던 작은 찻집에 들어가니,

점원이 웃으며 권한 미지근한 온도의 차 한 잔이 내 앞에 놓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 차와 함께한 시간은 고즈넉했고,

낯선 곳에서 받는 평온함이 내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아직도 그때의 감정이 자주 떠오른다.
그 따뜻함이 또 다른 이에게 번져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다.




✨디자인, 공간에 스민 감각
화산1914문화창의산업원구(No. 1, Section 1, Bade Rd,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0)
송산문화원구(No. 133號, Guangfu South Road, Xinyi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0)
태북당대예술관(No. 39號, Chang'an West Roa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대만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디자인’이었다.
어떤 문화적 토양이 이 작은 섬을

국제적인 디자인 강국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화산1914 문화창의산업원구.
과거 양조장이던 건물이 넝쿨을 타고 흐르며 전시장으로 재탄생한 공간은,

그 자체로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무대였다.


그곳에서 일본 현대 미술 작가의 전시를 관람했는데,

낯선 도시에서 감각만으로 교감하는 순간은 특별했다.
전시관과 더불어 자리한 디자인 숍들에서는 대만 특유의 섬세한 감각을 엿볼 수 있었고,

우연히 만난 한 남성 주얼리 디자이너와의 대화는 내게 새로운 용기를 주었다.


또 다른 문화 공간인 송산문화원구(옛 담배 공장)와 태북당대예술관(옛 초등학교 건물)은

공간을 재해석하는 대만의 독창적인 힘을 보여주었다.
지하철 역, 도로 시설물, 인도 블록처럼 일상적인 요소들에도

디자인 감각이 스며 있는 것을 보며, 이들의 문화적 저력이 새삼 부러웠다.



� 음식, 우육면 한 그릇에 담긴 기억
Ningxia Roa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대만에서 맛본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육면이었다.
첫날 들렀던 닝샤 야시장을 떠나기 전날 밤,

아쉬운 마음에 다시 찾았다.


대충 썰린 고기 덩어리,

낯선 향신료가 배어 있는 국물,

거칠지만 정겨운 수타면.


무표정으로 고기를 써내던 주인장과 손때 묻은 메뉴판,

제멋대로 놓인 플라스틱 의자까지도 모두 그 맛의 일부였다.


값은 고작 2~3천 원 남짓이었지만,

국밥집에서 몸을 녹이던 한국의 기억과 겹쳐져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특히 태풍 때문에 귀국이 불확실했던 시점에 먹은 그 한 그릇은,

아마 다시는 느낄 수 없는 위로의 맛이었을 것이다.


유명한 맛집도 좋지만,

계획에 없던 골목의 작은 가게에서 만나는 한 끼가 여행의 진짜 추억이 된다.





� 여행이 남긴 것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 않나.
돌이켜보면, 대만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에 소중한 휴식처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여름의 대만은 내게 차의 따뜻함, 디자인의 감각, 우육면의 위로를 선물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은 지금도 여전히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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