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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학원생으로 '진짜' 살아남기(ER 체험기3)

대학원생과 Emergency protocol(3)

by 치킨무

다음 날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갔다. 눈이 이 지경이라 차도 운전못하고, 친구도 오늘은 차가 없어서 둘이 우버를 타고 갔다. 왠지 눈 상태가 전날 보다 나빠져서 앞이 흐릿하고 계속 눈물이 났다. 병원에서 registration을 하고 진료실 앞에서 이름이 호명되기 까지 기다렸다. 지루한 시간이 지나가고, 의사 선생님이 나오셔서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ER에서 전해 들은 정보들로 왠만한 건 다 알고 계셨다. 화학품의 이름과 현재의 통증, 가지고 있는 지병이라던가 복용하는 약정도만 추가로 물어보시며 동시에 내 과거 매디컬 이력도 조회하셨다


검사로는 시력검사, 어제와 같은 dye 검사, 알지못하는 다양한 각막 검사 그리고 추가로 안구 뒷부분도 검사했다. 안구 뒷부분은 erosion이랑 관련은 없지만, 온김에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했다. 검사 후 갑자기 senior doctor 과 그분의 수련의(?) 와 함께 들어오셔서 좀 당황했는데, 그 분이 내 눈을 보더니, 수련의 분께 잘 봐두라고 이런게 chemical burn에 의한 erosion이라고 하시면서, 함께 내눈을 교본마냥 관찰하셨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나와같은 경우는 흔치 않아 보였다.


결론은 erosion은 심하지 않으며 자연적으로 치료 될 것이라는 것.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곳에 있었다. 앞서 말한 추가적인 안구 뒷부분 조사에서, twisted eye nerve가 발견 된 것. 즉 녹내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사분은 늦지 않게 재방분 해서 녹내장 정밀 검사를 받아 볼 것을 추천 하셨다. 참 인생 모를 일이다. 눈을 화학약품으로 지져서 병원에 갔는데 간김에 녹내장의 가능성을 발견할 줄이야. 이래서 어른들이 세상일엔 아주 나쁜 일도 아주 좋은 일도 없다고 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지금은 안약을 넣어가며 집에서 요양중이다. 아직 한 쪽눈은 좀 흐릿하고, 밝은 빛은 보기 어렵지만, 하루하루 나아지는게 느껴지고, 컴퓨터/핸드폰 화면은 무리없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학교 걱정은 하지말고, 집에서 필요한 만큼 쉬라고 하셨고, 학교에서 발생한 사고이니 치료과정중 드는 모든 돈은 학교에서 부담 할 것이라고 하셨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엠뷸련스 한번 타볼걸 그랬나.


이번일을 겪으면서 정말 느낀 것이 많다. 세이프티에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것들에 감사함을 느꼈다. 몸이 편안하고 문제가 없을 땐 불평이 넘쳐났는데, 눈도 제대로 못뜨고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을때는 내가 받고 있는 호의와 도움들, 그리고 이만하면 양반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사실 요새 연구실 생활도 힘들고, 항상 감정이 코밑에서 찰랑거리는 느낌으로 꾹꾹 눌러 살고 있었는데, 아주 과격하지만 효과적인 리프레시가 된것 같다. 외엔 어떤 피해도 없었고, 모든 과정들을 학교 안에서 처리했기때문에 학교에서 처리할 비용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나 다행인지.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알던 경찰관 부터 한국인 EMS리더분, 그리고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지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도 않아서 앞서 서술하진 않았지만... 한국인이셨던 ER 의사선생님과 안과 선생님도.. 우연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너무나도 많은 위안과 도움을 받았다. 나는 연구인인지라, 내가 이렇게 광범위한 도움을 줄 수 없을지라도. 나도 좋은 한국인 커넥션이 되고 싶단 생각을 잠시 했다. 밝히지 않아도,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신경써줄수 있는 위치까지 내가 올라갈 수 있길 바란다.


*병원에서 순서

1. 레지스트레이션-ER에서 올경우 대부분의 정보가 넘어가기 때문에 그냥 가면된다

2. 영겁의 기다림

3. 의사쌤 영접

4. 치료

5. 보험을 통해 청구받기

KakaoTalk_Photo_2021-12-04-06-34-13.jpeg 안과에서 기다리면서 왠지 신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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