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시민의 숲에선 지금 무슨 일이...
"바람이 스쳐만 가도 그대 목소리 귓가에서 맴돌고, 동백꽃 질 때마다 심장이 멍드는데 별이 되어 다시 만날까? 7월이 운다" 2018년 7월에 조성한 추념비의 내용인데요, 지난 우면산 산사태 유족 일동의 사연이 참 먹먹해집니다. 한편으로 봄날엔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 동호인들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엘 나왔는데요,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올가을은 아직 시작 전인가...?" 자 "나 여기 살아 있소~" 나지막이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일단 남숲부터 한 걸음 들어가 봅니다. 서서히 '뭔가 보여줄 것' 같습니다. 휴일인데도 좀 한적한 모습이라 더욱 가을스럽군요. 북숲과의 사이를 지나는 '매헌로' 도로가에도 인적은 조용조용. 발길을 옮겨 봅니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일까요?
여기서 잠깐, 양재 시민의 숲은? 우리나라 최초로 공원에 '숲' 개념을 도입한 곳! 때문에 느티나무, 단풍나무, 감나무, 모과나무 등 다양한 수목과 산책로 등이 조성되어 있어 풍성한 계절, 풍요로운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랍니다. '양재 시민의 숲'은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대회를 위하여 도시미관을 살리고 쾌적한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자 지난 1986년 11월에 개장한 공원입니다.
가을 숲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뭘까요? 소풍 즐기기 딱인 곳! 도란도란 산책하기 그만인 곳! 아예 평상 하나 독차지하신 분까지! 모두가 '가을'스러운 풍경이겠지요. 이어폰에 조용히 걷는 사람들, 텐트 치고 휴식 즐기는 분들, 가벼운 운동에 빠진 분들, 단풍 배경으로 인증숏 찍는 연인들, 동호인들끼리 무슨 답사 프로그램이라도 진행 중인가 싶은 분들... 정말 그대로 빛이 나는 인생 숲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조용한 숲 속에서 웬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나지막이 그러나 분명한 선율. 그 소리에 이끌려 발길을 옮겨봅니다. 이윽고 마주한 곳! 그곳에선 숲 속의 웨딩마치! 아주 컬러풀한 모습입니다. 조용하고 한적해 보이던 '양재 시민의 숲'에선 이런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하긴 드라마 '겨울연가'가 촬영된 곳이기도...
한편 지난 1932년 4월 29일 일왕 생일날, 중국 상해 홍구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군 대장을 즉사시키고 같은 해 12월 19일 돌아가신 윤봉길 의사를 추모하는 곳, 매헌기념관이 있는 곳이면서,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기 피폭 희생자 위령탑을 품고 있는 곳이자, 2011년 7월 27일 우면산 청계산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이 묻어나는 양재 시민의 숲에선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