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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ㅎ Feb 18. 2019

03_02. 갑작스러운 뇌우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2015년 8월 28일, 제주도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다.

분명 우도로 들어갈 때까지는 맑은 날씨였는데 말이다.

덕분에 우도 초입에 있는 가게는 우도의 관광객들로 가득 메워졌다. 작은 우산 하나 챙겨 오지 않은 우리도 그 줄에 합류해서 우비를 구입했다. 나름 예쁘게 맞춰 입고 온 터라 이왕이면 투명한 우비를 입자고 했지만, 이미 투명 우비는 앞선 사람들의 몫이었다. 우리는 그중 겨우 남아있는 (조금은 촌스러워 보이는) 분홍색 반투명 우비를 골라 입었다. 막상 입어보니 투명 우비보다도 더 귀엽고 예뻐 보였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우비를 맞춰 입어보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분홍색 우비를 맞춰 입은 우리는 못난이 인형 삼총사 같기도 했고, 세 쌍둥이 어린이 같아 보이기도 했다. 


2015년의 우도라고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이 분홍색 우비다. 맛있었던 땅콩 아이스크림, 길 가다가 마주친 강아지, 마음이 탁 트이는 우도의 풍경보다도 분홍색 우비를 입고 함께 찍었던 사진들이 제일 첫 장면으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처럼 때로는 흐름에 따라 결정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돌아보면 가장 잘 한 결정일 때가 있음이다. 아마 우리의 일생에도 이런 분홍색 우비와 같은 순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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