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29일, 제주도
손 잡고 출국했다가 등 돌리고 입국했다는 친구들과의 여행 후기를 종종 듣게 된다. 아무래도 시간과 경비가 한정적이라 각자의 욕구가 우선시되다 보니 그런 것이리라. 아니, 그 반대의 경우라도 불편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나 또한 한동안은 혼자 다니는 여행을 선호했었다.
한 번은 인터넷으로 동행인을 구해서 한 달 정도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일정 상 중간에서 헤어지고 혼자 여행을 하게 되었다. 동행인과 성향도 취향도 잘 맞았지만, 막상 헤어지고 나니 섭섭함보다 후련함이 컸달까. 분명 그 동행인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거의 2주 동안 한 번도 서로에게 큰 소리를 내지 않았었지만, 그만큼 서로를 배려하는 것에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이 차이도 많이 났거니와, 처음 보는 사람과의 동행이었기 때문에 더욱 노력했을 것이다. 서로의 여행을 지켜주기 위해서 말이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과의 여행이라면, 이런 마음조차도 소홀해지기 쉽다. 비단 그것이 아닐지라도 서로의 성향을 이미 다 파악했다고 생각하다가, 의외로 여행 중에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신의 여행이 우선이든, 서로의 여행이 우선이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보다도 감정의 소모가 크기 마련이다.
나도 처음에는 신이 나서 함께 가는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도, 어느 순간 주저되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여행은 마냥 좋았다. 계획을 논하다가 '아 몰라' 하고 숙소만 겨우 정해버린 것 빼고는. 함께 했던 8년이라는 세월이 그저 얻어진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여행이 짧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크게 갈등을 겪을 일도 없었다. 오히려 여행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몰랐던 서로의 장점과, 함께 하는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대학생 때만큼 자주 만날 수는 없으니 그래서 그 시간들이 더 소중했다. 모르는 척 뒤에서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친구, 속 깊고 이해심 많은 언니 같은 친구, 어리바리 해도 귀엽고 마음 따뜻한 친구. 이 인연들이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다.
아, 물론 이 모든 결론은 온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2년 뒤에 다 함께 새로운 여행을 도모했으니, 다들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마음대로 결론 내려본다. 조금 더 훗날, 모두가 마음을 내어 또 다른 여행을 도모할 수 있기를. 크로-쓰, T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