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2일, 서울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구절이 어딘가 있었던가.
이 여정의 시작이 꼭 그러했다.
3년차 사회복지사로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었던 나는, 그저 '사회복지사 해외연수(캄보디아 팀)'의 신청 서류가 합격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결과를 듣고 실망하지 않으려 '떨어질 것이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야'라고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하지만 서울로 올라가는 열차 안에서 얼마나 조바심과 두려움이 난무했는지 모른다. 여차하면 한 마디 운도 떼어보지 못하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는 열차를 타야 할 판이었기 때문에.
열차에서 내려 지도 앱을 따라 버스를 타고 한국사회복지사협회를 찾았다. 마음이 불안했던 탓에 건물조차도 위압감 있게 느껴졌다. 면접 대기실에는 나를 포함해서 총 8명의 지원자가 있었다. 서먹서먹하면서도, 또 경쟁자라고 생각하니 말 한마디 건네기도 어려웠다.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라고 마음으로 되뇌었음에도, 오히려 못내 마음을 접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지원자들은 대부분 외향적인 성향이었다. 사회복지사라는 공통된 직업적 특성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화를 잘 유도해주시는 한 지원자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가 많이 풀어졌다. 여유가 있는 그의 모습에 위안을 받았다. 우리는 그를 팀장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그럼에도 역시나 면접이라는 것은, 분위기 자체가 꽤 무거웠다. 면접관의 질문 중에는 처음 듣는 단어들도, 상황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나의 부족함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질문에 겨우 답은 해내었지만, 결코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답은 아니었다. 나의 무지가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아, 망했다.' 면접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리 팀장의 마법 같은 마지막 한 마디. "캄보디아는 다른 국가들보다 경비도 많이 들지 않을 텐데, 저희 팀은 가능한 전부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최종적으로 총 8명의 지원자 중 대상 조건에 맞지 않은 한 명을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7명 모두가 면접에서 합격권을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마지막 팀장의 한 마디가 나 또한 합격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애초에 경쟁이란 것은 개념치 않아도 되는 것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억을 다시 돌이켜보아도 참으로 고마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