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2일, 서울
면접이 끝난 뒤,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어디로든 가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에는 마음이 무척이나 부산스러웠다.
가장 먼저 생각난 곳은 연남동이었다. 그중에서도 딱 한 군데, 내 마음을 진정시켜줄 만한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책방 피노키오>.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데다가, 그림책도 즐겨 모으는 나에게, <책방 피노키오>만큼 나의 감정을 달래줄만한 곳이 없었다.
파아란 외벽으로 둘러싸인 <책방 피노키오>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어쩌면 그렇게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 사람들의 감성을 더 자극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파란 외벽과는 대조되는 샛노란 내부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한두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불편함보다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더 컸다.
박물관에 온 듯 신기하고도 재밌는 책들이 많았지만, 고생한 나 자신을 위해 (적당한 가격의) 특별한 책 한 권을 사기로 했다. 십 수분 동안이나 한참을 고르다가, <오만과 편견>을 구입했다. 소설의 줄거리와 그림이 병풍같이 펼쳐지는 파노라마 같은 그림책이었다.
책을 구입하고 나오며, 다음에 서울에 오면 다시 들러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파란 벽의 <책방 피노키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도 생각건대, 책방의 자리를 옮기기 전에 이곳을 들렀던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2015년도 <책방 피노키오>의 외관.
사진이 이렇게 흔들렸을 줄이야.
<책방 피노키오>에서 구입한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