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2일, 서울
<책방 피노키오>에서 나온 나는, 정처 없이 연남동 여기저기를 다녔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연남동의 저녁은 여유로웠다.
여유롭지만, 지루하지 않은 동네였다.
원래 혼자서 다니기를 잘하는 성향인 탓도 있겠지만, 골목골목마다 구경할 거리들도, 맛 볼거리들도 가득했다. 깊은 내면에서 솟구치는 물욕과 식욕을 애써 꾹꾹 눌렀다.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살펴보다가, 왜 그 욕구를 애써 눌렀어야 했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말로만 듣던 연트럴파크는,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비하기에는 규모가 많이 아담했다. 공원이라기보다는 인도 옆에 깔린 조금 넓은 잔디밭이었달까. 넓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놓고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놓기는 했었다. 사람들도 분명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고. 그 규모가 생각보다 조금 작을 뿐이었다. 하지만, 주말 저녁에 소중한 사람들과 다과를 나누며 담소를 즐기는 그 장면만큼은 부러웠다. 장소는 협소할지 모르나, 그 여유만큼은 센트럴파크 못지않았다.
나 또한 여유를 만끽하며 기차 시간 전까지 연트럴파크에서 저녁을 보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 날의 여유가 새삼 그립다.
인어공주가 생각나는 손잡이.
아기자기한 분홍빛 소품들이 한가득 했던 <네온문>.
사진을 다시 보니, 튀긴 고기에 튀긴 빵이라니.
내가 늘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잔디 위에서의 여유가 부러웠던 연트럴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