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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게네스 : 천국을 위하여 스스로 고자 된 자

마태복음 19장 12절에는 다음과 같은 예수의 유명한 말이 있다.

"어머니의 태로부터 된 고자도 있고 사람이 만든 고자도 있고 천국을 위하여 스스로 된 고자도 있도다."

프레드 슈레더가 쓴 <대중문화의 탄생>에는 "수천 명이 (이 말씀대로) 스스로 거세했다. 가장 잘 알려진 예로는 논쟁의 대가인 기독교 교부 오리게네스가 있다."(170-171쪽)고 나온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고자라니!"라는 <야인시대>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나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울러 오리게네스와 같은 불세출의 천재가 어쩌다가 예수의 말씀을 오해하여 그와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굳이 얘기하자면, 천국을 위하여 스스로 고자 된 자는 물리적 거세를 행한 자가 아니라, 수도원 등에 들어가서 여인을 접하지 않고 사는 이들을 지칭할 것이다. 그리고 현대의 초식남이나 절식남 또한 이에 해당할 것이다. 아니, '현자 타임'이 온 남자는 이미 천국에 있으므로 스스로 고자 된 자이다. 고자 된 자가 따로 있지 않다. 항상 현자 타임으로 사는 그 사람이 바로 천국을 위하여 스스로 된 고자가 아닐까?


참고로 오리게우스을 많이 도와주었던 데메트리우스 주교는 자발적으로 거세한 오리게네스가 받은 사제품은 무효라고 선언하고 231년에 열린 주교회의를 통해 그를 파문하였다. 엘로이즈를 교육하는 임무를 넘어서서 그녀를 사랑한 나머지 임신시키기까지 했던 저 유명한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의 친척들이 보낸 깡패의 손에 거세당했다. 그런데 그는 오리게우스를 언급하며, 자신이 거세당한 것 또한 정욕을 끊으라는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정신 승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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