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우연히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가 남몰래 지닌 고민에 대해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왜 BTS가 성공했는지 원인을 몰라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성공비결을 알기만 한다면 후속타를 준비할텐데, 도저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는 BTS 이외의 소속 연예인이 전무하다시피하다.
아마 어린 팬들은 앵무새가 외듯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BTS 오빠들은요, 잘생기고요, 춤도 잘 추고요, 노래도 잘 하고요, 착하고요, 가사가 우리들의 생각을 대변하고요...."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사실임을 인정한다. 저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하고서 이처럼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할 수 없다. 나는 저 모든 것들이 진실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BTS 하나에 목숨을 걸고 있는 방시혁 씨가 과연 이런 사실들을 모를까? BTS에 생계를 걸고 있는 소속사가 이런 정보들에 어두울까? 오히려 이런 정보들을 기본으로 해서 BTS를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나는 한때 걸 그룹을 좋아했던 평범한 아재 팬이며, 솔직히 남성 아이돌 그룹에 그다지 관심은 없다. 하지만 쯔위가 마리텔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다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험한 꼴을 당한 것을 보고서 분노한 뒤로 잠시 트와이스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트와이스의 활동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BTS의 활동마저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나는 세계적인 두 그룹의 성공비결을 단 하나로 압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두 팀이 다른 그룹들에 비해서 두드러지게 앞섰던 비결 하나만 말하고자 한다.
트와이스는 데뷔 초기에 여타 유명 걸그룹 모두를 합친 것보다 V앱을 많이 했다. BTS 또한 엑소나 빅뱅 등 선배 인기 그룹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V앱을 했다. 그렇다면 V앱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일종의 이동식 아프리카TV와도 같다. 연예인들은 V앱 카메라를 몸소 들고다니면서 자신들의 일상을 생중계한다. 팬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상을 보고서 채팅창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연예인들은 비록 채팅창에 뭔가를 입력할 수는 없지만, 그 대화창의 내용을 읽고서 곧바로 팬들에게 피드백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V앱을 많이 하는 것이 어째서 중요한가?
경영학을 공부한 많은 전문가들은 V앱은 "팬들과의 소통"을 활발히 하기 때문에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팬덤 생활을 해보지도 않은 전문가들이 국가의 혈세로 지원되는 한류 프로젝트를 맡아서 밑도 끝도 없는 한 소리를 해대는 것에 나는 질렸다. 내가 생각하는 V앱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V앱은 무한한 떡밥을 양성한다. 아이돌 팬을 생활화하는 매니아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연예인들이 살아남으려면, 떡밥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 특히 연예인들의 비활동기에는 떡밥이 확 떨어진다. 그런데 떡밥이 떨어지는 순간, 성질 급한 팬들은 다른 그룹으로 갈아탄다. 하지만 1년 365일 V앱으로 무수히 떡밥을 만들어놓으면 팬들은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팬들은 V앱 동영상을 토대로 무수한 움짤을 생산해낸다. 이 움짤 또한 떡밥이 식지 않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트와이스의 데뷔 초기에 팬들은 떡밥이 너무 많아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9명의 멤버들이 각자 V앱을 하기도 하고, 9명 전체가 하기도 하며, 3~4명씩 하기도 한다. 그 내용은 팬이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는 시시하기 이를 데 없다. 차량 이동중에, 밥 먹다가, 촬영 마치고 심심해서, 어쩌다가 그냥 그들은 V앱을 켠다. 그러면 전 세계에서 수십 만의 팬들이 어찌 알고서 금세 모여든다. 트와이스나 BTS는 V앱 방송을 미리 준비하지도 않는다. 그냥 하고 싶으면 방송을 켜서 편안하게 자기 얘기하고 끝이다. 하지만 팬들에게는 "은총"과도 같다.
나는 SM 엔터테인먼트 진성 팬이다. 트와이스를 좋아하지만 JYP를 그리 좋아하는 것은 아니며, BTS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SM이 신비주의를 앞세우는 바람에, 엑소나 NCT의 V앱 숫자가 BTS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BTS나 트와이스 멤버들이 유달리 밝고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하튼 핵심은 BTS나 트와이스에 비해 여타 그룹들은 V앱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와이스나 BTS에 관심을 끊은 지도 1년이 넘어가서 지금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마 그들도 너무 바빠서 어느샌가부터 V앱을 통한 떡밥 만들기에 소홀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한창 성장 가도에 있었을 때에는, V앱의 적극적 활용이 여타 그룹들보다 두드러졌다는 점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