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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하기보다 약한 우리

맹자의 성선설과 브레네 브라운의 '취약성의 힘'

저는 지금까지 많은 분들과 성선설, 즉 "모든 이들은 존재하는 그 자체로 온전하다(complete)"는 철학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골로새서 2장 10절은 "너희도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하다"고 말하는데(Colossians 2:10 says you are complete in Jesus Christ.), complete는 온전하다, 충만하다, 부족함 없다 등의 의미입니다. 즉 맹자가 말하는 선(善)이지요.

그런데 성선설을 접한 많은 이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한결같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한데 어째서 그렇게 악을 많이 저지르냐!"는 것이지요. 아마 예수님께서도 이런 질문을 숱하게 접하셨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children of God인데 어째서 이렇게 죄를 많이 짓느냐!"는 것이겠지요.

유학의 경전 가운데 하나인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는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은미하구나(人心惟危 道心惟微)"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성선설과 관련지어 이해하자면, "사람의 본성은 선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구나."라고 쓸 수 있겠지요. 저는 이 문장을 본 에세이의 제목인 "악하기보다 약한 우리"로 다시 풀어보았습니다.

우리가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악을 행하거나 죄를 짓는 까닭은 결코 인간의 본성이 악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그토록 약하고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수많은 것들에 쉽사리 동요되고, 수많은 잘못된 습관들에 집착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자신의 나약함을 꾸짖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약하다고 할 때, 저는 약함과 강함을 의지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약함'이란 '강함'과 대비되는 상대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오늘날 심리학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개념어는 브레네 브라운이 사용한 바의 의미로서의 '취약성(vulnerability)'입니다. 여기서 취약성이라는 것은 결코 제 의지가 약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취약성은 우리가 세상 모든 것에 열려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open to all). 취약성은 부정적 의미를 주지만, 실상 vulnerability는 열린 마음(open mind)의 특징에 해당합니다. 인간 정신은 너무나 위대해서 세상 모든 것들에 열려 있기에, 당연히 취약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문을 닫는다거나, 돌멩이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의 모든 위대성, 창조성, 예술성은 다름 아닌 이 취약성, 다시 말해서 open mind의 결과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매우 많은 잘못을 저지릅니다. 저 또한 성선설을 주장하면서도 낯 뜨거운 잘못을 매번 저지르지요. 하지만 맹자는 군자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르면 흔쾌히 고치는 사람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제 "악하기보다는 약한 우리"라는 의미가 좀 더 분명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선한 본성(good nature)와 열린 정신(open mind)를 타고난 축복받은 존재입니다. 열린 정신으로 인해 우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 정신의 능력으로 수많은 기쁘고 행복한 일들을 행하기도 합니다. 타고난 것 가운데 나쁜 것은 없습니다. 아래 브레네 브라운의 유명한 TED 강의를 링크합니다. 강의 즐기시고, 항상 행복한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7Wd_6mFr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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