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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카라마조프와 DC의 조커]

남들에게 사랑 받는 법은 모르지만 남들에게 미움 받는 법만큼은 제대로 아는 남자. 하지만 사랑 받기는 어려워도 미움 사기는 쉬운 것이 또 세상만사.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가지고 놀 줄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이른바 '미움의 유희'를 펼친다. 자신이 이러저러하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어김없이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는 점을 그는 즐기는 것이다. 그는 '탐욕의 논리' '증오의 논리'의 대가이다.



그는 돈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돈이 자신의 생계를 든든히 뒷받침해준다는 전제 하에, 그는 마음껏 미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미움을 받아도 돈만 있으면 사는 데에는 문제없다. 그는 미움받는 것 자체를 즐기지는 않는다. 대신에, 그는 사람들이 한치의 오류도 없이 모두 그가 계획한 '미움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즐긴다. 그는 미움받음으로써 승리자가 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이 그의 논리 아래 굴종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미움의 유희를 통해 그는 인간이 별 수 없음을 즐기고, 다른 인간 또한 자신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거듭 증명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미움의 유희를 가장 즐겼던 현대 인물이 바로 DC 코믹스의 '조커'이다. 특히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에서 보이는 조커의 언행은 모두 이 미움의 유희에 다름아니다. 그는 논리를 보여주고 현실 속에서 증명하려 드는 철학자이다. 미움과 증오와 분노의 프로세스를 그는 누구보다도 속속들이 꿰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게임'을 한다. 그는 미치지 않았다. 아니, 그는 대단히 냉정하고 논리적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그가 제안한 게임의 논리가 인간사에서 계속 증명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추악함을 폭로해내는 대단한 고발자이다.




이 글은 일종의 자경문[自警文]이다. 이러저러하게 행동할 경우 남들에게 미움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어쩌면 미움의 프로세스 자체가 확고부동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즐거워하며 인간에 대해 냉소하는 자세가 아닌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이 글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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