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솔직한 유튜버, 신사임당

저는 대학교 강의에 쓸 동영상을 수집하기 위해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무한 재생의 악순환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전공에 파묻혀서는 도저히 알 수 없을 것 같은 세상 돌아가는 일을 맞닥뜨리고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저는 신사임당이라는 유튜버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월 1천만 원 버는 법을 강의하는 스마트 스토어 운영자입니다. 갈수록 팍팍해져 가는 현실과 얄팍해져 가는 지갑을 마주한 평범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유익한 동영상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는 유튜버입니다. 그의 동영상을 통해 제가 배운 것 세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그는 스마트폰의 화면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화면 구성과 촬영에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진정 필요로 하는 콘텐츠와 성능 좋은 마이크, 그리고 화질이 좋은 아이폰이면 된다는 것입니다. 요즘 이와 같이 특별한 장비 없이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 및 개인기로 인기를 끄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습니다. 러시아 출신 크리스라는 여성은 <소련 여자>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녀는 단돈 5만 원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화면 속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반말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칼이나 총을 휘두르면서 위협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소박한 장비만을 갖추고 있지만, 2020년 현재 그녀 채널의 구독자 수는 50만을 넘었습니다. 매 동영상 조회수도 80만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이들이 그녀와 같이 성공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신사임당과 소련 여자 등의 케이스를 보면, 비싸고 현란한 배경보다는 차라리 유튜버와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차분한 환경이 채널의 성격에 따라서는 더 낫습니다.

둘째, 신사임당은 사람들이 유튜브 화면을 보지 않더라도 소리는 듣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에 무릎을 쳤습니다. 사실 철학 전공자인 저는 필요한 유튜브를 시청할 때, 화면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원하는 강의를 소리로만 들어도 전혀 문제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신사임당의 채널은 주로 언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좋은 마이크가 필요하지만 좋은 카메라는 필요 없습니다. 있으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제한된 재화 내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겠지요. 그의 경우에는 마이크를 선택하고 재화를 그에 집중했습니다. 소니 ICD TX650이라는 마이크를 쓴다는데, 이미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필수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셋째, 유튜브 콘텐츠는 질 못지않게 양과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열정보다는 꾸준함을 강조합니다. 열정이 식고 난 그 자리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지요. 칼 뉴포트의 <열정의 배신>이라던가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합니다. 꾸준한 영상 업로드는 양의 증가와도 직결됩니다. 유튜브는 신사임당의 주 수입원이 아닙니다. 그는 엠제이 드마코가 passive income이라고 말하는 이른바 '자동 빵 수입'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동영상 업로드를 소홀히 하면 금세 시청자 수가 줄어든다는 점을 그는 압니다. 그는 자신이 왜 성공했는지 잘 모른다고 이야기하며, 유튜브는 "그냥 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열'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모든 것은 식게 된다고 말하지만, 전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자신이 진정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은 열정의 뜨거움과 관계없이 그냥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계발 서적의 내용을 체화하려고 노력한 그의 말은 하나하나가 대충 퉁치는 법이 없습니다. 타인의 가치를 올려줄 때, 타인은 지갑을 열어줍니다. 더 많은 타인에게 더 많은 가치를 올려줄수록, 더 많은 수입이 들어옵니다. 이는 경영경제뿐만 아니라, 세상 전반에 통용되는 이치라고 여겨집니다.

신사임당의 채널은 돈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람 사는 이치를 다룹니다. 자신은 채널로 돈 버는 것이 아니며, 채널이 언제든 망할 수 있다고 그는 남 이야기 하듯 말합니다. 그는 자신이 타인과 경쟁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경쟁은 상위 탑티어들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 경쟁할 게 아니고, 그냥 매일매일 자기 일만 꾸준히 하면 된다는 것이죠. 매달려야 할 것과 매달리지 말아야 할 것은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맨손과 맨발로 획득한 그의 채널이 인기가 있는 이유를 새삼 알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악하기보다 약한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