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 정수리를 쪼갤 듯 덤벼드는 따가운 햇살 속에 저는 지인들과 함께 청학동을 다녀왔습니다. 지자체가 돈을 붓고 솜씨를 부려 잔뜩 꾸며놓은 청학동 풍경은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영혼 없는 광경에 화려한 문장을 입혀 글을 쥐어짜는 것은 전혀 제 관심사가 아니니까요. 다만 저는 청학동 어귀의 조그마한 식당에서 동동주와 파전을 마시며 세월아 네월아 늘어져 쉬면서 행복했던 제 모습을 공유하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이렇게 더웠는데...더위를 피해서...
이렇게 드러누웠습니다.
참으로 시원하고 행복했습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동동주도 기가 막히게 맛났습니다.
우리는 종종 휴가의 참된 의미를 잊곤 합니다. 휴가는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을 편히 쉬는 것인데, 많은 이들은 휴가를 다녀오면 더욱 피곤해합니다. 현대인들은 뭔가 행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서, 쉬는 것조차도 편히 쉬지를 못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물론 저는 능동적인 성격의 여행자가 촌음을 아껴 가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즐기는 경우를 비판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여행지에 가서도 뭔가 하지 않으면 인생을 덜 산 것 같이 느끼고, 편안히 뒹굴뒹굴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것 자체를 죄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적지 않습니다. 일상을 전투로 알고 사는 사람이 일상을 벗어나서 전투적으로 살지 않을 것 같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여가조차도 전투적으로 보내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여가시간에도 쫓기듯 살아가고 쫓기듯 뭔가를 합니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지적했던 그 독특한 자본주의적 근면성을 붙잡고 놓질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