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제이슨 프라이드
<부의 추월차선>을 써서 유명해진 엠제이 드마코는 사람들이 지닌 문제점을 해결해 줄 때, 그들은 지갑을 연다고 말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를 항상 귀찮게 하는 사소한 문제들이 여기저기에 산적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해결 불가능하니 참고 지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요. 반면에 사소한 문제에도 호기심을 느끼고 달려들어 해결책을 내놓는 이는 큰 사업기회를 손에 쥐게 됩니다. 본 TED 영상은 사람들이 왜 사무실에서 일에 집중하지 못할까 호기심을 느낀 제이슨 프라이드의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우리는 도서관과 스타벅스에서 일거리를 쌓아놓은 채 집중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주말에 휴식을 희생하면서까지 일할 정도면, 이들은 분명히 사무실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타입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채 일을 끝내지 못할까요? 맡은 업무가 과도해서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잠시 눈을 감고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가를 떠올려 봅시다.
아침에 출근해서 일을 좀 시작하려 하자마자 박 과장이 부릅니다. 가서 보니, 꼭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지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자리에 돌아와서 과장이 시킨 일을 하려고 하자마자 다시 긴급회의가 있습니다. 가서 보니, 사내 메신저로 전달해도 될 내용을 전달하느라고 팀원들을 죄다 소집시킨 거였습니다. 쓸데없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전부 우르르 몰려나가 커피 한 잔 마십니다. 죄다 업무와 상관없는 이야기뿐입니다. 업무 리듬이 완전히 깨진 상태에서 다시 집중하려니, 잘 되지 않고 짜증만 납니다. 보나 마나 조금만 있으면 누군가 또 나를 방해하겠지요. 여지없습니다. 생각을 끝내자마자 김 대리가 와서 업무 세부사항을 질문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오전 업무 시간이 끝났습니다. 이제 점심 식사를 하러 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마 오늘 오후에도 이와 같이 아무것도 제대로 한 일 없이 끝나겠지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생각해 보니, 오늘 내가 왜 살았나 싶습니다. 농땡이를 친 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한 게 없다니 정말로 미칠 노릇입니다. 그러나 내일이라고 해서 다를 것 같지가 않습니다.
제이슨 프라이드는 말하는데 거침이 없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제대로 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두 원흉으로 M&M을 꼽습니다. 물론 초콜릿 이름이 아니지요. M&M은 관리자(manager)와 회의(meeting)를 지칭합니다. 이 고약한 커플은 실무자가 일에 집중할 기회를 주지 않고, 업무 리듬을 잘라먹습니다. 관리자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SNS를 자주 해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니, 회사 차원에서 SNS를 막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이슨 프라이드의 견해는 다릅니다. SNS 활동은 현대판 흡연 시간입니다. 현대인들은 담배 피우러 나갈 시간에 SNS를 하며 휴식할 따름입니다. SNS 때문에 할 일을 못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지요. 회의는 또 어떻습니까? 관리자는 1시간 회의는 1시간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0명이 모여서 1시간 회의를 한다면, 1시간이 아닌 10시간이 낭비된 셈입니다. 10명이 모인 1시간 회의는 1시간이 아닌 10시간짜리입니다. 회의는 실무를 하는 시간이 아니라, 실무를 하기 위한 준비시간입니다. 게다가 회의를 준비하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게 소모되지요. 사람들은 끊어지지 않고 거듭되는 관리자의 방문과 회의 때문에 사무실에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 제이슨 프라이드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내놓은 대안은 무엇일까요? 그는 3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1) 특정일을 침묵의 날로 정해서, 서로 방해 말고 각자 일만 하라.
2) 사내 메신저를 더 많이 사용하라.
3) 회의를 취소하라.
다소 과격하고 장난스럽기는 합니다만, 원칙은 분명합니다. 특정일을 침묵의 날로 정하면, 그날만큼은 관리자가 실무자를 방해할 수 없겠지요. 관리자가 사내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회의를 주재할 경우, 시간이 단축됨은 물론입니다. 쓸모없는 회의는 취소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실무자가 과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이점만 있지요. 이 세 가지 제안이 청중들에게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음이 틀림없습니다. 제이슨 프라이드는 열렬한 환호와 박수 속에 무사히 TED 강연을 마치고 퇴장했으니까요.
지난 몇 년부터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 커피숍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며 생활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점점 부상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작가나 프로그래머, 예술가 등이 대열에 합류했지요. 하지만 아직도 사무실 근무가 대세이며, 사무실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업종은 매우 많습니다. 오늘날 대다수 사무실은 업무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사무실에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데, 이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입니다. 제이슨 프라이드의 개기 발랄한 논리 전개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 TED 강연은 가치가 있습니다. 이에 이 영상을 추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dZhaoqk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