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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을 모니터링하세요

모기 겐이치로, <아침의 재발견>

앞선 글에서는 <아침의 재발견> 1장에서 저와 저자의 다른 견해를 짚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2장에서 7장에 걸친 여러 논의들은 유사한 책들과 달리 매우 꼼꼼하고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정리의 신이라 불리는 곤도 마리에(近藤麻理惠)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천년 장인의 정신을 지닌 일본인들의 꼼꼼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요. 아침을 중심으로 한 올바른 생활습관을 담은 실용서적을 찾는 사람라면, 이 책 하나로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인상 깊게 읽은 부분들을 새겨보겠습니다. 


저는 조깅을 한 뒤에 마음이 평안해지고 행복감이 밀려오는 경험을 즐깁니다. 그런데 조깅 뒤에 뇌에서 어떤 파가 나와서 기분이 좋아지는지 궁금했습니다. 모기 겐이치로에 따르면, 정답은 알파파(alpha wave)입니다. 우리가 명상에 들 때, 뇌는 알파파 상태에 놓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분 좋게 운동하고 난 뒤 걸어서 집에 돌아올 때, 우리는 걷기 명상을 하는 셈입니다. 걷기나 조깅을 하면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서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쾌감 물질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물질은 ‘천연 마약’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에게 행복감을 줍니다. 다만 베타 엔도르핀을 느끼려면 30분 이상은 운동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30분 정도 슬로우 조깅을 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땀이 날 정도로 조깅을 한 뒤 집으로 걸어오다 보면,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드는 것을 느낍니다. 모기 겐이치로는 아침 조깅을 권했지만, 저녁의 슬로우 조깅 또한 밤잠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저녁에 술을 마시는 습관 또한 경계합니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6시간 후에 알코올이 분해됩니다. 그런데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각성 작용이 함께 일어납니다. 결과적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채로 깨게 되지요. 이는 위에서 언급했던 수면학자 매슈 워커 또한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술자리는 과거처럼 잦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2주에 하루 정도 술자리가 있습니다. 좋은 술자리를 피할 생각은 없습니다. 40세가 넘어가니, 이제 다들 늦게까지 술을 마시지도 않습니다. 대신 저는 점심때 커피 대신 가볍게 마시는 낮술을 즐깁니다. 옛 어른들이 코가 빨개지도록 마시는 소주 1병 반주와 오늘날의 낮술은 관계없습니다. 남들이 커피숍에서 카페 라떼 마실 때, 저는 유자 맥주 한 잔 마실 따름입니다. 하지만 낮술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하겠군요. 


수면 시간 확보를 1순위에 두라는 저자의 조언 또한 제 마음에 꼭 듭니다. 생체 리듬에 따라 일상을 설계하는 슬로 라이프는 여러 일과의 우선순위를 중시합니다. 여러 일과 가운데 1순위는 수면입니다. 아마 수면을 ‘일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수면이라는 일과를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의 일과 처리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취미 생활이나 유튜브 시청, SNS 활동 등은 수면이라는 일과에 비하면 부차적입니다. 일과표를 짤 때에는 반드시 수면 시간을 먼저 확보한 뒤, 다른 일과들을 중요도에 따라 배치해야 합니다. 


제게는 인상 깊게도, 모기 겐이치로는 “긍정의 말버릇으로 불행의 사슬을 끊어라.”라고 말합니다. 유명한 동기부여 코치인 짐 퀵은 “당신의 혼잣말을 모니터링하세요(Monitor your self-talk).”라고 말했습니다. 평소에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 긍정적인 뇌를 만드는데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혼자서 입 밖으로 또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여러 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타인에게는 거짓말할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는 나 자신도 속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혼자 중얼거리는 말들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아침뿐만 아니라 잠에 드는 그 순간까지, 혼잣말을 점검함으로써 나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때 아침에 샤워하면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온통 불평과 불만뿐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매우 힘든 상황이었고, 정신적으로 피폐했습니다. 나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타인이 제 머릿속으로 들어올 수는 없으니까요. 사소한 말버릇, 나아가서 사소한 습관이 사실은 모든 것을 대변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은 나 자신의 부정적 습관을 점검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합니다.               

  


지금까지 모기 겐이치로가 쓴 <아침의 재발견>을 리뷰 했습니다. 생체리듬에 따라 일상을 재설계하고자 하는 동기를 지닌 분들은 유사한 책을 여러 권 섭렵합니다. 이 책의 내용도 같은 범주에 속한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 적용 가능하게 잘 꾸며졌고, 무엇보다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한 그림이 많습니다. 강렬한 주황색 표지만 봐도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이 책을 아침의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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