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출근 전 2시간>(위닝북스, 2016)의 작가는 김태광입니다. 그는 2020년 현재 <한국 책쓰기·성공학·코칭협회> 회장이며, 최단기간·최다집필 기록으로 2013년 기네스북에 등재되었습니다. 김 작가는 2020년 현재 <김도사 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데, 23년 동안 200여 권의 책을 썼다고 홍보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이 책은 ‘출근 전 2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한 실용적인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다소 과장되었지만, 제법 유용합니다. 그 가운데 슬로 라이프의 성격에 맞는 두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그는 ‘신데렐라 수면법’에 도전하라고 말합니다. <신데렐라>는 프랑스 작가인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가 1697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신데렐라는 심술궂은 새어머니 및 두 명의 새 언니 밑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하녀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라의 왕자가 신붓감을 찾기 위해 무도회를 개최하지요. 입고 갈 드레스가 없어 서럽게 울던 신데렐라에게 한 요정이 나타납니다. 그녀는 화려한 옷과 구두 등을 신데렐라에게 마련해 준 뒤, 자정이 되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주의를 줍니다. 신데렐라가 무도회에서 왕자와 함께 춤을 추다가, 자정이 되자 황급히 나오는 바람에 구두를 흘린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신데렐라 수면법은 한 마디로 12시 이전에 취침하라는 권고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12시 이전 ‘귀가’가 아닌, ‘취침’입니다. 신데렐라는 12시에 귀가하자마자 바로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시청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구두를 흘리면서 뛰쳐나온 신데렐라가 덜컹거리는 호박 마차에 앉아 아이폰을 들여다보는 광경을 상상해 보십시오. 아마 그녀는 무도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가, 언니들에게 들켜 빗자루로 얻어맞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왕자는 그녀의 번호를 딸 수 없었고, 결국 ‘구두 주인 찾아 3만 리 프로젝트’를 전국적으로 펼친 결과 재투성이 아가씨를 찾아내지 않았습니까.
2020년 현재, 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술자리를 1차에서 마치고 귀가한 뒤에도, 현대인들은 그냥 자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다음날 늦잠을 자게 되고 오전부터 일정이 꼬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술자리가 있던 날은 귀가하면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서 충전 거치대에 올려놓은 후, 뒤도 돌아보지 말고 씻으러 가는 편이 좋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10시에 귀가했다면, 평소 11시에 자던 사람이라도 일찌감치 침대에 눕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곧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고 새벽 1시가 넘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면, 꿈속에서 가수 서인영이 <신데렐라>를 부르며 다가와 하이힐로 이마를 찧을지도 모릅니다.
둘째, 김태광 작가는 오전에 80%의 업무를 끝내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을 빌려보겠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80/20 법칙을 지킨다. 그들은 오전에 일의 80%를 마친다. 오전에 급하고 중요한 일을 반 이상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체력이 떨어지는 오후를 한결 느긋하게 보낼 수 있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80/20 법칙을 역 이용한다. 쉽게 말해 오전에 일의 20%를 마치는 것이다. 그들은 덜 급하고 덜 중요한 일에 시간을 할애한다.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오전 시간을 사장시켜 버린다. 그리고는 오후가 되면 80%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허둥댄다. 그들이 과연 80%의 일을 마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들은 40%도 처리하지 못한다고 한다. 오후에는 그만큼 주위가 산만하고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220-221쪽)
다니엘 핑크와 매슈 워커가 지적했듯이, 현대 사회는 아침형 인간의 생활리듬에 맞춰져 있습니다. 적지 않은 CEO들은 조찬 회의를 하고 아침부터 직원들을 몰아세웁니다. 이 책에 따르면, 고(故) 정주영 회장은 아침 6시 30분에 임원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이 시간까지 업무 파악을 못한 현대그룹 임원들은 그날로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지요. 이럴 경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생활습관을 조정하여 생체리듬을 바꾸는 편이 좋습니다.
오전에 80%의 업무를 끝내는 생활습관이 슬로 라이프에 적합한 이유는 삶에 여유를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하루 7시간 수면 보장은 만인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점심 식사 전까지 일의 80%를 끝내 놓으면, 성취감과 더불어 한층 여유가 생깁니다. 오전 11시가 넘어 일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 사람들은 오후에 기력이 떨어집니다. 이때 미뤄둔 일을 한꺼번에 해치우려 들면, 한층 초조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게 됩니다.
제이슨 프라이드는 많은 인기를 끌었던 TED 강의 <사무실에서 일이 안 되는 이유>에서 침묵의 날(no talk day)을 제안합니다. 제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서로 방해하지 않는 날을 잡자는 것이지요. 저는 가급적 오전에는 서로 말을 걸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무실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점차 확산되고 있는 집중시간근로제가 좋은 사례겠지요.
슬로우 라이프는 일을 느리게 하는 대신 집중력 있게 하기를 권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급할 이유가 없지요. 이 때문에, 파레토의 법칙을 재미있게 변용한 80/20 법칙은 슬로 라이프의 방식에도 부합합니다.
지금까지 김태광 작가의 <출근전 2시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은 작가 본인의 경험과 함께 구본형 소장이나 공병호 소장 등 새벽을 값지게 사는 사람들의 사례를 많이 실었습니다. 작가 개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저는 <천재작가 김태광>(위닝북스, 2013)이라는 자서전을 쓰는 분과 저의 성향이 맞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슬로 라이프의 나무늘보라기보다는 투쟁적인 독수리에 가깝습니다. 신데렐라 수면법과 80/20 법칙도 그의 창의라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 책에서 볼 수 없는 풍부한 국내 사례와 재치 있게 네이밍한 여러 원칙들이 많이 담긴이 책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