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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PM] 낮잠을 자는 이는 하루를 두 번 산다

브루노 콤비, <생체리듬을 회복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오늘은 제가 생체시계에 따라 사는 과학적 삶인 슬로 라이프의 일과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중 하나인 '낮잠'에 대해서 다루어볼까 합니다. 여기서 제가 낮잠의 중요성을 왜 강조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게으른 편은 아니었습니다. 머리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궁둥이가 무거운 쪽이었으며, 어디 가서 게을러터졌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후 2시가 되면 어김없이 졸렸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한창 수업 시간 때이지요. 저는 정말로 졸려서 견딜 수가 없어서 꾸벅꾸벅 졸다가 책상에 머리를 박기도 했습니다. 간신히 참아내면 졸음이 가셨지만, 오후 내내 머릿속이 멍 했습니다. 저는 약해 빠진 제 체력을 탓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했습니다. 제 체력이 그다지 약한 편이 아니었거든요. 적어도 평균은 되었습니다. 체력이 달려서 무슨 일을 못한 적이 없었거든요. 다만 오후 2시에 귀신같이 잠이 쏟아질 따름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제 나약한 의지를 탓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것도 적절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른 일들을 해내는 데 의지가 딱히 부족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다지 독한 놈도 아니었지만 말이지요. 어린 시절부터 낮잠은 제게 "저주받은" 체질이었습니다. 그냥 잠이 쏟아지는 걸 어쩌란 말입니까.


그러나 이 사회는 낮잠을 게으름의 표상이자 죄악으로 간주합니다. 아니, 우리 사회뿐만이 아닙니다. 산업혁명의 본고장인 영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톰 호지킨슨은 말합니다. "노동과 산업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독단적 이념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낮잠이란 무익하게 흘려보내는 시간 낭비로 폄하된다. 업무 시간에 낮잠 또는 휴식 시간이 포함되는 남유럽의 안정된 근로 리듬은 한때 영국에서도 일반화된 현상이었으나, 게으름꾼들의 최대 강적인 산업혁명에 의해 완전히 파괴돼 버렸다... 많은 사람들은 낮잠에서 깨어날 때 뭔가 찝찝하고 언짢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죄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날마다 일요일처럼>, 102쪽)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다니엘 핑크의 말을 들어봅시다. "낮잠을 잤다는 생각에 수치심마저 든다. 내게 낮잠은 자기를 관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자기혐오만 일으키는 한심한 버릇이다. 낮잠은 내가 자기 관리에 실패하고 인격적으로 취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징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최근에 마음을 바꿨다. 낮잠은 최저점에 대한 영리한 대응으로 꼭 챙겨야 할 귀중한 휴식이다."(<언제 할 것인가>, 81쪽)  


저의 최근 심경 변화는 다니엘 핑크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낮잠 욕구는 대다수 인류에게 공통되며,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저는 최근에야 배웠습니다. 세계적 수면학자인 매슈 워커는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진정한 수면 패턴은 밤에 지속적으로 더 길게 한 차례 자고, 이른 오후에 짧게 낮잠을 자는 형태다. 인류학적, 생물학적, 유전적 증거가 그렇다는 것을 뒷받침하며, 그 양상은 지금까지도 모든 인류에게서 뚜렷하게 남아 있다."라고 말합니다.(108쪽) 그렇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낮잠 욕구는 매우 정상이었습니다. 게다가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에 따르면, 낮잠 자기 가장 좋은 시간은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입니다.(<언제 할 것인가>, 89쪽). 오후 2시쯤 낮잠이 쏟아지는 저는 세계 평균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못된 사회적 인식으로 말미암아, 다니엘 핑크처럼 제 자신을 폄하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저를 속인 사회에 대해 분노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어차피 이 사회가 서유럽처럼 낮잠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시에스타 문화는 서유럽에서 사라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니 개인이 알아서 어디서든 낮잠을 자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키와 구글은 본사 건물 곳곳에 낮잠 전용 휴게실을 마련해 놓았다고 합니다.(<왜 우리는 잠을 자야 할까>, 433쪽) 대부분의 직장에서 그와 같은 시설은 사치로 간주됩니다. 다행히 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신분에 있습니다. 저를 머리 꼭대기에서 감시할 상관은 없습니다. 물론 저도 라꾸라꾸 침대를 독차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는 않습니다만, 뒤통수만 붙이면 바로 자는 체질 탓에 낮잠을 자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낮잠은 기억력을 상승시키고 창의력을 증진시키며, 몰입의 강도를 높여줍니다. 심장병 사망 확률을 낮추고 전반적인 면역 체계를 강화시킵니다. 이처럼 낮잠의 효능은 이루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다만 낮잠의 길이에 대해서는 다소 신경을 써야 합니다. NASA의 조사에 따르면, 10~20분의 짧은 낮잠인 파워냅(power nap)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30분 이상을 자게 되면, 생체리듬 전체가 흔들려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이 잠이 들고 깨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모든 시간을 감안해서 30분 정도를 낮잠 시간으로 배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다니엘 핑크는 자신이 낮잠이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너무 길게 잔 탓에 오히려 기분을 망쳤다고 토로합니다. 저 또한 15분 정도만 자고 일어나면 딱 좋았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타인이 게으름 피우는 걸 질색했지만, 자신은 매일 오후 낮잠을 즐겼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에도 낮잠은 꼬박꼬박 챙겼는데, 그래야만 뛰어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토머스 에디슨은 잠을 증오하는 인물로 유명합니다. 그는 하루 3~4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공언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에디슨만큼이나 유명한 니콜라 테슬라와 헨리 포드의 증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테슬라에 따르면, 에디슨은 밤에 4시간을 잤지만, 낮에 2~3시간을 자기도 했습니다. 헨리 포드의 증언 또한 유사합니다. 그는 어느 날 에디슨을 만나러 갔다가 그가 잠자는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에디슨의 조수는 당연한 듯 말했습니다. "에디슨 씨는 밤에 많지 자지 않아요. 낮에도 잘 뿐이지요."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는 수면 부족과 치매(알츠하이머 병)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매슈 워커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잠이 부족하면 아밀로이드 판이 깊은 수면을 생성하는 뇌의 영역에 쌓이면서 그곳을 공격하여 망가뜨립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일수록 깊은 수면은 줄어들고, 깊은 수면이 줄어들수록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235쪽) 매슈 워커는 내친김에, 평소 잠을 적게 잔다고 떠벌리던 마가렛 데처와 로널드 레이건이 모두 치매를 겪은 것에 주목합니다. 다니엘 핑크는 말합니다. "대충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4시간만 자고 버티거나 밤을 새워 일하는 강인한 체력을 가진 사람들을 감탄해마지 않았다. 그들은 영웅이었고 그들의 전투적인 헌신과 열정은 다른 사람들의 무기력하고 연약한 모습을 은근히 질타했다. 그러다 수면 과학이 주류에 편입되면서 우리의 시선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잠을 잘 줄 모르는 사람들은 영웅이 아니라 바보였다. 그런 사람들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우리까지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었다."(<언제 할 것인가>, 88쪽)

이제 낮잠을 죄악시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문화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다간, 내가 먼저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 내가 있는 곳에서 낮잠 문화를 스스로 실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낮잠을 자는 이는 하루를 두 번 산다고 믿습니다. 오전과 오후 내내 낮잠을 참아가며 일하면, 퇴근할 때쯤이면 이미 잔뜩 지치게 됩니다. 저녁에 무언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반면에 낮에 15분만 개운하게 자고 나면, 오후는 물론이요 저녁 시간까지 활기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하루를 두 배로 늘려주는 묘약인 낮잠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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