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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간헐적 단식 때는 하루 중 언제 커피 마시지?

매슈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저는 앞선 글에서 간헐적 단식 때에 커피를 마시기 좋은 시간에 대해 간략히 다루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커피를 특정 시간에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에 불편함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슬로 라이프를 산다면서, 너무 인생을 빡빡하게 몰아가는 건 아니냐는 반론이지요. 그와 같은 의문은 정당합니다. 저는 커피를 매우 좋아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어느 때든 커피를 마십니다. 가령 새벽에 유럽으로 떠나는 친구를 인천공항에서 배웅해줄 때, 밤 11시까지 스타벅스에서 함께 가지는 커피 타임은 제게 큰 기쁨입니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른 원칙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아침을 굶은 16:8 간헐적 단식자들에게 적합한 커피 타임을 함께 알아보고자 합니다.


간헐적 단식자에게 오전 커피는 좋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마시는 모닝커피가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빈 속에 모닝커피? 굿모닝 아닌 헬모닝>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빈 속에 커피를 마시게 될 경우 카페인이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신경과민이 될 수 있습니다. YTN Science가 제공하는 <모닝커피, 정말 잠을 깨워줄까?>라는 기사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 주로 기상 후 1~2시간 사이에는 코르티솔이라는 각성 물질이 분비됩니다. 그런데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성질이 유사한 코르티솔의 분비를 감소시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신체는 자연스러운 각성에 약해지고, 카페인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카페인 중독이 되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므로,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학자들은 오전 9시 30분 전후와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가 커피를 마시기 좋은 때라고 권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조언은 삼 시 세 끼를 모두 챙겨 먹는 사람들에게만 적합합니다. 사실은 완전히 적합한 것 또한 아닙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밝혀보겠습니다.

우선 아침을 굶는 16:8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의 경우를 살펴봅시다. 그는 점심 식사 때까지는 물 또는 감잎차를 제외한 어떤 것도 섭취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오전 내내 공복 상태이지요. 그런데 YTN 기사에서 밝히듯, 공복 상태의 카페인 섭취는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합니다. 빈 속에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다는 것은 모두 경험상 잘 알고 있지요. 카페 라떼를 마시면 좀 덜합니다만, 사실 우유도 인간의 몸에 좋지 않습니다. 우유는 사람이 아닌 송아지가 먹으라고 나온 것이니까요. 우유의 해악에 대해서는 티에리 수카르가 지은 <우유의 역습>(알마)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오전 9시 30분에 마시는 커피도 건강에 해롭습니다. 

게다가 오전에 마시는 커피는 공복 상태를 깬다는 점을 저는 <16:8 간헐적 단식에 모닝커피가 나쁜 이유>에서 다루었습니다. 16:8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오전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몸은 현미밥 섭취와 커피 음용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음식 투여로 인식하니까요. 결론적으로 16:8 간헐적 단식자는 오전에 커피 음용을 삼가야 합니다.


간헐적 단식자에게 오후 2시 이후 커피는 좋지 않다 

오전에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충고도 힘든데 이제 오후 2시 이후에 마시지 말라니,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일까요? 제가 커피 회사와 원수라도 진 걸까요? 저는 전생에 커피 마시다 죽은 원혼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에도 우리는 과학적 연구결과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신의학신문 2019년 12월 자 칼럼인 <수면 부족의 결과는 아프고 뚱뚱해지고 멍청해지고 단명한다>의 내용을 살펴봅시다. 칼럼을 쓴 이상수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졸려서 흔히 커피를 찾게 됩니다만, 오후 2시 이후에 먹는 커피는 주의하셔야 합니다. 혈중 카페인 농도를 반으로 줄이는 데 4.5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오후 2시에 먹은 카페인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때는 자정에 가깝습니다. 커피를 줄이기 어렵다면 디카페인 커피로 드십시오. 나이가 들면 간에서 카페인을 대사하는 기능이 떨어져, 카페인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세요." 

이를 통해서 볼 때, 오후 2시 이후 커피 음용은 양질의 수면을 방해하는 범인입니다. 저는 16:8 간헐적 단식과 아침형 인간은 함께 가야 하는 짝꿍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일찍 자야만 야식의 유혹을 받아들일 유인이 적어져서 간헐적 단식을 하기 쉬워집니다. 저의 경우에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11시에 잠듭니다. 이 때문에 오후 2시 이후 커피를 마시게 되면, 카페인을 체내에 남겨둔 채 침대에 눕게 됩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30분 뒤에 마시는 커피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자, 아침을 굶는 16:8 간헐적 단식자에게 남은 커피 음용 시간은 이제 점심 식사 이후에서 오후 2시까지, 그러니까 약 2시간 정도뿐입니다. 사실 이 정도는 뭐,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점심 식사 후에 커피를 한 잔 테이크 아웃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의해야 할 마지막 사항이 있습니다. <식후 커피·늦은 양치질… 점심식사 후 하면 안 좋은 습관 3가지>라는 기사를 살펴봅시다. 이보람 기자에 따르면, 식후 바로 커피를 마실 경우 커피 속 탄닌이 철분과 결합해서 철분 흡수를 방해합니다. 몸속 철분이 부족해지면 신진대사율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져서 결과적으로 만성피로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카페인으로 인한 철분 부족을 막으려면 식후 30분 이후에 커피를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음식물 속 철분이나 기타 미네랄이 30분 동안 어느 정도 흡수된 다음에 커피를 마시면,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겠지요.

지금까지 내용을 종합해 보면 16:8 간헐적 단식자가 커피를 마시기 좋은 때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30분 뒤입니다. 12시에 점심을 들고 12시 30분에 식사를 끝냈다면, 오후 1시쯤 커피를 마시는 게 제일 바람직하겠네요.  


그냥 마시고 싶을 때 마시자

자, 지금까지 16:8 간헐적 단식자가 하루 중 커피 마시기 가장 좋은 때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쯤에서 독자께서 퉁명스레 질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읽었어요. 그래서 당신은 언제 커피를 마시는 거요? 필자께서도 점심 식사를 마치고 30분 뒤에만 커피를 드시겠지요?" 이에 대한 제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니요, 저는 제가 마시고 싶을 때 마십니다." 아마 이 대답을 들으신 분들은 화가 나서 제 빡빡머리를 내려치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런저런 연구결과들을 인용하면서 가장 좋은 시간대를 찾아내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아무 때든 커피를 마신다는 겁니까? 지금까지 말장난 한건가요?"

아닙니다, 저는 말장난하지 않았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커피와 술에 관한 한, 제 원칙은 동일합니다. 굳이 찾아 마시지는 않지만, 마셔야 될 때가 되면 마신다. 저는 대부분의 날에는 온종일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다른 즐길 거리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실 때에는 굳이 사양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커피가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면 말이죠.


예컨대 저는 2019년 8월에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죠. 도쿄 우에노공원 안 스타벅스.  옛 목조건물 양식으로 지어졌고, 내부에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걸려 있지요. 날씨는 좋았고 공기는 맑은 아침이었습니다.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정말 카페 라떼 한 잔 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빈 속에 마셨지만, 따뜻한 우유 거품이 오히려 속을 달래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럴 때 16:8 간헐적 단식을 하니 모닝커피는 피해야지, 라는 심정으로 인상을 쓰고 앉아 있으면 안 될 일이지요.

아, 한 군데 더 있습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내려다보는 2층 스타벅스. 이번에 갔을 때는 기적적으로 창가 자리를 잡았지요. 제가 좋아하는 카페 라떼를 또 홀짝홀짝하며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였습니다만, 출장 중에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몰래 빠져나와서 굳이 지하철을 타고 이까지 왔지요. 제 20대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이거든요. 저녁에 잠을 청하기 어려우니, 이브닝 커피는 삼가야 한다? 평소에는 물론 마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마시지 않으면, 억울해서 잠을 청하지 못할 게 틀림없습니다. 어차피 자지도 못할 거, 그냥 기분 좋게 마시고 못 자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 저는 평범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평소엔 마시지 않지만, 필요할 땐 마신다. 저는 16:8 간헐적 단식 선봉자도 아니고, 커피를 점심시간 때만 마시자는 운동에 목을 맨 것도 아닙니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원칙을 세운 뒤, 제 삶에 맞게 쓰면 그만이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각은 오후 3시입니다. 오전부터 이상하게 커피가 당겼는데, 아는 분이 스타벅스 카페 라떼 기프티콘을 점심시간 직전에 선물해주셨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2시가 넘게까지 마시고 있지만. 심적 부담은 전혀 없습니다. 독자께서 여기에 실린 이런저런 연구결과들을 재미있게 읽어 주시면 그것으로 저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늘의 에세이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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