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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사용자를 중독시키는 쪽으로 설계되었다

칼 뉴포트, <디지털 미니멀리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중독을 파는 장사꾼이다

빌 마허(Bill Maher)는 HBO 인기 토크쇼인 <리얼 타임>의 호스트입니다. 진보적 성향을 지닌 코미디언인 그는 토크쇼 마지막 마무리를 주로 보수 정치인들 공격에 할애합니다. 그러나 2017년 5월 12일 방송에서 그는 다른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재벌들은 자신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친근한 너드 신nerd God인 척하지 말고, 중독적인 제품을 아이들에게 파는 티셔츠 차림의 담배 장사꾼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하서 '좋아요 Like'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일은 새로운 흡연과 같으니까요."(30쪽, 아래 동영상 참조) 


여기서 '친근한 찐따 신'이란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말이지요. 하지만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그가 아무런 근거 없이 비방을 일삼을 리는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쇼에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트리트탄 해리스를 초청했지요. 마른 체형이 빠른 말투를 지닌 게스트는 "스마트폰은 슬롯머신입니다."라고 단적으로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는 앱을 프로그래밍하는 대신 사람을 프로그래밍합니다. IT 기술자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자신의 SNS에 오래 머물도록 주의력을 빼앗을까 고민합니다. 페이스북 초대 대표인 숀 파커가 솔직히 고백하기도 했지요. 

"페이스북을 필두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할 때는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시간과 주의를 최대한 많이 소비하도록 만들까?'를 주로 고려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이 올린 사진이나 포스트를 보고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서 약간의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40쪽)


이제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 슬롯머신'이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왜냐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나 틱톡 등이 모두 사용자들의 주의력을 몽땅 빼앗아 자신의 플랫폼 안에 어떻게든 오래 머물러 있도록 설계되고 개선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까요. 우리가 SNS에 오래 머무는 까닭은 의지가 박약해서가 아닙니다. SNS가 처음부터 중독성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SNS의 '좋아요' 기능은 우리를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끈다  

칼 뉴포트는 SNS 중독 기제를 좀 더 분명히 설명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아는 '좋아요' 버튼을 파고듭니다. '좋아요' 버튼은 본래 페이스북에서 만든 기능이 아닙니다. '프렌드피드'라는 서비스가 2017년 10월에 처음 선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엄지를 치켜든 아이콘과 함께 이 기능을 도입하자, 세상은 그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버렸습니다. 칼 뉴포트의 지적을 들어봅시다. 


"'좋아요' 가능은 페이스북이 가끔 확인하는 재미있는 오락물에서 사용자들의 시간과 주의를 지배하는 디지털 슬롯머신으로 자신을 재구축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 버튼은 사회적 인정을 나타내는 지표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접수되는 풍부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었다. 그에 따라 계정을 계속 확인하고 싶은 엄청나게 매력적인 충동이 생겨났다."(169쪽)


저자는 '좋아요' 기능이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우리를 행위중독으로 이끈다고 말합니다. 

첫째, 모든 인간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타고납니다. 이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피드백 모두는 우리의 주의력을 심각하게 앗아갑니다. 저 같은 경우는 사실 게시물 하단에 찍힌 하트 개수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온종일 하트 숫자나 댓글 개수를 챙기는 이들을 주변에서 숱하게 봅니다. 이로 인해 현대인은 끊임없이 SNS를 들락날락거리며, 심지어 알림 기능을 설정해서 스스로 SNS의 노예를 자처합니다. 말하자면 족쇄를 스스로 찬 셈이지요. 

둘째, 이 사회적 욕구가 예상치 못한 패턴으로 충족될 때, 사람들은 더욱 SNS에 중독되게 됩니다. 이것은 슬롯머신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예상된 패턴으로 보상을 받을 때보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보상이나 (심지어) 손해가 진행될 때 더욱 짜릿함을 느낍니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지요. SNS로부터 수시로 날아드는 '좋아요'나 '댓글 소식, ' 기타 알림 들은 불규칙하게 우리에게 전달되면서 우리의 사회적 인정 욕구를 자극합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중독자들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온전히 몰입하지 못합니다. 항상 집중력의 어느 한 부분은 SNS를 향하고 있지요.  


SNS로 인해 우리는 고독 결핍을 겪는다 

이와 같이 거대 SNS 플랫폼은 우리에게 행위 중독을 선사하는 대신, 주의력을 앗아갑니다. 이 결과 우리는 심각한 주의력 결핍을 겪게 되지요. 그런데 칼 뉴포트는 이 외에도 또 다른 결핍 현상이 SNS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바로 '고독 결핍'이지요.  

저자에 따르면, '홀로 있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창조를 낳습니다. 링컨은 바쁜 와중에서도 백악관을 떠나 근처의 별장으로 가서 홀로 거닐면서, 노예 해방 선언문과 게티스버그 연설문 등을 작성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와 같은 고독은 반드시 독립된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레이먼드 케슬리지는 <Lead Yourself First>에서 "고독이란 외부에서 입력되는 정보를 개념치 않고 자신의 생각과 씨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방 안에 홀로 있어도 바깥 사정에 계속 관심이 쏠려 있으면, '고독'이 아니지요. 

그런데 현대인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고독의 시간 자체를 스스로 없애버렸습니다. 칼 뉴포트의 말을 빌리자면, "스마트폰은 잠깐의 한 눈 팔기로 그나마 남은 고독의 순간마저 없애버렸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조금만 지루해도 앱이나 웹사이트를 흘긋 훔쳐볼 수 있다. 이런 신기술은 외부의 입력을 즉각적이고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었다. 이제는 우리 삶에서 고독을 완전히 제거하는 일도 가능하다."(118쪽) 


그런데 '고독 결핍'이 딱히 나쁠 이유가 있을까요? 온종일 잠시도 심심할 틈 없이 재미있는 세상사를 즐기는 것이 어째서 문제가 될까요? 집중력이 좀 떨어지면 어떻습니까? 공부할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은 엄마나 할 소리지요. 저도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꼰대 소리 따윈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은 본성상 언제나 자신에게 더 유익한 것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재미는 큰 유익 가운데 하나이지요. 오늘날 학교 공부는 미래를 보장해준다는 확신조차 주지 않기 때문에, 재미도 없는 주제에 유익해 보이지도 않지요. 온종일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게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었단 말일까요? 

칼 뉴포트에 따르면, 고독을 회피할 경우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감정을 보살피거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힘이 약화됩니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대신 항상 관심이 외부로 향해 있을 경우, 나 자신을 돌보는데 소홀해지지요. 그 결과는 섭식장애, 우울증, 강박증 등입니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심리학 교수인 즌 트웬지는 오늘날 10대들의 정신건강에 변화가 생긴 시기가 미국에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말합니다. 저널리스트인 브뉴아 데니젯 루이스는 불안에 시달리는 10대들은 스마트폰 등장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온종일 문자 메시지와 SNS에 매달리는 현상은 전적으로 새로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125쪽)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이제 현실 속에서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데이트하는 두 명의 커플이 커피 테이블에 앉아 각자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모습은 이제 흔합니다. 친구들끼리 술집에서 대화하다가도 한 명이 화장실을 가면, 다른 무리들은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끄집어냅니다. 아니, 처음부터 식탁 위에 올려놓지요. 상대방의 대화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다른 이들의 표정이나 어투, 그들의 감정에 관심을 가질 틈은 전혀 없습니다. 앞에 앉은 친구는 구직 실패에 따른 절망감을 힘들게 호소하고 있는데도, 내 모든 관심사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아이돌 그룹이 밴 안에서 아무런 내용 없이 웃고 떠드는데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대안은 슬로 미디어(slow media)이다. 

2010년 초, 어떤 독일인 3명이 <슬로 미디어 선언 The Slow Media Manifesto>를 온라인에서 발표했습니다. 슬로 미디어는 느리고 주의 깊게 미디어를 소비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해진 시간에만 미디어를 소비하되,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기사를 엄선해서 소비합니다. 또한 모든 분야의 콘텐츠 사이를 목적 없이 떠돌기보다, 자신의 관심분야 콘텐츠에만 집중합니다. 

저는 12시에 점심식사를 하고 13시에 사무실로 돌아온 뒤, 14시에 30분가량 낮잠을 잡니다.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가 제게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며, 데스크톱과 스마트폰으로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입니다. 미리 써 놓은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노력이라는 말이 다소 모순되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귀차니즘'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젠 귀찮습니다. 일 좀 하다가 쉬어야겠다 싶으면 동료들과 잡담하거나,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산책합니다. 슬로 라이프지요. 

저는 브런치 매거진 <슬로 이스트> 초기의 글에서 제가 슬로라이프를 사는 까닭은 이 지긋지긋한 만성피로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거창한 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습니다. 오직 번아웃 상태, 끝을 모르는 피로감만 없앨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뭐든 할 필요까지는 없고, 슬로 라이프스타일로 삶의 방식을 개선해나가면 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흥미롭게도 칼 뉴포트는 스마트폰 중독과 피로가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와 삶을 주제로 한 대화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피로였다. 따로 놓고 봤을 때, 어떤 하나의 앱이나 사이트가 특히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핵심은 너무나 많은 잡동사니가 줄기차게 주의를 끌어당기고 기분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11쪽) 현대인은 잠을 자거나 멍 때려야 할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봄으로써 진정한 휴식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결과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피로'입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 중독인데도 말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한 피로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말미에서는 '슬로 미디어'를 제안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슬로 미디어라는 용어를 몰랐습니다. 이제는 슬로 라이프 운동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삶의 영역에까지 뻗어 있다는 점을 잘 압니다. 

저는 잠들기 전 침대맡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숙면을 방해하고 만성피로를 부른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슬로 라이프의 하루도 어느덧 끝나가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야 할 이야기가 부족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또 다른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 글은 여기에서 끝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및 동영상] 


1. 칼 뉴포트의 디지털 미니멀리즘 강연입니다. 한글 자막이 있습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매우 잘 쓴 책이라 술술 읽히지만, 시간이 부족한 분들은 이 동영상만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https://www.ted.com/talks/cal_newport_why_you_should_quit_social_media?language=ko


2. 본문에 나왔던 빌 마허의 토크쇼 동영상입니다. 짧지만 강력한 내용입니다. 

<Bill Maher Calls Addictive Apple, Google, Facebook ‘Essentially Drug Dealers.’> 

https://www.youtube.com/watch?v=_qJasVTFaXI&t=207s


3. 구글의 내부 고발자인 트리스탄 해리스의 TED 강연입니다.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가 어떻게 우리들의 주의력을 빼앗아서 광고료를 챙기는가에 대한 전문가의 날카로운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께는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 교수인 팀 우의 <주목하지 않을 권리 attention merchants>(알키, 2019)를 추천합니다. 


<How a handful of tech companies control billions of minds every day | Tristan Harris>

https://www.youtube.com/watch?v=C74amJRp730


4. <디지털 미니멀리즘>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매우 주목할 만한 책으로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부키, 2019)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애덤 알터의 TED 강연입니다. 한글 자막이 있습니다. 

https://www.ted.com/talks/adam_alter_why_our_screens_make_us_less_happy?languag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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