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kran in Route 66 (1)
클럽이라 하면 흔히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원치 않는 이성이 끈적하게 다가와 작업을 거는 곳, 불필요한 신체접촉으로 인해 짜증만 가득한 장소라는 생각을 갖고 계시진 않으셨는지요? 많은 클럽들이 이와 같은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태국의 송끄란(สงกรานต์ , Songkran) 페스티벌을 클럽 루트 66(Route 66)에서 즐기기를 꺼리진 마세요. 탁 트인 밝은 대형 야외 클럽에서 전 세계의 젊은이들과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니까요. (아, 참고로 저는 루트 66의 알바가 아닙니다!)
2016년 4월 15일에서 18일에 걸쳐, 저는 태국의 주요 축제 가운데 하나인 송끄란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클럽 루트 66에서 보낸 15일 저녁 밤을 회상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15일 새벽 1시의 상황부터 그려가지 않으면 안 될 듯합니다.
14일 오후에 업무를 조금 일찍 끝내고 부리나케 인천 국제공항에 달려가 비행기를 잡아 타고,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내려 택시를 올라타 숙소인 Q호텔에 체크인했을 때가 15일 새벽 1시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야성을 이룬 2부 클럽을 기대하며 들떠 있었기에,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아, 2부 클럽이 뭐냐고요? 방콕의 클럽은 1부, 2부, 3부 등 세 종류로 나뉜다 합니다. 1부 클럽은 대략 9시부터 2시까지 영업하고(9시 이전에 오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2부 클럽은 1시부터 5시까지, 그리고 3부 클럽은 이른바 애프터 클럽으로서 오전 10시까지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합니다. 즉 새벽 1시 반에 숙소에 들어왔다 해도 2부 클럽에 가면 5시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니, 늦은 도착시간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여겼지요.
하지만 아뿔싸....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으니... 제가 가고자 했던 2부 클럽인 오디세이(Odyssey)가 그만 영업정지를 당했지 뭡니까! Q호텔은 제가 가고자 했던 클럽과 20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했기에, 여유를 부리면서 2시쯤 클럽 입구 근처에 도착한 저는 주변 클럽들에서 실컷 놀고 귀가하는 인파 속에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방콕의 클럽 밀집구역인 RCA(Royal City Avenue), 그러니까 루트 66이나 오닉스(Onyx), 오디세이 등이 소재한 지역 전체가 클럽으로 바뀌어 있었기에 나름대로 흥이 났습니다. 물에 흠뻑 젖은 사람들이 남은 물을 제게 쏘면서 지나가서, 결국 저 또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흥얼거리며 한 손에 맥주를 들고 거리를 돌아다녔지요. 새벽 3시가 되자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아침 첫 버스를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대로변에 주저앉아 무릎에 턱을 괴며 졸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홍대 아침 풍경과도 흡사하지요.
저는 남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그러나 제게는 너무나 익숙한 습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클럽을 다닐 때에, 저는 새벽 3시 정도에는 클럽을 빠져나와 근처 24시간 카페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글을 썼습니다. 클럽에서 신나게 놀고 나면 머리가 매우 맑고 감수성도 풍부해져서 소설이 그렇게 잘 읽힐 수가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클럽을 가지 않게 되니 자연히 클러빙 이후 카페 방문도 잦아들었지만 말입니다. RCA에서 허탕치고 호텔에 돌아온 뒤에도 머리가 유난히 맑아서, 저는 예전과 같이 시원스레 샤워한 뒤에 한참을 독서하고 글을 끄적였습니다. 휴, 그러고 나선 유달리 시끄러운 에어컨 소리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3박 5일의 짧은 일정이라서 잠을 잘 생각이 없었기에,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샤워한 뒤 말끔하게 갈아입고서 아침 식사를 하러 카오산 로드로 향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