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대학교 온라인 거꾸로 교실 TIP (계속)

③ 사전 온라인 수업 내용에 관한 질의응답 및 심화학습

▶ 본 거꾸로 교실은 동양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요구한다. 하지만 사전 동영상만으로는 학생들의 궁금증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동영상의 내용을 넘어선 심화학습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사전 수업에 대한 질의응답 또한 이 단계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동양철학 고전의 경우, 나는 테스트에 대한 상세 분석을 심화학습으로 삼았다. 매주 커리큘럼의 제목에 드러나 있지만, 나는 유학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의 매 장(章)을 수업 시간에 다룬다. 번역본을 수업 시간 전에 읽어오도록 학생들에게 주문하지만, 아무래도 비전공자가 한문 번역본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문학과 학생들조차도 사서(四書)를 꼼꼼히 뜯어 읽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본 수업은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며, 한문 독파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문 독해보다는 해당 텍스트의 전반적 의미 및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수업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이는 동양고전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필자의 경험상, 동양고전 수업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첫째, 조선시대 서당에서 하듯이, 한문(漢文)을 한 글자씩 뜯어서 읽고 외운다. 둘째, 고전 텍스트보다는 이차 문헌에 중점을 두고 강의를 진행한다. 첫 번째의 경우, 비전공자에게 적합하지 않고 사실상 철학 수업이 아닌 한문 수업이다. 두 번째의 경우, 고전을 읽는 본래 의미가 퇴색된다. 비전공자에게 한문 고전을 읽히는 것, 이것이 동양고전 전공 강사들의 지난한 과제이다. 

나는 대학 1학년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고전 수업은 반드시 원어로 진행되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번역본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그 번역은 강사의 뜻과 부합해야만 한다. 나는 학계에서 두루 인정되는 번역을 주로 삼되, 필요에 따라서 그 번역을 내 뜻에 맞게 수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2주 차 수업부터는 나 자신의 해석본과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본문에 적을 예정이다. 


④ 수업 내용과 관련된 토론 

▶ 고전을 읽는 교과목은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다. 가령 나는 서울대학교 학부생 시절, 전영애 선생님의 <독일 문학의 이해>를 들었다. 비록 온라인 사전학습은 없었지만, 학생이 주가 되는 거꾸로 교실의 전형이었다. 그 수업을 관통하는 철학은 없었다. 매주 한 명의 위대한 독일 작가들을 선정하고, 각자 해당 작가의 작품들을 자유롭게 읽어온 뒤, 수업 시간에 난상 토론하는 것이 전부였다. 선생님께서는 직접적으로 토론에 참여한다기보다는, 여러 조별 토론들을 지켜보면서 가끔씩 한 마디 건네곤 하셨다. 하지만 맹세컨대, 내게는 단연코 최고의 강의였다. 

다만 지금 내 수업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당시 <독일 문학의 이해> 수업은 그야말로 문학에 미친 젊은이들이 모여서 촌음을 아껴가며 토론에 몰입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학>과 <성학십도>를 공부하도록 임의로 배정되었다. 내가 괴테와 토마스 만의 작품에 열광하여 전공 수업도 미룬 채 독서에 열중한 것과는 달리, 내 수업의 학생들은 동양철학 고전을 읽어야 하는 동기부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이는 내 학생들의 잘못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나는 성공 여부는 일단 예외로 두더라도, 어떻게든 학생들이 동양철학 고전에 관심을 가지게끔 유도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토론은 모두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질문 형식을 갖추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이 수업은 필수 교양과목이다. 학생들 가운데 이 수업이 좋아서 신청한 이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학생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만 한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토론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편이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질문이 주어지고 그에 대한 해답이 나와야만 한다. 또한 활발한 토론 참여를 위해서는 토론 주제가 학생들에게 친숙해야만 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학생들이 선행 학습 없이도 어느 정도 견해를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좋다. 예컨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주의는 학생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제 “그의 사상이 성선설과 성악설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근접할까? 그리고 그와 같이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와 같은 토론 주제는 토론 참여자들이 기존에 잘 알고 있는 이슈를 수업 내용과 연관해서 분석해 볼 만한 유인을 제공한다. 

또한 토론 주제는 관련 동영상과 함께 제시되는 편이 효과적이다. 가령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영상은 유명하면서도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는 경우이다. 먼저 학생들과 함께 이 영상을 시청한 뒤 토론 주제를 낼 경우, 토론의 집중도가 향상된다는 사실을 나는 관찰할 수 있었다.  

▶ 토론을 할 때에는 마감 시간을 반드시 정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토론 참가자들이 집중력을 잃게 된다. 또한 토론 시에는 4인 1조의 포맷이 좋다고 생각한다. 2인 1조의 경우, 한 사람이 별로 말이 없을 경우에는 토론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편 4명을 넘어갈 경우, 프리라이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책상을 마주하고 4명이 서로 얼굴을 보고 앉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 한편 강사는 토론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주가 되는 토론이 실패하는 원인은 주로 강사에게 있다. 강사가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토론 주제를 발굴해서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학생들은 토론 주제 자체를 지루해한다. 예컨대 오너 리스크(대주주의 잘못된 경영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를 토론 주제로 삼을 경우, 아이돌 가수인 빅뱅의 승리가 아오이 라멘 체인에 해를 끼친 사례를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편이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⑤ 각 토론 별 에세이 작성 

▶ 매 수업시간에는 최소 2개의 토론 주제가 나간다. 토론 참가자들은 토론이 끝날 때마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 에세이를 작성한다. 우선 에세이 상단에는 학생들의 학번과 이름을 적도록 한다. 에세이 본문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된다. 첫째, 토론의 전체 결과와 여타 참가자들의 의견을 간략하게 적는다. 둘째, 토론의 조별 결과와 상관없이, 토론자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여 쓴다. 

토론 참가자가 개인 에세이를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성적은 개인 성적이다. 토론이 불성실하게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불리한 성적을 받는 것은 온당치 않다. 개인 에세이는 토론자 본인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한편 토론의 전체 결과와 친구들의 의견을 적으라는 지침이 없을 경우,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 개인의 생각에만 열중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토론에 참가했던 친구들의 견해를 한 줄로 적으라는 지침이 매우 중요하다. 

▶ 끝으로 에세이는 반드시 분량을 명시해야 한다. 너무 자세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와 최대 분량을 정해 놓는 것이 에세이를 작성하는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교수자의 경우, 에세이는 가급적 당일에 읽어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지나치게 공을 들여 읽는다기보다는, 학생들이 토론하는 모습과 평소 태도 등을 가만히 떠올리면서 편지 읽듯 읽어 내려가는 편이 좋다. 성적을 매긴다는 심정보다는, 학생들과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훑어보는 편이 바람직하다. 평가한다는 자세로 읽다가는, 얼마 못 가서 학생들의 소중한 에세이 자체를 꺼리게 될 것이다. 나는 시간을 따로 내어 읽는다기보다는, 수업이 끝나고 파김치가 되어 쉴 때 아무런 생각 없이 학생들의 에세이를 읽었다. 사실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읽을 때 좀 더 열린 자세로 학생들의 생각을 대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정신이 맑을 때 에세이를 읽으면, 자꾸 에세이를 자신의 잣대로 가늠하려는 좋지 않은 습관이 발동했다. 강사 본인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는 과제는 학생들에게도 내지 않는 편이 좋다. 

작가의 이전글 거꾸로 교실을 위한 온라인 사전 강의 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