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학생들에게 매 수업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에 대해 설명할 차례이다. 본 수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① 지난 시간 복습
② 사전 온라인 수업 내용 확인을 위한 퀴즈
③ 사전 온라인 수업 내용에 관한 질의응답 및 심화학습
④ 수업 내용과 관련된 토론
⑤ 각 토론 별 에세이 작성
⑥ 발표 및 질의응답
⑦ 수업 마무리 및 에세이 제출
지금부터는 강사가 고려해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강사는 이 내용 가운데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만을 공지한다.
① 지난 시간 복습
▶ 19세기 독일의 과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 1850-1909)는 망각 곡선(forgetting curve)의 발견으로 유명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인간은 공부를 마친 지 10분이 지나면 벌써 50%를 잊어버리고, 하루가 지나면 70%를 망각한다. 이 때문에, 배운 내용을 10분 후, 1일 후, 1주일 후, 1달 후 등 4번 이상 반복해서 복습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50분 수업과 10분 휴식의 반복으로 구성된 중고등학교 수업시간표가 효율적이었던 까닭은 그것이 과학연구에 기초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나는 2시간 강의의 경우 중간에 반드시 10분의 휴식 시간을 두어, 학생들이 복습 시간을 가질 수 있게끔 돕는다.
▶ 물론 10분의 휴식 시간 동안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복습을 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토론 수업은 학생들이 주가 되기 때문에, 그들로서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수업 시작 후 50분이 지난 강의실은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에는 머리를 식히고 환기도 할 겸, 짧은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는 편이 좋다.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선한 의도에서,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연강을 하고 끝내는 교수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수업 방식이 효율적인지는 의문이다. 인간의 의지에 너무 큰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향후 수업에서 다루겠지만, 의지는 몸과 감정에 종속된다. 몸과 감정을 고려치 않은 의지와 노력은 반드시 크나큰 실패와 더불어 자괴감과 자기 비하를 불러온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오늘날의 학생들에게는 50분 집중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이 주가 되는 수업이라면, 선생의 고집을 내려놓고 마땅히 학생들의 생체리듬을 존중해야만 한다.
▶ 한편 효율적인 복습이 가능하려면, 먼저 매 시간 수업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야만 한다. 매주 수업 목표에 해당하는 하위목표는 한 학기 전체를 관통하는 상위 목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내 <고전 명저 북클럽> 수업의 경우, 최상위 목표이자 알파요 오메가는 성선설(性善說)이다. 기말고사 주간을 제외한 14개의 수업 목표들은 모두 성선설이라는 상위 목표를 달성하도록 설계되어야만 한다.
성균관대학교의 <고전 명저 북클럽>은 수업의 주교재로 채택된 몇 권의 고전을 깊이 읽고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 수업의 경우, 선택된 고전은 <대학>과 <성학십도>이다. 따라서 수업의 설계자인 나는 성선설에 입각해서 <대학>과 <성학십도>를 이해하도록 학생들을 유도하고, 나아가서 그들이 성선설 및 유학(儒學)의 고전들을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한다.
② 사전 온라인 수업 내용 확인을 위한 퀴즈
▶ 거꾸로 교실의 수강자는 수업에 들어오기 전, 짧은 길이의 수업 동영상을 사전에 시청하고 와야만 한다. 왜냐하면 학생이 수업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지 못할 경우, 제대로 된 토론 수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수업에서 강사는 도우미에 불과하다. 학생이 주가 되는 수업인 만큼, 학생들의 예습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예습을 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며, 결코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다. 필자만 해도, 학창 시절에는 수업 시간에 유체이탈 상태로 앉아 있다가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 공부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잠을 줄여가며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대학교 1학년 때에도 마저 미친 듯이 공부하라니, 너무나 비인간적이다. 하지만 그래도 거꾸로 교실의 특성상, 예습을 해오지 않으면 수업 진행이 불가능하니 어쩌랴. 별 수 없이, 예습을 해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출석체크를 마친 뒤, 사전 온라인 수업 내용에 관한 간단한 쪽지 시험을 보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퀴즈는 절대로 난해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수업 내용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맞출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문제는 단답형 위주이고, 문항 개수가 셋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채점도 쉽다. 시험 시간은 2분 이내여야만 한다. 왜냐하면 퀴즈가 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퀴즈 시험을 보고, 시험이 끝난 뒤에는 답안지를 받아서 귀가 후 채점한다. <고전 명저 북클럽>의 경우 수강생 숫자가 25명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방식이 강사에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쪽지 시험의 정답은 시험 종료 직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편이 좋다.
▶ 그렇다면 거꾸로 수업을 준비하는 강사는 사전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구체적으로 수업의 내용과 분량은 어떠해야 하며, 그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촬영되고 업로드되어야만 하는가? 우선 적절한 동영상 길이에 대해 알아보자. 내 경우, 온라인 사전 수업 동영상은 20분을 넘기지 않는다. 짧은 유튜브 동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20분의 강의 동영상만도 고역이다.
특히 동양고전 인문학 수업의 경우, 본 수업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다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본 수업의 목표와 기대효과, 수업 내용의 개요 정도만 알려주면 된다. 물론 학생들은 본 수업에서 다룰 동양고전 텍스트를 충분히 숙지해서 와야만 한다. 하지만 온라인 사전 강의에서 텍스트의 한자(漢字) 하나하나를 뜯어가며 설명하는 방식의 강의는 지양해야만 한다. 수업의 밑그림만 잡아주어도 충분하다고 나는 본다. 굳이 예를 든다면, 사전 온라인 수업은 유튜브 서평(書評) 형식이 좋다. 토론 주제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 편이 좋다. 플레이어들의 김이 새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한편 나는 파워포인트 녹화 기능을 이용해서 사전 수업을 동영상으로 제작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인터넷에 잘 나와 있으니, 여기에서 세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학교 홈페이지의 플랫폼이 잘 갖추어져 있다면, 동영상 파일을 업로드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강사가 화면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편이 좋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명 장비가 없을 경우, 노트북이나 고프로를 이용해서 녹화하면 강사의 얼굴이 시체처럼 나온다. 이 때문에 나는 파워포인트 화면에 필자의 육성을 입히는 방식으로 사전 강의를 녹화한다. 고성능 마이크를 이용할 경우, 보다 양질의 강의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