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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안아드리기

아버지는 경상도 남자셨다. 아들도 경상도 남자였다. 서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잘하지 않고, 안아주는 일도 드물었다. 마흔이 넘은 아들은 20대 후반에 취직에 성공했을 때 이후로 아버지와 안아본 기억이 없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가셨다. 지병조차 없으셨던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한 적도 없으셨다. 그냥 따뜻한 봄날에 자는 듯이 가셨다. 예고도 없이 그렇게 가셨다. 

아침에 아버지와 인사하고 나온 아들은 출근한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부음을 전해 들었다. 쓰러지셨다고 연락받고 서둘러 잡아탄 택시 안에서 이미 늦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안에 들어와서 보니, 아버지는 자는 듯이 평안하게 그렇게 누워 계셨다. 아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침에 잘 다녀오겠다고 웃으면서 인사드리고 나왔는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아들은 아버지가 계신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걸어간다. 아버지는 아들의 품에 꼭 안겨 계셨다. 아들은 울고 또 운다. 아버지가 함께 살면서도 그 긴 세월 동안 한 번 안아드리지 못했다. 이제 아버지는 다른 모습으로 아들의 품에 안겨 계신다. 살아 계실 때 한 번을 안아 드릴 걸. 평소에 사랑한다고 말할 걸. 평소에 그렇게 말하지 않으니,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들은 뒤늦게 안다. 이 짧은 인생, 사랑하는 그 몇 사람에게 정말로 사람값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그렇게 힘들다는 사실을. 그리고 사랑하는 몇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대가는 바로 본인이 그대로 치른다는 것을. 아들은 나이 먹고도 철이 없어 항상 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그만큼 후회한다.  

마음씨 좋은 아버지,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실까 봐 항상 조심스럽게 사시느라 마음을 졸이셨던 아버지. 끝까지 남은 가족들 힘들지 않게 하시려고 따뜻한 봄날 아침, 그렇게 조용히 잠드셨다.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철이 없던 아들은 이제 아버지께 평소에 했던 모든 날 선 말들을 그대로 심장에 박아놓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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