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A는 자신이 정치적으로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라고 느꼈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 그의 입장은 "검찰개혁 찬성, 조국 장관 반대"였다.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성취하고자 했던 검찰 개혁을 기본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그는 조국이라는 사람이 검찰 개혁을 지휘할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검찰개혁은 본디 여권과 야권이 맞서 싸워 누구 한 쪽이 이겨야만 끝나는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왜냐하면 검찰은 국외의 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반드시 존재해야 할 준사법기관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권위는 존중받아야 하며, 검찰의 독립성은 보장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며, 중앙정보부(중정)와 안전기획부 (안기부)가 사라진 이래로 가장 막강한 감시기관이 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검찰개혁은 "비정상화의 정상화+독립성 보장"이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되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검찰을 또 다른 권력의 시녀나 충견으로 몰락시켜서는 안 되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검찰은 국민의 적이 아니라 존중받는 준사법기관이어야만 하며, 그 기관 내에서 불철주야 일하는 검사들의 노고 또한 존경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2019년에 서초동에서는 "검찰개혁 찬성, 조국 장관 정겸심 사랑해요!"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고, 광화문에서는 "검찰개혁 반대, 박근혜 사랑해요!"라는 아우성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A는 그 어느 쪽에도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우선 그 자신이 광장에서 촛불을 들어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고 검찰개혁에 찬성했기 때문에, 광화문의 태극기 부대와 섞이기 싫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인들이 대부분 서초동 집회에 나섰기 때문에, 그의 외로움은 더욱 커졌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본디 검찰개혁은 전쟁이어서는 안 되었다. 왜냐하면 검찰은 대한민국의 적이 아닌 소중한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검찰 내의 다양한 조직 문화를 죄다 나쁜 것으로 치부한다거나 모든 검사를 정권의 충견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 또한 정치병 환자들의 프레임 장난에 불과하다. 하지만 검찰의 체질을 개선하고 그 기관을 정상화시키는 데에는 결국 전쟁에 준하는 치열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이라는 기관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고 그 안의 좋은 문화와 인적 자원들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잘못된 악습을 뿌리뽑는 지난한 개혁 작업이 전시 상태에 준해서 지난 몇 년 간 진행되었다.
그런데 A가 보기에, 많은 사람들은 검찰 개혁이 전쟁이라고 생각해서 서초동으로 뛰쳐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지휘관의 자질이나 역할이 얼마나 핵심적인 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전쟁에서 이겨야만 하는데, 이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 편을 진두지휘할 장군의 자질에 대해서는 그다지 의심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장군의 도덕적 자질이 아닌 무골로서의 자질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여 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며 검찰개혁의 핵심 인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검찰개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그리고 A가 보기에, 그는 기본적으로 전쟁에 임하는 지휘관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첫째, 그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둘째,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가 철저하여 경거망동하지 않으며, 셋째, 그는 허점이나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A가 보기에 문재인은 인자한 사람이 아니라, 무서운 사람이다. 검찰개혁을 2차 세계대전에 비유하자면, 그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나 미국의 루스벨트에 해당할 것이다. 문재인은 처칠이나 루스벨트의 역할을 비교적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칠만으로 영국이, 그리고 루스벨트만으로 미국이 히틀러의 독일에 승리할 수는 없다. 처칠에게는 몽고메리 원수가, 루스벨트에게는 패튼 장군이, 그리고 히틀러에게는 롬멜 원수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문재인에게는 몽고메리나 패튼, 롬멜에 해당하는 법무부 장관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을 정상화하는 개혁 전쟁에 승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조국이 과연 패튼이나 롬멜과 같은 위대한 전투지휘관인가? 여러분들이 장병으로서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설 때 지휘관을 고를 수 있다면, 만기 제대한 독자들은 과연 조국을 지휘관으로 선택하여 가족을 맡길 수 있겠는가? A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국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전쟁의 지휘관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다거나 고상한 목표가 없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전쟁터에서는 승리해야만 하는데, 그는 전쟁을 이끌 자격이 미달되었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조국의 자질이 최고 지휘관에 값하지 못한다고 A는 판단했는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는 말을 조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가 철저하며, 빈틈이나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정치병 환자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조국은 SNS 중독자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에 어떤 전투지휘관이 몇 년 동안 SNS에 몇 만 개의 글을 쏟아내며 오늘날에 대중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수 있는가? 과연 조국이 지난 세월 동안 쏟아낸 글들이 과연 소통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가 SNS에서 뱉어냈던 말로 그가 오늘날 조롱당한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냉철한 지휘관으로서 결격인가를 잘 보여준다. 둘째,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가 전혀 되질 않는다. 왜냐하면 SNS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그는 금세 금단 현상을 보일 것만 같다. 심지어 열혈 지지자조차도 때로는 장관님께서 글 쓰는 것을 좀 멈춰주셨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덕도 신공항을 예전에 반대했다가 정권이 바뀌니 찬성한 것을 가지고 그 태도 돌변을 네티즌들이 지적하자,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굳이 길게 해명을 쓴 것은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그는 자신이 쓴 글 아래에 "I changed my mind."라는 팝송을 링크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 50이 넘은 전직 장관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철없어 보이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지각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자기만의 나르시시즘에 갇혀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나, 그처럼 가벼운 사람이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이 든 아이돌로서는 정치 팬덤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겠으나, 전직 장관으로서의 품위는 바닥을 쳤다. 그리고 검찰 개혁이라는 전쟁은 인기투표에서 이긴 아이돌이 진두지휘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 그가 빈틈이나 허점을 보인 사례는 너무도 많아 일일이 다 기록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가 경거망동해서 A에게 충격을 안긴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사실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기도 전에 일어났다.
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718
조국은 민정수석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 선후배 동문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다며, 대선 진로 좋은데이 소주 병을 나란히 세워놓은 사진을 올려놓았다. 저 사진을 보고서도 그가 대권 욕심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친조국적인 발상이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도 조국이 차기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PK 성골에다가 잘생기고 서울대 교수이며, 검찰 개혁의 청사진을 만드는데 공을 세운 사람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은 스펙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저런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 자신에게 어떻게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도 못하는 조국이 과연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할 총사령관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 A는 여기서 그의 유재수 관련 혐의, 자녀 표창장 위조 혐의 등은 거론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차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다. 다만 그에게 전쟁 지휘관의 자격이 결여되었다는 점만 증명해 보이고 싶을 따름이었다.
조국이라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나본 일은 없지만, 아마 사람이 순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지녔을 것이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했을 것이며,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주었을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당황하고 덜렁대는 그의 모습을 보니, 한층 확신이 갔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장군감은 아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왜냐하면 검찰개혁은 반드시 이겨야 할 전쟁인데, 그는 장수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으며, 심지어 대권 야욕까지도 지녔기 때문이다. 전쟁터의 장수가 딴 욕심이 있다? 그와 같은 욕심이야말로 적들이 가장 공격하기 쉬운 약점이자 빈틈이다. 결국 그를 끝까지 지켜주려던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결국 포기하게 만들었고, 그는 사임을 하는 당일에 공무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삐친 10대 마냥 퇴근시간조차 지키지 않고 귀가해버렸다. 그것이 바로 조국이다. 그는 절대 존경받는 지휘관이 될 수 없다. 그와 그의 가족이 검찰 과잉수사의 피해자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지금 논의와는 별개 문제이다.
그렇다면 현직 추미애 장관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앞선 세 가지 기준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첫째, 말을 조심한다. 둘째,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셋째,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 추미애 장관은 과연 이와 같은 장수의 기본적인 자질을 지니고 있는가?
A는 검찰 개혁이 결국에는 성취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기본적인 방향이 옳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개혁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조국과 추미애 "덕분"이 아니라, 그들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버티고 있고, 국회에서 이미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처칠과 루스벨트가 "히틀러, 나빠요!" "히틀러는 이런저런 점에서 몹쓸 놈이에요!"라고 징징댄다고 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뛰어난 지휘관과 참모가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서 싸워야만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조국은 대학교수로, 그리고 추미애는 국회의원으로 머무는 편이 옳았다. 그들 모두 지휘관의 자질이 없고 대권 욕심은 있다. 적들의 먹잇감이 되기 가장 좋은 사람들이다. 임진왜란 때 서애 류성룡이 선조를 잘 보좌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순신의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문관과 무관의 자질을 모두 갖춘 이는 드물며, 조국과 추미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진정 검찰개혁을 바라고, 검찰개혁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소망하는 A는 이 때문에 "검찰개혁 찬성, 조국 장관 반대"라는 그의 결론을 바꿀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