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사토리 세대는 필요 이상 소비하지 않는다?-2

2014년 1월 13일 EBS에서 방영되었던 <패스트 패션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패스트 패션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마치 저렴한 가격에 멋진 옷을 살 수 있다는 점에 매혹되어 필요 이상으로 옷을 사들이며 나아가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버린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의도로 만든 프로그램조차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심지어 교양 프로그램을 볼 때조차도 매우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일단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되었다. 왜냐하면 유니클로 사장은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의 옷을 제공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유니클로를 창업했으며, 결코 자기 회사의 옷을 입다가 계절이 바뀌면 버리라는 의도로 제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포스트 2014년 8월 24일 「자라와 유니클로 창업주는 어떻게 갑부가 됐나」라는 기사에 따르면, 유니클로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는 “옷도 매일 먹는 밥처럼 생필품인데 왜 항상 유행을 따라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기본 아이템에 중점을 뒀다. 면바지 셔츠재킷 스웨터 양말 속옷 등을 색상과 사이즈별로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야나이는 또 “옷도 라면이나 식품처럼 싸고 간편하게 사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객 접객을 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 널찍한 개방형 공간에서 손님이 직접 원하는 물건을 찾아가도록 한 것이다. 가격도 대부분 1천 엔(1만 원) 아래로 정했다.

위 기사의 내용만 보면 유니클로는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에만 신경을 쓰며 디자인은 소홀히 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독창성을 강조한다며 실용적이지도 않고 쓸데없이 화려한 ‘명품’보다, 입기에 편할뿐더러 심플하고 깔끔한 유니클로의 디자인을 더 선호하는 고객들이 얼마든지 있다. 물론 ‘샤넬보다 유니클로의 디자인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취향이 저렴한 게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샤넬보다 유니클로의 제품이 가격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니클로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취향이 저렴하다는 데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샤넬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은 물론이다. 나는 다음 장에서 명품 문제를 다루면서 이 점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들 예정이다.

한편, 패스트 패션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심리 또한 능동적 사고방식과 수동적 사고방식으로 나뉠 수 있다. 가령 ‘유행 짱짱걸’라는 아이디를 쓰며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20대 초반 한 여성의 예를 들어보자. 그녀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옷을 산다기보다, 세상의 유행에 자신의 취향을 맞춰가며 살아간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보기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의 옷이라도, 유행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입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껏 유행이 바뀔 때마다 옷을 새로 구입하려니,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서 시름 속에 자꾸만 말라갔다. ‘유행 짱짱걸’은 그래도 유행 따라 살다 보니 살이 자꾸 빠져서 항상 44 사이즈를 입을 수 있으니 행복한 것 아니냐며, 소름 돋는 자기합리화를 이어간다.

그런데 그녀는 얼마 전부터 다양한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패스트 패션 매장들을 여러 곳 돌아다니면 최신 유행하는 옷들과 매우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패스트 패션 제품 자체가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열광했다. 이제 예전에 옷을 구입하던 비용의 1/10만 지불하고서도 유행을 좇아 산다는 자신의 인생 모토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어 살이 더 빠지고 말았다. 이제 그녀는 쑥 들어간 얼굴을 커버하기 위해서 필라 주사를 맞는 비용을 대신 지불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가 예전 의류 구입에 지출했던 돈의 1/2만 들여도 옷을 무려 5벌이나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녀의 옷장에는 유행 따라 구입한 옷가지들이 무려 5배나 더 쌓이게 되었다. 싼 맛에 마구 구입한 옷들에 애정이 덜 가고 심지어 그 옷의 존재조차 까먹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수동적 소비심리로 인해 EBS 다큐멘터리가 걱정하던 패스트 패션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어느 사이 한 달 의류 구입으로 예전과 다를 바 없는 금액을 지출하면서 살고 있다.

지금까지 ‘유행 짱짱걸’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유니클로는 유니클로일 따름이지, 결코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아니다. 유니클로 제품을 패스트 패션으로 이용하는 것은 ‘유행 짱짱걸’과 같은 고객의 사고방식에 달린 문제이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소비하는 사토리 군이라면 유니클로 파카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필요 이상으로 옷을 구매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사토리 군과 같이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만 옷을 구매한다면, 비록 유니클로의 매출 또한 줄어들더라도 가장 자연스러운 소비패턴이 사회에 자리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현실과 관련해서 수동적 사고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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