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사토리 세대는 명품에 흥미가 없다?-1


사토리 세대가 명품에 도통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세간의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토리 세대가 명품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곡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20대 젊은이들 가운데 일부는 정말로 비싼 제품을 살 돈이 없어서 아예 관심을 꺼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품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구매하지 않는 젊은이들 또한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과거 버블경제 시절에는 일본인들이 프랑스 파리에 몰려가서 고가의 브랜드 제품들을 싹쓸이하곤 했었다. 경향신문 2013년 5월 9일 「경향으로 보는 ‘그때’ - 1973년 5월 일본인 싹쓸이 쇼핑」라는 기사는 1973년 5월 8일 4면에서 일본인들의 프랑스 파리 싹쓸이 쇼핑을 전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파리에 몰려들어 호텔과 명품 가게들마다 일본인들로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 가게 등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업소들의 정가표가 일본어로 바뀌고 루브르 박물관은 일본인 안내원들을 채용했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이들은 화장품, 장신구, 와인은 물론이고 부동산과 미술품, 골동품, 심지어는 경주용 말까지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다”고 경향신문은 외신을 인용해 전했다.

한국과 중국의 일부 관광객들 또한 점차 이와 같은 싹쓸이 쇼핑에 편승했다. 급기야 파리의 어떤 유명 브랜드 매장에서는 싹쓸이 쇼핑의 폐해를 막기 위해, 고객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물론 싹쓸이 쇼핑의 손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대리 구매’라는 기막힌 우회로를 통해 지금도 여전히 고가의 해외 브랜드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웃지 못 할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가의 해외 브랜드 회사들이 언뜻 무뇌아처럼 보이는 아시아 고객들을 무시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쉽게 말해 그들의 목숨이 아시아인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2014년 10월 15일 「위기의 명품 '루이뷔통' 아시아 매출 '뚝'」라는 기사에 따르면, 영국의 멀버리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떨어진 6470만 파운드(약 1094억 187만 원)를 기록했다. 예상을 밑도는 실적에 멀버리 주가는 12.2% 하락했다. 버버리는 올 1분기에 12% 매출 증가율을 보였지만 2분기에는 8% 성장하는 데 그쳤다.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 명품 업체인 프랑스의 루이비통모에 헤네시(LVMH) 역시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명품 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FT는 “중국의 저성장과 반부패 움직임이 명품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명품 쇼핑 중심지인 홍콩에서 시위가 계속되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소위 ‘베블런 재’-나는 앞서 베블런 재라는 개념이 지닌 불합리함을 밝혔다-를 두고 벌어지는 야단법석에 초연한 이들이 있으니, 다름 아닌 능동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다. 우리는 앞선 사토리 군의 예를 통해서 그가 명품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결코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님을 이미 파악했다. 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도대체 ‘명품’이 무엇인가,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나에게 명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에 앞서 ‘명품’이란 단어를 유행시켰다고 여겨지는 한 사람의 스토리를 잠시 살펴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동아일보 2013년 5월 25일 자 「명품 상륙 30년」이란 기사를 살펴보자.

“‘럭셔리를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하는 게 좋을까. 사전에 나온 대로 사치품이라고 하면 너무 부정적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대로 쓰면 무슨 뜻일지 잘 모를 것 같고….’ 1995년 프랑스 유명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의 국내 첫 홍보담당 매니저였던 손주연 씨(45)는 본사에서 도착한 보도 자료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문득 일부 신문이 유명 수입 패션 브랜드들을 ‘명품(名品)’이라 쓰는 걸 봤다. ‘이름난 제품’ ‘거장이 만든 걸작’…. 홍보 담당자로서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고 함축적인 단어였다. 손 씨는 ‘명품’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명품’은 이후 한국 사회에서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를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고 루이뷔통은 지금껏 명품 업계의 선두주자로 불리고 있다.”

명품이란 단어를 히트시킨 장본인이 정말로 손주연 씨냐는 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유명 수입 패션 브랜드’들을 ‘명품’이라고 명명한 것은 얼마 되지도 않은 일이며, 예전에는 사치품으로 불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유명 수입 패션 브랜드’와 ‘명품’을 구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명품은 고급인 반면에 명품이 아닌 것은 저급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급과 저급이란 구분은 매우 모호하며 심지어 보편적이지도 않고 타당하지도 않다. 따라서 ‘유명 수입 패션 브랜드’라는 명칭은 그나마 적합하지만, ‘명품’이라는 명칭은 전혀 적합하지 않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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