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사토리 세대는 명품에 흥미가 없다?-2

그렇다면 우선 한국경제신문 2011년 8월 2일 자 「던킨도너츠 커피, 스타벅스 제치고 1위」라는 기사를 통해 이 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전문 케이블 채널 CNBC 홈페이지에서 지난 27일(미국 현지시간) 실시한 프랜차이즈 커피 선호도 조사에서 던킨도너츠가 1위를 차지했다. 총 436명이 참여한 커피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61%(268명)가 던킨도너츠 커피를 최고의 커피로 꼽았고 스타벅스 커피 23%(101명), 맥도날드 커피 15%(67명)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실시된 소비자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던킨도너츠가 스타벅스를 비롯해 엔제리너스, 커피빈, 카페베네 등을 모두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흔히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은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는 반면에 던킨도너츠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한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에서도 던킨도너츠 커피는 스타벅스 커피를 제쳤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뉴스와이어 2013년 9월 11일 자 기사를 살펴보자.

“(주)스마트플레이스는 카페를 운영하거나 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는 바리스타 12명을 초청하여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커피 가격은 2000원에서 4100원을 주고 언제든지 맛볼 수 있는 7종의 아메리카노 커피를 대상으로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평가결과는 의외였다. 2500원짜리 더착한커피가 32점을 받아 4000원 안팎의 전문점 커피들을 제치고 1위에 뽑혔다. 2위는 21점을 받은 1500원짜리 D사 3700원짜리 S사 커피가 뽑혔다. 4100원짜리C사는 16점을 받았다. 평가점수 산정은 피실험자 별로 선호도 1-3위를 뽑아 1-3점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비싸 보이는 커피로 더착한커피를 선택한 윤지선(여 30)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처럼 맛과 향이 진해 가장 고급 커피인 줄 알았다’고 말했고 채은지(여 27) 바리스타도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데 더착한커피가 그에 해당된다’며 ‘이번 테스트를 통해 굳이 비싼 커피를 사 먹을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는 말을 전했다.”

앞선 기사에 비해 이번 기사의 내용은 우리의 논의에 더욱 도움이 된다. 앞선 기사에서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커피에 관한 한 비전문가인 반면에, (주)스마트플레이스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바리스타인 만큼 그래도 커피에 관한 한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앞선 기사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맛을 평가한 반면에, 뒤따른 기사에서는 물론 맛도 평가했겠지만 평가항목이 ‘제일 비싸 보이는 커피’라는 점이 더욱 재미있다. 그리고 비싼 커피가 곧 고급 커피를 의미함은 당연하다. 위의 바리스타들도 그와 같이 이해하고 있거니와, 비싼 커피가 고급스럽지도 않다면 누가 그 돈을 주고 사 먹겠는가. 그런데 상기한 결과에 비춰볼 때, 가장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커피가 반드시 가장 비싼 커피나 ‘고급 커피’인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

하지만 내가 이 기사들을 인용한 까닭은 던킨도너츠 커피나 더착한커피의 아메리카노가 여타 브랜드 커피보다 더 고급스럽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솔직히 밝히건대, 나는 더착한커피의 아메리카노보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를 더 좋아한다. 따라서 나는 어떤 브랜드가 단지 기득권 냄새를 풍긴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공격을 해대는 ‘시민운동가’가 결코 아니다. 나는 이른바 ‘고급 브랜드’나 ‘명품’이라는 기준이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밝히기 위해 위 기사들을 인용했다.

대부분의 경우, 명품과 명품 아닌 것을 판별해주는 주체는 소비자가 아닌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수동적 사고방식에 따라, 자신의 입맛을 믿지 못하고 전문가의 입맛을 믿고서 비싼 돈을 지급한 뒤 이른바 ‘명품 커피’ 또는 ‘고급 브랜드 커피’를 사서 마신다. 그리고 그들은 감탄하여 외친다.

“으~음! 역시 커피 전문가 XXX 씨가 추천한 커피라 달라도 너무 달라. 돈 값 한다니까.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1등으로 뽑힌 커피가 뭐 어쨌단 말이지? 그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가한 이들의 입맛은 싸구려지만, 커피 전문가 XXX 씨 및 우리들의 입맛은 고급이잖아? 전문가들이라고 다 똑같은 전문가인 줄 알아? 우리들의 전문가는 고급 입맛을 소유하신 반면에, 다른 전문가들은 싸구려 입맛을 가졌지. 왜냐하면 우리들의 전문가는 에스프레소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며 커피를 제대로 배워 오셨거든. 이탈리아에서 수학하지 않은 바리스타를 어찌 믿을 수 있겠어? 뭐든지 ‘권위 있는’ 기관에서 배워야지, 권위 있는 기관에서. 안 그래?”

나는 그들 또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치면 자신들이 그토록 선호하던 커피를 자신들의 ‘고급 입맛’을 통해 골라내지 못할 거라 확신하지만, 그렇게까지 잔인해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저들의 낭설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른바 ‘명품’ 또는 ‘고급 브랜드’를 결정하는 보편타당한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드러났을 것이라 본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Ⅲ. 사토리 세대는 명품에 흥미가 없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