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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4] 뚝섬(서울)에서 팔당까지 걷기

2021년 6월 24일인 오늘 오전에는 뚝섬유원지역에서 팔당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전날 밤에 신발을 밑창까지 벗겨서 탈탈 털었다. 그래야만 모래알이 굴러다니며 도보 여행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콜릿 3개와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를 미니백에 넣고서 현관문을 나섰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마들역에서 뚝섬유원지역으로 가는 5시 35분 첫 열차를 탔다.   

약 30분가량 소요되었고, 뚝섬유원지역 화장실을 한 번 들렀다. 아침에는 어찌나 장 운동이 활발한지, 조금 걷기만 해도 금방 비워주세요~ 하고 신호가 온다. 민망하다. 이윽고 뚝섬유원지역에 내렸다.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왜 마스크를 똑바로 쓰는 경우가 드문지 참으로 의문이다. 눈이 워낙 커서 화가 난 듯하지만, 사실 마음은 매우 즐겁다. 서둘러 한강 쪽으로 걸어가서 도보 여행을 시작한다. 일부러 한 번 웃어본다. 실제로 보면 얼굴이 저렇게까지 길지는 않은데, 촬영 기술이 서투른 것이 분명하다. 

걷다 보니 아침 한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너머로 롯데 타워가 보인다. 내가 다가가도 전혀 놀라지 않는 새 한 마리 또한...

 

6시 36분, 부지런히 걸어서 잠실대교를 통과한다. 

아침부터 열심히 운동하시는 어머님들이 보기 좋다. 잠실철교와 올림픽대교를 지나쳐서 부지런히 걷다 보면 어느새 서울시와 구리시의 경계에 다다른다. 이때가 7시 18분이었다. 

구리 암사대교를 지나서 계속 걷다 보면 어느새 목이 마르다. 그럴 때에는 근처에 있는 미니스톱에서 물을 사 마시면 될 일이다. 그런데....

미니스톱 구리한강공원점의 영업시간은 9시부터이다. 현재 시각은 오전 7시 47분. 별 수 없이 돌아서고 만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 하나. 원만한 도보 여행을 위해서는 호주머니에 1만 원가량의 천 원권 지폐들을 꽂아둘 필요가 있다. 경기도 한강변을 걷다 마주치는 대부분의 무인자판기는 카드 사용이 불가하다. 오직 천 원권 지폐와 동전을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겁게 동전을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념무상으로 땡볕을 맞아가며 계속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디디서 중요한 분기점이 나온다. 팔당댐으로 가기 위해서는 직진해서는 안 되며, 남한강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고 나서 더욱 중요한 순간이 나온다. 

다리를 끝까지 걸어간 뒤에 저 자전거들과 같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만 팔당역으로 갈 수 있다. 만약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경의 중앙선이 아닌 경춘선 쪽으로 가게 된다. 본디 왼손잡이인지라 걷는 것 자체에 취해서 아무 생각 없이 왼쪽으로 방향을 잡은 적이 있었다. 사릉역을 넘어서 금곡역으로 향할 때쯤에서야 비로소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그게 바로 어저께였다. 물론 이왕 길을 잘못 든 김에 그대로 쭉 걸어가도 상관은 없었다. 문제는 퇴계원 즈음에서부터 경춘선 방향으로 걷는 그 길이 너무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적어도 청평이나 가평 정도에서 출발해야 걸으면서 오밀조밀한 풍경과 시원한 강바람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좌파 성향을 드러내어 걸어갔다. 

계속 걷다 보면 이번 도보여행의 유일한 업힐이 나온다. 본디 저 업힐은 보행자 전용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행자를 위한 길이 따로 잘 마련되어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이 때문에 다운힐을 하며 신나게 내려오는 라이더들을 예의 주시해야만 한다. 물론 평일 오전에 걷게 될 경우, 라이더들이 거의 없는 데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으므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짧은 업힐 도중에 어느 정도 경사가 완만해지면  이렇게 멋진 카페와 식당들이 나타난다. 다음번에 여기를 지나치면 반드시 한 곳을 들러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업힐의 정상에는 라이더들을 위한 쉼터와 조말생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 안내판이 나를 반긴다. 이때가 오전 8시 46분이다. 평소라면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앞에 도착한 출근 셔틀에서 꾸역꾸역 내릴 때이다.  

이제 업힐이 끝났으니, 나도 시원스레 다운힐을 즐겨야겠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서 내려갈 때의 신나는 기분은 없다. 대신 내 두 발로 뚜벅뚜벅 걷느니만큼 주변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덕소역 근처 한솔 강변 아파트 옆 한강변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고가도로가 제법 길게 이어진다. 이때야말로 모자를 벗고 땀을 식힐 때이다. 그러나 마냥 늘어져 있을 수는 없다. 팔당역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팔당역까지 1.5km가 남았다. 현재 시각은 10시 15분이다.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팔당으로 이동하는 라이더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자마등 쉼터>에 도착했다. 다양한 과자와 견과류, 음료, 시원한 과일 등을 판매하며, 아메리카노 등의 커피 또한 판매하고 있다. 여기 주인께서는 물건값을 치를 때면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뚝섬유원지역에서 팔당역까지 걸어가는 중이라고 말하니, 주인께서 무척이나 놀라신다. 그런 사람은 처음 봤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자마등 쉼터 주인은 국토 종단이나 횡단을 하는 수많은 자전거 애호가들, 하루에 수 백 킬로미터를 질주하는 라이더들을 질리도록 보셨을 터이다. 하지만 뚝섬에서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은 못 보신 눈치셨다. 콜라와 500미리 생수를 구매한 뒤 나도 합장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사실 여기까지 왔으면 팔당역이 코 앞이라, 굳이 마실 것을 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자마등 쉼터를 "찍고" 지나가는 맛이 있기 때문에, 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자, 마스크를 똑바로 쓰지 못하는 사내가 도보 여행을 마칠 때가 왔다. 칙칙폭폭 신나게 걷다 보면, <이디야 커피>가 있어요~라고 말하는 안내문이 보인다. 그리고 안내문 맞은편에는 팔당역으로 빠져나가는 토끼굴이 있다. 본디 이디야에서 과일 주스 한 잔 할까 했지만, 귀가해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토끼굴을 빠져나와 팔당역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좋은 날 슈퍼>. 저 야외 테이블에 친구들과 앉아 시원한 밤막걸리를 연신 들이키며 망중한을 보내곤 했었다. 다음번에는 꼭 자리 잡고 앉아 여유를 즐기고자 한다. 오늘도 딱히 바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점심은 집에서 먹고 싶다.  

10시 53분, 드디어 팔당역에 도착했다. 6시 13분에 시작해서 10시 53분에 종료하였으니, 4시간 40분이 걸린 셈이다. 얼굴에 기미가 마구마구 솟아 올라 있다.  

경의 중앙선을 타고서 상봉역에서 환승하여 집에 도착하니, 11시 50분이었다. 예정대로 점심 식사를 집에서 할 수 있었다. 총거리는 20km가 조금 넘었던 것 같다. 거리를 정확히 모른 까닭은 내가 카카오맵으로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이리저리 섞어가며 걸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머리를 쓰지 않으려면,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걷는 것이 최고이다. 

내친김에 어제의 실수를 정리해보면, 시내버스를 타고 일단 망우역으로 가서 팔당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팔당역에서 도보로 이동하여 <팔당 초계국수>에서 시원하게 초계국수 한 그릇을 해치웠다.

다음번에는 길을 잘못 드는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고 팔당역에서 뚝섬유원지역 쪽으로 역방향으로 걸어갔다. 걷다 보니 내 판단 미스를 알았고, 그대로 잘 걸어가서 구리시를 넘어 서울시로 들어섰다. 

귀가하여 저녁을 먹고 난 뒤에도 흥이 가시지 않아, 이번에는 중랑천을 따라서 이마트 트레이더스까지 걸어갔다.

비뚤어진 마스크는 이제 내 트레이드 마크인가....<시작이 밤이다>라는 멋진 가게를 지나쳐서 지하철을 타고 10시 넘어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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