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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0 홍콩 자가격리 3일 차 (2)

슬로 앤 미니멀 라이프스타일 제안

2021년 8월 10일 홍콩 자가격리 3일 차, 오후 3시가 넘어서 시험 삼아 맥도날드에 앵거스 버거 세트와 홍콩 밀크 티를 주문하려 했는데, 주문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버 이츠의 경우 저녁까지의 배달 주문을 일찌감치 마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FC에도 주문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제 지역에서만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라마다 그랜드 뷰 호텔의 경우 우버 이츠를 통해 주문할 때에는 오후에 주문받는 레스토랑의 수가 줄어든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호텔 식사가 워낙 부실하니, 점심 식사를 12시 반 경에 마치고 나서 오후 4시쯤 되니 배가 고파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별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푸드 판다>에 가입합니다. 가입하고 나서 보니, <푸드 판다>가 오히려 제가 찾던 앱이었습니다. 저는 홍콩의 일반 슈퍼마켓에서 맥주와 과일을 비롯한 다양한 일상 음료와 식제품을 먹어 보고 싶었는데, <푸드 판다>에서는 그와 같은 슈퍼마켓이 다양하게 입점해 있었습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검색란에 "beer"를 입력했습니다. 대부분의 맥주들이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었으며, 심지어 한국 IPA 맥주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한 번에 많이 마시지를 못해서, 500ml 대신에 SKOL이라는 말레이시아 맥주 330ml 캔 세 개와 즉석 라면 9개를 주문했습니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식 겸 해서 먹을 예정입니다. 제대로 된 음식을 시켰다가 호텔 식사를 못하게 될까 봐, 일단 서로 다른 종류의 라면을 골라 보았습니다. 

 결제 버튼을 누르고 돌아서니 라면을 너무 많이 주문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라면이야 어떻게 해서든 먹게 되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결론 내렸습니다. 호텔 근처에 소재한 슈퍼마켓(데일리 맨슨 노스 포인트)이었는데, 주문이 완료된 지 정확히 5분 뒤에 호텔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깜짝 놀랄 정도였지요. 배달원은 제 방 앞까지 올 수 없습니다. 로비에 제 물건을 맡겨 놓으면, 호텔 직원이 제 방까지 가져다주지요. 침대 위에 물건들을 깔아놓고 나니 흐뭇합니다. 아주 건강하지 못하고 맛난 음식들이지요 ^^

일단 제일 큼지막한 라면 하나를 골라 물을 따라놓은 뒤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십니다. 총알 배송으로 온 놈이라 그런지 아직도 시원합니다. 아, 이제 살 것 같습니다. 

사진만 보아도 무슨 맛인지 대충 알 수 있을 듯한 라면입니다. 양파와 칠리 향이 조화를 이루었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사실 간장 맛이었습니다. 그래도 짭조름한 간장 맛의 면을 맥주와 함께 먹고 나니, 비로소 에너지가 올라옵니다. 역시 식사량 부족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방에 라면 냄새가 배면 안되기에, 일단 용기를 뜨거운 물에 깨끗하게 씻어서 말려놓습니다. 방문을 여러 번 여닫아서 환기시킨 다음에 다시 맥주 캔을 손에 쥐고 책상 앞에 앉습니다. 침대 위에 다리를 올려놓으니 천국 같습니다. 라면이 채 위장으로 내려가기도 전에, 저녁 식사가 도착했다는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어쩌겠습니까, 또 먹어야지요. 

오늘 저녁 식사에는 큼지막한 닭고기가 제법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평소에 엄청 부실하다가, 라면 하나를 뚝딱 해치운 저녁에 하필 든든하게 나왔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흰밥+양배추+당근은 기본으로 나옵니다. 다른 조합이 없더군요. 당근이나 양배추가 몸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저런 구성은 쉽게 질립니다. 저녁 식사를 맥주와 함께 마무리하고 비닐봉지에 용기를 싸서 내놓은 뒤, 양치질을 하고 손을 씻습니다. 너무 배가 불러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내일은 라면을 3시쯤 먹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제게 맞는 식단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완성될 즈음에 자가격리가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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