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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8 홍콩 자가격리 11일 차

홍콩 라마다그랜드뷰호텔

오늘은 홍콩 자가격리 11일 차입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부터는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16:8 간헐적 단식 패턴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활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삼시 세 끼를 챙겨 먹으니 점점 제 몸이 후덕해져가고 있습니다. 인격이 후덕해지면 참 좋을 텐데, 그러지를 못하네요. 그래서 아침 식사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단 수령해 놓았다가, 반찬만 점심때 먹기로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우버 이츠" 프로모션을 사용해서 맥도날드에 음식을 주문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자가격리 해제 이후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일은 매우 드물 것 같습니다. 제 숙소가 워낙 좁아서 강제적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방이 좁은데, 음식 냄새가 배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우버 이츠 프로모션 쿠폰을 자가격리 기간 동안 사용해보기로 합니다. 그러면 왜 다른 레스토랑이 아닌 맥도날드냐? 멋진 레스토랑은 배달해 먹기보다는 직접 가서 먹고 싶습니다. 기타 식당 요리는 리스크가 좀 있습니다. 게다가 홍콩 맥도날드에는 한국에서는 먹을 수 없는 메뉴들이 꽤 있습니다. 놓칠 수 없지요. 제게는 현재 3개의 프로모션 코드가 있습니다. 이 친구들 가운데  구체적으로 적용을 해보아서 가장 저렴하게 나오는 녀석을 사용하면 됩니다. 

우버 이츠에 접속하여 맥도날드를 검색하니, 오전 10시 45분까지는 맥모닝이나 해피밀만 주문 가능하네요. 저는 제대로 된 햄버거를 먹고 싶단 말입니다!! 그래서 꾹 참고 11시쯤 주문을 넣기로 합니다. 


드디어 11시가 되었습니다! 첫 주문 시 100$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감안하여 세트를 주문하려 했으나, 역시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프로모션 적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HKD20 할인만 적용받았습니다. 앵거스 버거 세트에다 제가 좋아하는 프렌치 프라이(M)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홍콩 앵거스 버거가 맛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주문을 넣고 나니, 이렇게 배달 기사님의 프로필 및 현재 이동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습니다. 홍콩 맥도날드에서는 기사님 팁도 별도로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1분 내로 기사님께서 호텔 로비에 도착하실 예정이라고 알림이 뜨는군요. 저는 좀 늦게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점심이 아닌 브런치를 먹게 될 것 같습니다. 

배달이 완료되었다고 다음과 같이 알림이 떴습니다. 이제 호텔 측에서 제 방 앞에 배달물을 놓아두고 가겠지요.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시그니처 버거인 앵거스 버거, 치킨 너겟 4조각, 프렌치 프라이(M) 2개, 콜라가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그니처 버거 특유의 브리오쉬 번이 빤질빤질합니다. 무척이나 맛도 있었습니다. 

먼저 콜라를 마셔 봅니다. 제가 과장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한국에서의 맥도날드 콜라보다 신 맛이 강하고 단 맛이 덜합니다. 전세계의 맥도날드 콜라 맛이 동일하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시끄러운 매장 대신에 호텔 방에 홀로 앉아 음미하면서 먹다 보니 차이가 느껴집니다. 아니면 말고요.

프렌치 프라이는 어느 때 먹어도 제 입에 딱 맞습니다. 오래 놓아두면 눅눅해지기 때문에 2개를 한꺼번에 먹었더니 좀 어지럽네요.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앵거스 버거이겠지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뭐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100% 프리미엄 호주산 순쇠고기 패티가 들어 있는 앵거스 버거. 쇠고기 패티가 두툼한 것이 아주 제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육즙이 있는 상태로 구운 편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프렌차이즈 특성상 바싹 구울 수밖에 없겠지요. 저는 빅맥 마니아여서 한국에서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를 먹어본 경험이 없습니다. 수제 프리미엄 버거를 먹을 때면 차라리 자코비 버거 등 전문 매장에 갔지요. 개인적으로는 앵거스 버거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재구매 의사 있습니다!  

오늘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는데, 호텔 제공 점심 식사도 걸러야겠습니다. 느끼한 것이 아마 저녁까지 갈 것 같습니다. 호텔 측에서 식사를 옵션으로 제공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 제공되는 호텔 식사를 돈 주고 먹는다는 사실이 조금 슬픕니다. 뭐, 주어진 현실에다 불평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요. 사실 프렌치 프라이와 콜라를 제외하고 햄버거 자체만 본다면 그렇게 몸에 나쁜 음식은 아닙니다. 오히려 영양 밸런스가 잘 맞지요. 외식 때 먹는 여타 음식들에 비해 열량도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근무하는 대학의 구내식당 메뉴가 간장 범벅의 느끼한 음식뿐이라면, 차라리 빅맥이나 앵거스 버거 단품을 사서 먹어야 하겠습니다. 


아침 식사는 따로 하지 않았고 점심 식사는 맥도날드 세트로 끝냈으니, 이제 호텔에서 제공하는 저녁 식사를 먹어야 할 때입니다. 5시가 조금 넘어 저녁 식사가 배달되었고 그것을 받아 점심 식사와 함께 펼쳐 놓으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예리하신 분들은 오른쪽의 점심 식사와 왼쪽의 저녁 식사가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맛이 똑같을 것이라는 점을 금세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저는 정말 음식에는 둔감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가 격리된 지 10일 만에 호텔 식사에 물려 버렸습니다. 배달 오는 사이에 퍼져 버린 면보다는 그래도 차라리 식어 버린 흰 쌀밥이 나았습니다. 오른편에 있는 점심 식사를 2/3 쯤 해치운 뒤, 플라스틱 용기에다 저녁 식사분까지 꼭꼭 눌러 담아서 복도 밖에 내놓았습니다. 활동량이 매우 적으니만큼, 차라리 아침과 점심 식사에서 먹을 만한 것들을 챙겨놓았다가 저녁 한 끼만 먹어볼까도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12일 자부터는 1일 1식을 시험하는 셈이 되겠군요. 제 몸을 가지고 하는 실험만큼 흥미롭고 유용한 경우가 없으니, 그것도 좋습니다. 


보통 오전에 가족과 통화를 하는데, 오늘은 한국 쪽 사람들이 바빠서 저녁에 줌 회의를 통해 만났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제 날씨가 선선해져서 아침과 저녁에 두 번 산책하신다고 합니다. 여동생은 이틀 연속 재택근무 중이며, 내일도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내일은 어머니께서 여동생 집에 가서 함께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하고 강아지도 돌볼 예정이십니다. 한국의 가족들이 평안하게 살아가는 것만큼 제게 큰 기쁨은 없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후배 한 명이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매년 시행하는 해외 대학 한국학 강좌 객원 교수 모집 공고를 보내왔습니다. 

https://www.kf.or.kr/kf/na/ntt/selectNttInfo.do?nttSn=40036&mi=1131&bbsId=

 4월에 떴으며 저와는 관계가 없는 공고였지만, 읽으면서 가슴이 뛰었습니다. 에콰도르, 브루나이, 아제르바이잔, 코트디부아르, 케냐 등에서 1년에서 2년 동안 한국학을 강의하다니, 정말로 멋진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커리어를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주류의 생각이겠지만, 저는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몰려간다는 이유만으로 거기를 향하는 데에 대해서는 태생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며, 실제로 그렇게 살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김성우"와 같은 사람을 주목합니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을 다니다가 자신이 세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아 무기력증에 빠졌는데, 우연히 달리기를 하다가 진정 가슴이 뛰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공부를 때려치고 케냐로 넘어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훈련 경험을 쌓았지요. 그는 현재 한국에 돌아와 살고 있으며, <마인드풀 러닝>이라는 책을 내고 <달리는 나무늘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탠포드를 다니다가 케냐로 가서 달리기를 하는 이런 인물이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을 절망케 하지만 장차 세상에 가치 있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bYt1txj0wgg  

어차피 올해나 내년까지는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해외 강의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홍콩에서 연구원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2년 아니 3년 뒤에 가능할지도 모를 모험을 생각하니 아드레날린이 솟구칩니다. 구글 미국 본사 인사부에 취업한 황성현 님은 3년 치 이력서를 미리 써놓으신다고 하니, 역마살이 잔뜩 낀 제가 2-3년 뒤를 꿈꾸는 것도 어쩌면 허황된 것만은 아니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9unwtrZQDuA&list=RDCMUCelFN6fJ6OY6v8pbc_SLiXA&index=4

맞은편 객실의 꼬마 남자애가 잠도 자지 않고 미친 듯이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제 고막을 때리니, 오늘 밤도 제 때 자기는 글렀습니다. 제가 근래에 본 사람 중에 가장 텐션이 넘치는 멋진 중고차 판매업 사장님의 동영상을 보며 좋은 기운을 받아가야겠습니다. 박준규란 분인데, 이 분처럼 긍정적이고 활기가 넘친다면 제 강의가 학생들에게 좀 더 기분 좋게 받아들여지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cEMKRsqik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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