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사토리 세대는 자동차에 흥미가 없다?-3

사토리 군은 소위 ‘바른생활 사나이’가 되어 가고 있었지만, 바른생활이 바로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다가 눈을 들어 저 멀리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같은 과 친구 히토리 군을 보니, 며칠 전에 그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담배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챙긴다는 정책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지. 자기보존 욕구에 충실한,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만 돈을 쓰는 사토리 세대들의 소비패턴이 점점 널리 퍼지면, 사람들은 절로 담배를 끊게 될 거야. 왜냐하면 사토리 세대들은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만 소비하는데, 자신의 건강을 망치는 일이 어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될 수 있겠어.”

마침내 히토리 군이 자기 앞에 다가와서 반갑게 인사하자 사토리 군은 며칠 전 그들의 대화를 상기시켜주며, 그러면 담배를 끊지 않는 사람들은 멍청하고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지 그의 견해를 물어보았다.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꽤나 먼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힘들지 않은 듯했다. 그래도 감출 수 없는 이마의 땀을 씻은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담배가 백해무익한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기호식품이기도 하잖아? 내가 보니까 사람들이 흡연하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야. 기분이 좋아서 피는 경우가 있고, 기분이 나빠서 피는 경우가 있더라고. 그런데 나는 기분이 좋아서 피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건강을 해칠 정도로 많이 피는 일이 드물거든. 문제는 나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뻑뻑 피워대는 경우야.

기분이 좋아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나는 베트남에 놀러 갔을 때 본 기억이 있어. 그들은 정말 느긋하게 대화하며 이따금씩 담배에 입을 갖다 대어 뻐끔 뻐금 피우고 천천히 연기를 뿜었어. 그들은 정말로 여유롭게 담배를 피웠으며, 누군가에게 쫓기듯 빡빡 빨아대지 않았다고. 하지만 요새 직장인들이 흡연 구역에 나와서 담배 피우는 것 좀 봐. 무슨 원수나 진 듯 세차게 담배를 빠는 바람에,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대를 빨고 사무실로 돌아가지. 이른바 ‘분노의 흡연질’이라고나 할까. 그들은 잔뜩 찌푸린 표정이야. 아니, 그렇게 좋은 담배를 피우면서 왜 그렇게 얼굴이 구겨진 거야? 나는 사람들이 진정 기분 좋게 담배를 피운다면, 흡연으로 인해 건강을 망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봐.

그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세금을 올리니 뭐니 하면서 돈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 왜냐하면 흡연 여부는 철저히 국민 개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거든. 국민들이 진정 자기 자신의 건강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이제 흡연 인구가 줄거나, 흡연인의 흡연량 자체가 줄겠지. 그런데 한때는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고서, 다시 노인들을 위해 저가 담배를 내놓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더군? 노인들은 저가 담배 피우고 빨리 돌아가시기라도 하란 말인가? 도대체 앞뒤가 맞질 않잖아. 다행히 그 이야기는 나오자마자 쑥 들어가더구먼.”

히토리 군은 고등학교 때까지 담배를 피웠다가 대학에 입학해서 오히려 담배를 끊은 드문 케이스이다. 그는 학업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담배를 피웠는데, 고등학생에 불과한 그가 어느 사이 계단을 오를 때 점점 호흡이 거칠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 그리고 담배를 끊자마자 젊은 그의 몸은 건강을 다시 회복했으며, 그는 예전처럼 계단을 뛰어서 올라가도 힘든 줄을 모르게 되었다. 히토리 군은 이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철저히 깨우쳤다.

그런 히토리 군을 바라보고 웃으며, 사토리 군은 자신이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지하철을 타는 게 훨씬 좋다고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내가 보니까,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는 지하철을 타는 편이 훨씬 건강에 좋아. 본디 앉는 자세가 선 자세보다 훨씬 허리에 무리를 준다는 것은 상식이야. 그러지 않아도 우리들은 공부하느라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잖아. 지금이야 젊어서 별 탈 없지만, 취직한 뒤에도 계속 책상 앞에 앉아 사무를 볼 텐데 그때 허리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너나 할 것 없이 아플 돈이 없잖아. 허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때문에, 나는 책상 앞에 반드시 앉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항상 서거나 걸을 작정이야. 게다가 전철에서 서서 가며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내가 승용차를 몰면서 핸들을 계속 잡게 된다면, 그와 같은 독서는 무리일 테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동차를 사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하겠군. 물론 나중에 결혼해서 애가 생기면 자동차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

히토리 군은 사토리 군의 생각에 동의하며, 어떤 의미에서 자신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자전거로 등하교한다고 말한다. “사토리 군도 알겠지만, 우리 집이랑 학교가 꽤 멀거든. 그런데 사실 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한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몸서리칠 정도니까. 그래도 운동을 하긴 해야 하니까, 지하철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서 하루 왕복 2시간에 걸쳐 등하교하는 거야. 오늘 같은 휴일에도 학교에 약속이 잡히면 자전거를 타고 오고 말이지. 그리고 내가 자전거를 좀 타보니까, 확실히 하체 운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평소에도 피로함을 느끼지 않게 되더라고. 나는 달리기는 너무 귀찮아서 못하겠어. 그나마 운동에 게으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운동은 다름 아닌 자전거 타기야. 그런데 말이야.”

자신의 생각을 쭉 늘어놓던 히토리 군은 살짝 한숨을 쉬면서 사토리 군을 바라보았다.

“사토리군, 나는 아무래도 자동차를 살 필요가 없는 것 같아. 대한민국에서 젊은이가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까닭은 단 한 가지야. 대한민국에서 연애할 때 자동차는 반드시 필요해. 자동차가 없어서야 도대체 어디에서 마음 놓고 키스할 수 있겠어. 사방에 사람들이 개미처럼 들끓고 CCTV가 째려보고 있는데 말이야. 하지만 나는 아예 연애 따위는 꿈도 꾸지 않으니까, 자동차를 살 필요가 없단 말이지.”

“또 그 소리냐? 연애하지 않겠다고? 너 혹시, 돈이 없어서 연애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지? 요새 삼포 세대는 돈이 없어서 연애도 하지 않는다고 방송에서 이야기하던데, 나는 삼포 세대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아무튼 돈 없어서 연애 못한다는 이야기는 말이 안 돼.”

“아냐, 난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냐. 나는 혼자서 자전거 타고 영화 보고 여행 다니고 하는 게 너무 좋은 걸. 나는 혼자 가만히 사는 게 제일 좋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

“히토리 군, 그러다가 평생 히토리(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할 텐데? 그래도 행복해?”

“나는 그게 행복한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외톨이는 아니라고 생각해. 연애를 하지 않아도 주변에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외톨이겠어.”

“알았어.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지.”

“오케이. 그런데 사토리군, ‘나는 아플 돈이 없다’는 네 말이 본디 네 원칙과 어긋나는 것 같은데? 사토리 군은 아플 돈이 없어서 아프지 않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면 싫으니까 아프지 않고자 하는 것 아냐? ‘나는 아플 돈이 없다’는 말은 자칫 돈이 있으면 아플 만한데, 돈이 없으니까 아프면 안 된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는 걸? 그건 마치 예전에는 담배 살 돈이 있어서 담배를 피웠지만, 이제 담뱃값이 올라서 담배 살 돈이 없으니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논리와 비슷하게 들려. 돈이 있건 없건 간에 아프기 싫으면 피지 말아야지, 안 그래? 나는 사토리 군이 무슨 연유로 ‘나는 아플 돈이 없다’고 자꾸 말하는지 되게 궁금하네.”

“히토리 군, 고마워. 그러고 보니 내가 내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네. 좀 더 생각해 볼게. 잘 가. 길조심 하고.”

“오케이. 월요일 수업 때 보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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