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사토리 세대는 자동차에 흥미가 없다?-4

그런데 히토리 군과 사토리 군의 대화는 여기에서 끝이 났지만, 우리는 이와 같은 중요한 주제를 여기에서 대충 마무리하고 지나갈 수 없다.

앞선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연애에 대한 사토리 군과 히토리 군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우리는 히토리 군의 경우를 들어, 그동안 하나의 강력한 사회적 통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렸던 편견 하나를 제거해야 한다. 즉 사회의 숱한 편견과는 달리, 아주 많은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즐기며, 그러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는 결혼이나 심지어 연애조차 하지 않고 지내는 싱글들의 경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일찍이 옛날 어른들은 결혼 안 하고 혼자 있는 자식들을 마치 뭔가 문제가 있는 환자 바라보듯 했다. 자기 자식이 연애를 하지 않으면 뭔가 비정상이라고 어른들은 여겼다. 그리고 그와 같은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실제로 자신을 비정상으로 취급하며, 연애를 하는 대신 방구석에 앉아 조용히 만화책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자신을 혐오했다. 이는 남자라면 마땅히 여자를, 그리고 여자라면 마땅히 남자를, 그도 아니면 동성이라도 무조건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된 불행이다. 이 때문에 남자건 여자건 그 누구와도 사귀고 싶지 않고 단지 조용히 혼자서 취미를 즐기는 기질을 타고난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마치 괴물 취급을 당했던 것이다.

나는 히토리 군과 같은 경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도리어 뭔가 사람들과 항상 어울려야 ‘올바른 사회인’이라는 잘못된 편견에 기댄 수동적 인식이 히토리 군과 같은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부정하게 만든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히토리 군 또한 사토리 군과 마찬가지로 오직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만 소비하거나 행동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추구한다. 그는 대인관계를 기피하지는 않지만, 필요 이상의 대인관계는 자제하고 그 대신 자신만의 취미를 즐긴다. 집안 어르신들의 눈에 히토리 군은 다소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히토리 군은 나날이 행복하기만 하다. 오히려 히토리 군을 강제로 사교모임 등에 지나치게 몰아 대면 그는 도리어 불행해질 것이다.

히토리 군은 ‘연애 세포’ 따위는 누군가 지어낸 허위 개념이라는 점을 자기 자신에게 비춰 능동적으로 분명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히토리 군이 남성우월 주의자 거나 여성 혐오주의자란 뜻은 결코 아니다. 히토리 군은 단지 혼자 조용히 자기 취미를 즐기고 싶을 따름인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오직 히토리 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히토리 군과 같은 사람을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자신의 수동적 편견을 고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사실상 혼자 있기 좋아하는 기질을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억지로 결혼함으로써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 남편 역할을 해왔으며, 실질적으로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혼자 있는 것을 즐긴다는 현실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까닭 없이 사람들을 미워하고 기피해서 혼자 있으려 한다면 그와 같은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히토리 군은 전혀 사람들을 미워해서 기피하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홀로 있음을 즐긴다.

내가 이와 같은 논의를 지겹도록 반복하는 까닭은 다름이 아니다. 이와 같은 논의를 충분히 접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아, 나는 연애하지 않고 이렇게 편하게 잘 사는데, 혹시 내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남들은 연애하는 것이 그렇게 좋다는데, 나는 몇 번 해봐도 도통 혼자 있는 것보다 낫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니.”라고 넋두리를 늘어놓는 사람들을 내가 숱하게 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멀쩡히 잘 사는 자기 자신을 비정상으로 치부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연애’를 쫓아서 쓸데없이 분주해진다. 나는 이제 히토리 군과 같은 히토리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분명히 알리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즐기라고. 노년에 외로울까 봐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노년 때에 가서 생각하라고. 그때에도 외로운 늙은이들이 잔뜩 있을 테니, 그때 일은 그때 가서 고민하라고.

히토리 군 또한 한때 이렇게 생각했다. ‘나도 연애를 하고 싶어. 그런데 너무 바쁘잖아. 현대사회는 이른바 피로사회라고. 밤낮없이 일하고 집에 오면 파김치, 주중에 일했으면 주말엔 쉬어야지. 요샌 데이트도 또 하나의 일이라고. 도저히 내 체력으론 감당할 수도 없고, 감당할 생각도 없어.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뭐.’

그런데 히토리 군은 주변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그보다 체력이 약하고 더 바쁜 이들도 기를 쓰고 연애하고 있었다. 밤에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항상 다크 서클이 턱까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연애가 좋다는 것이다. 히토리 군은 그래서 알았다. 피로사회니 뭐니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고. 단지 어떤 이들은 연애를 하지 않고서는 못 사는 반면에, 자기는 연애를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좋다고.

그러나 히토리 군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서도 한동안 방황했다. 즉 인간은 연애를 좋아하는 것이 마땅한데 자기는 도저히 연애욕구가 생기질 않으니, 혹시 잘못된 인간이 아닌가 하고.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의 닦달 속에 이와 같은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하지만 마침내 히토리 군도 깨닫게 되었다.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도 있고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도 있듯이, 연애 자체를 즐기지 않는 자기 같은 남자 또한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연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속 편하게 잘 사는 자기는 절대 잘못된 인간이 아니라고. 이렇게 생각하니, 그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고 편안해졌다.

나는 이 주제를 ‘연애’와 관련된 장에서 다루고자 했지만, 이미 핵심을 다 말해버린 듯하다. 그러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Ⅳ부 끝. Ⅴ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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