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사토리 세대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아사히신문의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의 논점이 어느 정도 분명해졌으므로, 이 문제를 다루는 것 또한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내 생각에, 술 자체에 대한 선호는 사회적 이슈가 아닌 철저히 개인적 문제이다. 많은 이들이 요즈음 젊은이들은 바빠서 그런지 술을 적게 마신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술 자체를 꺼려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반대한다. 나는 2014년 4월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개최되었던 「서울국제와인&주류박람회」를 방문한 뒤, 오늘날 젊은이들이 지닌 다양한 술에 대한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계 온갖 종류의 술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은 부스(booth)에서 전시되었으며, 입장객들은 얼근하게 취해서 부스들을 옮겨 다니며 시음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입장객의 상당수는 20대 초반의 젊은 남녀들이었다. 적어도 내가 방문할 당시에는 남자들보다 오히려 여자들이 더욱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몇몇 부스에서는 강한 비트의 클럽 음악이 나오기도 했으며, 많은 젊은이들은 마치 클럽에 가는 것처럼 대낮부터 멋지게 꾸며 입고 나왔다. 물론 실제로 이 분위기를 이어서 그대로 클럽으로 직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들은 이제 고리타분한 술자리를 꺼려한다. 그들은 즐겁게 술을 마시고 싶어 하며, 다양한 술을 접하고 취미로 삼고자 한다. 술을 맛으로 즐기는 많은 젊은이들은 결코 취할 때까지 술을 연신 비워대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는다. 똑같은 술로 빨리 취해 버리면,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없지 않은가. 이제 많은 젊은이들은 슬픔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취미로써 술을 마신다.
요즘 일부 나이 든 어른들이 “요새 젊은이들은 너무 술을 안 마셔.”라고 불평하는 소리를 흔히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젊은이들이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세대들이 지금까지 술을 너무 마신 것이다.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자.
동아일보 2001년 12월 17일 자 「술독에 빠진 한국…WHO 151개국 보고서」라는 기사를 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주 위스키 등 20도 이상 고 도주(高度酒)의 소비량은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29개 OECD 회원국 평균 소비량의 5.6배에 이른다. 이 같은 사실은 17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세계보건기구(WHO)의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순수 알코올 소비량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술에 취한 한국〓WHO는 유엔과 각국 정부로부터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근 자료인 1996년 자료를 토대로 세계 151개국의 술 소비량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최근 발표했다. 술에 든 순수 알코올 분량을 합산한 결과 한국은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간 14.4ℓ를 소비해 슬로베니아(15.15ℓ)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술고래’ 나라로 조사됐다. 슬로베니아가 와인(8.5ℓ)과 맥주(5.76ℓ)를 많이 소비하는 걸 감안하면 ‘독한 술’은 한국이 단연 으뜸이었다.”
반면에 파이낸셜뉴스 2014년 6월 19일 자 「1인당 술 연간 소비량은 9.16리터..소주가 1위」라는 기사를 보면, “OECD에서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보고서(Health at a Glance) 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1인당 평균 알코올소비량은 8.9리터로서 전체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2위로 나타났다.”
위의 자료를 다시 요약해 보면, 199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간 알코올을 14.4L 소비하며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2013년 11월에 OECD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간 알코올을 8.9L 소비하며 OECD 회원국 가운데 22위를 차지했다. 통계자료의 산출방법이 동일한지의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수치만을 비교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나는 예전의 대한민국이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어르신들이 요새 젊은이들이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을 탓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또 다른 기사에서 한국주류산업협회측은 “우리나라 음주는 식당 등 외부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술을 권하는 문화로 인해 버리는 술 양이 상당한 반면 유럽에서는 가정에서 음주가 주로 이루어져 버리는 술이 거의 없음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실제 마시는 알코올 소비량은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술은 본디 마시기 위해 있는 것이며, 결코 버리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 속에서 술에 약한 이들이 술을 몰래 버리는 문화는 단연코 사라져야 할 악습이지, 결코 다양한 문화 가운데 하나로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