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폭풍 같은 1학년 1학기를 보내고 난 뒤 사토리 군은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았으며, 어느 맑은 가을날 캠퍼스를 거닐면서 자신과 같이 돈 없는 젊은이가 어떤 경우에 가장 크게 지출하게 되는지 고민해보았다.
‘기숙사에 사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는 없지. 내가 하숙을 구한다 하더라도 이것보다 돈을 더 줘야 함은 당연하니까. 옷을 좀 못 입고 밥을 좀 덜 먹어도, 잠만큼은 편하게 자야지. 비록 애늙은이 같은 소리이기는 하지만, 잠이 보약이라잖아? 여행을 가도 결국 잠을 푹 자야, 다음날 기운차게 뛰어다닐 수 있더라고.
먹는 건 또 어때. 기숙사 식당이나 교내 식당을 이용하면 저렴한 양질의 식단을 제공받을 수 있지. 물론 먹고 나서 배가 빨리 꺼져서 탈이지만 말이야. 게다가 카카오톡에 맥도날드나 KFC 등을 친구로 설정해 놓으면, 할인 행사 광고가 끊임없이 뜬단 말이지. 가끔은 그렇게 외식도 해주어야지. 맛도 있고. 데이트할 때 다소 비용이 조금 더 들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감당해야지. 어떻게 연애하면서 매일 패스트푸드만 먹을 수 있겠어. 이까지는 문제없어.’
계속 생각을 하면 할수록, 사토리 군은 크게 돈 나갈 구석이 없다는 데에 안도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크게 돈이 나갈 수밖에 없는 항목을 떠올리고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병원비, 병원비를 잊고 있었어!’ 그는 갑자기 진리를 찾은 것 마냥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캠퍼스를 빙빙 돌았다.
‘세 끼 먹던 밥은 두 끼로 줄일 수도 있어. 몸만 튼튼하면 아르바이트쯤이야 얼마든지 더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만약 잘못된 자세로 의자에 오래 앉아있거나 운동 부족으로 허리 근육이 약해져서 허리 관련 질병에 시달리기라도 한다면, 물리치료 등으로 인해 얼마나 예상치 못한 많은 돈이 나가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거든.’ 그는 갑자기 자신의 자세가 구부정한 것은 아닌지 이리저리 둘러보았으며, 마치 정수리를 누군가가 위에서부터 머리카락을 붙잡고 잡아당기기라도 하듯이 허리를 쭉 폈다.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어쩌면 좋아. 멀쩡하게 생겼는데, 고시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살짝 돌았나 봐.”라고 속삭이며 그의 곁을 스쳐갔다. 하지만 사토리 군은 그녀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아플 돈이 없어.’ 사토리 군은 계속 걸어가며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이 문제에 있어서 다른 사람과 나는 모두 사정이 다르지 않거든. 가령 교통사고를 당해서 갑자기 병원비가 나간다면, 이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내가 평소에 불량한 자세로 생활하면서 허리나 목을 망친다거나, 쓸데없이 컴퓨터 게임을 너무 오래 해서 시력을 망쳐 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된다면, 이는 모두 내가 자초한 일이며 내 책임이야. 나는 아플 돈이 없어. 하지만, 뭐 어쩌겠어. 사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이 진정 내게 유익한 일이며 내가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겠어. 아프면 만사가 다 귀찮고, 아프면 무엇이든 즐기기가 어렵지. 이제 나는 병원신세를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며 살아갈 거야. 왜냐하면 나는 아플 돈이 없으니까.’
그는 원래부터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 있으면 허리 근육이 약해져서 온갖 고통에 시달리고 병원신세까지 지게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어떻게든 맨손체조라도 해서 건강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
뿐만 아니라, 사토리 군은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담배 따위는 평생 피우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반드시 폐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흡연이 폐암 이외에도 각종 질병의 원인임은 틀림없잖아. 나는 아플 돈이 없어. 다른 이들은 자신의 건강을 해칠 여유와 자금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럴 여유가 없어.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을 해쳐가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잖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가끔씩은 밤을 새울 수도 있겠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건강을 해칠 때까지 무언가를 해서는 안 돼. 왜냐하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늘이나 내일뿐만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하고 싶기 때문이지. 내가 필요로 한다는 것은 미래가치까지 포함해서 필요로 하고 좋아한다는 것이지, 결코 오늘 하루만 좋고 다음날부터 죽을 때까지 고통스럽고자 하는 것은 아니잖아. 마약쟁이들이 실수하는 지점이 바로 이 곳이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