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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2 (3) 침사추이 란퐁유엔을 가다

홍콩에는 "차찬텡"이라는 독특한 가게들이 있습니다. 차와 요리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서민적 분위기의 식당이죠.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차찬텡은 야마우테이 역 근처의 <미도 카페>와 여러 지점을 지니고 있는 <란퐁유엔>일 것입니다. 미도 카페는 예전에 방문한 바 있으므로, 오늘은 저녁 약속 시간 전에 잠깐 들르는 겸 해서, 침사추이의 란퐁유엔을 방문하기로 합니다. 의외로 이 곳을 찾는데 헤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유명한 <청킹맨션> 건물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바로 옆옆에 요렇게 생긴 입구가 있으니, 이 곳을 따라 내려가시면 됩니다. 

일단 이 입구로 들어서기만 하면, 그 뒤부터는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코너마다 <랑퐁유엔>가는 표지가 붙어있기 때문이지요.

좁은 복도를 꾸불꾸불 몇 번 거치다 보니, 란퐁유엔에 도착했습니다. 그 유명한 찻잔 진열대가 저를 맞이합니다. 

식당에 들어서니, 뜻밖에 한적합니다. 보통 란퐁유엔 하면 모르는 사람과 합석하여 쫓기듯이 먹고 나오는 곳으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일요일 오후라서 그런가요? 저는 빈 테이블 가운데 하나를 골라 혼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여기서 1시간 넘게 혼자 멍 때리며 저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앞두고 있으니, 푸짐하게 먹어서는 안 되겠지요. 저는 아이스 밀크티($24)와 크리스피 번($19)을 주문했습니다. $43이니 6천원 조금 넘는 가격이네요. 

마침내 그 유명한 밀크 티와 크리스피 번을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타킹 비슷하게 생긴 조리기구로 밀크 티를 걸러내는 것으로 유명한 란퐁유엔입니다. 과연 그 유명한 밀크 티 맛은 어떨까요? 그리고 버터와 연유로 범벅이 되어 저의 당 수치를 한껏 올려줄 크리스피 번의 맛은 어떨까요? 

저는 맛 블로거가 아니니, 그냥 제가 느낀 대로만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홍콩시티대학 구내식당의 밀크티($7.5)와 그곳의 음식들을 매우 사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홍콩 맛집이라고 불리는 가게의 맛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고 위생상태는 오히려 나으며, 가격은 더 저렴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밀크 티나 프렌치 토스트, 소고기덮밥 등의 메뉴는 맛이 상향평준화되었습니다. 그래서 홍콩의 유명 맛집을 방문해도, 사실 방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자지러지게 놀랄 맛은 제게는 없었습니다. 제 입맛이 저렴해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하튼 우리가 평범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들의 맛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 저는 란퐁유엔을 다시 방문하지 않을 것이냐? 그것은 또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곳을 방문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곳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란퐁유엔은 단순한 길거리 식당이 아닌 까닭이지요. 

낡은 목욕탕 타일 같은 벽면에는 이곳을 방문했던 손님들이 남기고 간 그림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란퐁유엔은 단순한 차찬텡이 아니라 홍콩인과 외지인들로부터 몇 십 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명소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겠지요. 게다가 저는 운이 좋아 여기에서 한 시간 이상 머무르며 가게 안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홍콩인들도 여기 와서 방문 기념 사진을 찍는 광경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만큼 여기는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이겠지요. 저 외에도 오랜 시간 머무는 팀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제 옆자리에는 엄마가 꼬마 남자아이를 데리고 와서 식사를 했습니다. 노모를 모시고 온 젊은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셀카를 찍는 장면도 보였지요. 나이가 지긋한 레스토랑 주인은 카운터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다가 손님이 오면 벌떡 일어나곤 했습니다. 역시 장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닙니다. 5시 약속인데 4시 45분이 되었습니다. 이제 일어나서 가야 할 때입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서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사진을 찍는다는 바로 그 장소에 갑니다. 

  

지나가던 베트남 관광객 하나를 붙잡아서 사정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많이 걸어서인지, 장딴지가 더욱 두꺼워졌습니다그려. 약속장소까지는 걸어서 2분, 이제 성림거 운남쌀국수에서 저녁을 먹어야 할 차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도 카페보다 란퐁유엔의 추억이 더 좋습니다. 음식 맛도 란퐁유엔 쪽이 나은 것 같습니다. 개인 취향이니, 그냥 참고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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