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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6홍콩 남기 국수(Namkee Noodle)

홍콩 하면 식도락의 천국이지요. 그 가운데 많은 한국인들이 가격과 맛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누들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누들 레스토랑으로는 <성림거> <남기> <탐자이 삼거> 등이 있습니다. 사실 저의 탐자이 삼거 체험은 다소 특이합니다. 왜냐하면 제 근무지인 홍콩시티대학과 연결된 대형 쇼핑몰 <페스티벌 워크>에서 몇 번 누들을 맛나게 먹었는데, 알고 보니 거기가 <탐자이 삼거>였기 때문입니다. <탐자이 삼거>를 몇 번씩이나 갔으면서도, '이번 주말에는 숙소 근처의 탐자이 삼거에 가 볼까?'라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으니, 헛웃음이 나옵니다. 물론 침사추이나 몽콕의 탐자이 삼거를 가면 좀 더 넓고 편안한 시설에서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합니다. <성림거>는 이미 두 번의 만족스러운 방문이 있었고요, <남기 누들>의 경우에도 참 어이가 없습니다. 제 퇴근길 가운데 몽콕 역이 있습니다. 홍콩의 홍대입구라 불리는 그 곳에는 대형 빌딩 2층에 큰 규모의 <남기 누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때 조금 일찍 퇴근해서 그곳을 방문했는데, 직원이 불친절하고 자리도 꽉꽉 차 있어서 발길을 돌렸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우연히 걷다 보니, 바로 집 근처에 조그마한 규모의 <남기 누들>이 장사중이었습니다. 맨날 지나다니던 길에 있었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지요. 


조던 역과 야마노테이 역 근처에 소재한 자그마한 규모의 <남기 누들>에 일단 입장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동안 마라 육수로만 누들을 먹었는데, 오늘은 HKD 29에 해당하는 맑은 지리 육수의 기본 메뉴를 신청해 봅니다. 머리를 빡빡 밀은 외국인이 들어와서 앉아 있으니, 사람들의 웃음에 긴장감이 돕니다. 저는 외국에 나와 있는지라 꽤나 몸조심을 하는데, 알고 보니 제 존재가 더욱 위협적인 것이었단 말인가요!

<남기 누들>의 시그니처는 바로 저 말라비틀어진 "스프링롤"입니다. <성림거>나 <탐자이 삼거>에서는 맛볼 수 없는 친구입니다. 보시다시피, 고기 육수가 매우 맑습니다. 그리고 안에는 고기완자가 여러 종류 들어 있지요. 이 친구가 HKD29의 가장 기본 메뉴입니다. 맛은 어떨까요? 저는 한 스푼 국물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고독한 미식가처럼 미소를 지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구수한 것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스프링롤은 짭조름한 것이 국물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고기완자야 사실 어느 브랜드를 가나 똑같습니다. 레스토랑 브랜드는 달라도 같은 공장에서 재료를 공수받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 맛있으면 그만이지요. 늦은 저녁에 먹기에는 양이 적은 편이 오히려 부담이 적습니다. 어저께 먹은 <성림거>의 기본 누들은 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많이 주는 것으로 불평할 이유가 없지만, 여하튼 배터지게 먹고 나면 밤에 잠도 잘 오지 않고 그렇더라고요. 제가 아재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남기는 건 또 되게 싫어합니다. 넓적한 면은 식감이 매우 좋았습니다. 다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다 보니까 국물이 식어버렸는데, 식은 육수는 느끼해서 점점 먹기에 부담스러워지더군요. 저런 저녁 간식은 가급적 빨리 후루룩 먹는 편이 나은가 봅니다. 

바닥까지 박박 긁어 먹은 뒤에 계산을 합니다. 옥토퍼스 카드로 결제하고 나오니, 후텁지근한 홍콩 공기가 제 얼굴에 확 들이닥칩니다. 역시 에어컨이 시원한 가게가 좋습니다그려. 


다음번에는 백종원 아저씨가 먹어서 대유행한 토마토 누들을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밀크 티에 딤섬에 토마토 누들 세트가 HKD 30(4500원)이지요? 홍콩 물가를 생각하면 환상의 가성비입니다. 물론 모닝 세트이지요. 참고로 백종원 셰프는 남기 누들에서 먹지는 않았습니다만, 여기 와서 살아 보니 딱히 백종원 씨가 방문한 가게를 찾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소문나지 않았는데 현지인들이 가득한 가게가 진퉁이지요. 다만 <남기 누들>은 정평이 높은 체인점이라서 맛과 "위생"이 보장되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오늘 구루메 여행은 간단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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