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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4] 홍콩 케인로드 스타벅스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됩니다. 겉으로는 평화로우나 내면적으로는 질풍 노도의 시기나 다름없었던 2달 여가 이제 정리되는 기분이네요.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기 홍콩의 침사추이는 벌써부터 크리마스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데이트하는 커플에게 특히나 유명한 헤리티지 에어리어 내에는 이미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섰습니다. 

홍콩의 지하철 첫 운행시간은 한국보다 다소 늦습니다. 침사추이 역에서는 6시 11분에,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조던 역에서는 6시 13분에 지하철 첫 차가 출발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호텔을 나와서 지하철 역 승강장까지 도착하기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5시 40분에 기상해서 샤워하고 옷을 챙겨 입은 뒤 걸어나오면 여유롭습니다. 6시 13분 열차를 타고 출근길에 올라 사무실에 도착하면 늦어야 6시 40분입니다. 어슬렁어슬렁 탕비실로 가서 보이차 한 잔을 끓여서 온 뒤, 이제 텅 빈 사무실에서 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합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4천 명을 넘은 상황에서 정부가 위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도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았으니, 일흔 넘은 노모의 건강이 염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길거리 다닐 때 조심하라고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머니께서는 12월 말에 부스터 샷을 맞을 계획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요즘은 어머니와의 통화를 마친 뒤, 홍콩시티대학과 연결된 페스티벌 워크 몰(mall)에 있는 <퍼시픽 커피>를 방문합니다. 7시부터 오픈하는 <퍼시픽 커피>는 홍콩의 스타벅스입니다. 가격은 약간 더 저렴하며 양은 더 많고, 커피 맛이 제법 훌륭합니다. 하지만 커피 알레르기가 생겨버린 저는 항상 말차 라떼를 마삽니다. 아, '抹茶말차'의 일본발음은 '맛차"이고 영어로도 matcha latte라고 표기합니다. 페스티벌 워크의 <퍼시픽 커피>는 매장을 고풍스럽게 꾸민 것으로 홍콩 내에서도 유명합니다. 과연 옛 도자기 등이 진열 중입니다. 저는 항상 동일한 자리에 착석합니다. 

사진에 찍힌 날짜를 보면 제가 이틀 연속으로 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저 조그마한 체구의 비구니가 <퍼시픽 커피>를 방문해서 스마트폰 수행 중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역시 사람 구경입니다. 


그런데 11월 24일인 오늘,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아침에 <퍼시픽 커피>를 방문하니,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해서 으슬으슬했습니다. 물론 옷을 든든하게 입고 오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을 옷 꺼내입기를 꺼려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홍콩의 겨울 날씨에 대해 제가 얻어들은 바를 좀 설명해야겠습니다. 홍콩은 한겨울인 1월에도 아침 기온이 10도 내외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춥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눈총을 받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홍콩의 건물에는 난방 시설 자체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한겨울 오밤중에 건물에 있다 보면 말 그대로 뼛속까지 시리는 경우가 잦다고 합니다. 제가 묵고 있는 숙소도 이미 서늘해서, 저는 가을 운동복에 두꺼운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고 잡니다. 아마 온열매트를 구입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시국에서 감기에 걸리면 저만 손해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저는 아직까지 여름 자켓과 여름 슬랙스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도 얇고 편한 데다가 물빨래가 가능해서 관리 또한 용이하기 떄문이지요. 홍콩시티대학에 출근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이 때문에 아직까지도 단벌 신사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버텨 보고자 합니다. 하여, 저는 일단 거침없이 냉방을 가동하는 <퍼시픽 커피>에서 잠시 퇴각합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있다 보니 또 울적해집니다. 비록 16:8 간헐적 단식 패턴이 무너진 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후회가 없는 것이, 아침에 따뜻한 말차 라떼 한 잔이 홍콩 독거남의 하루를 활기차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예 발길을 끊을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퍼시픽 커피>에 가는 횟수를 줄이게 된다면, 이제 아침 말차라뗴 한 잔의 여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고민 끝에 저는 <스타벅스> 비아(VIA) 말차 라떼 스틱을 구입하리고 결정했습니다! <스타벅스> 페스티벌 워크 매장은 <퍼시픽 커피>보다 두 세칸 윗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3분이면 충분합니다. 급한 성격의 저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총알같이 점심시간에 사무실을 튀어나갑니다.  


조그마한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서니, 진열대에 비아 맛차라떼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소 긴장했지만,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선물 세트 광고에 비아 맛차라떼가 보입니다! 홍콩시티대학 교내에서 자주 보았던 배불뚝이 서양인 뒤에 서서 기다리던 저는 주문을 넣었고, 밝은 웃음을 띤 바리스타가 제가 원하던 상품을 건네주었습니다. 가격은 HKD 55였습니다. 한화로 8천 원이 조금 넘습니다. 한국에서는 구매해본 경험이 없어서 검색해보니, 2019년 기준으로 8,800원에 판매하더군요. 그렇다면 홍콩에서도 전혀 비싼 것이 아닙니다. 한국보다 높은 홍콩 물가를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봐야겠습니다. 5개의 스틱이 들어있네요.

아시다시피, 맛차 라떼 파우더는 우유 또는 두유에 타먹어야 맛있습니다. 맹물에 타서 마시기엔 좀 그렇지요. 따뜻하게 먹으면 가장 좋겠지만 제 사정이 여의치 못합니다. 페스티벌 워크 내에 소재한 <테이스트>에서 두유을 사서 올라옵니다. 

이제 매일 아침 스타벅스 말차라떼 한 잔 마실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다시 오후 업무에 집중할 떄이빈다. 


본디 식탐이 없고 16:8 간헐적 단식의 소식가라, 평일 식사는 구내식당 이용으로 갈음합니다. 4시 50분에 간단하게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나니 저녁 5시입니다. 오늘은 특별한 업무가 없으니 어디로 갈까요? 사실 오후 내내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제가 홍콩섬의 란콰이펑을 방문해서 이리저리 걸어다닐 때마다 유달리 제 눈이 띄던 <스타벅스> 매장이 하나 있습니다. 흔히 란콰이펑 스타벅스 하면 두들 스트리트에 있는 콘셉트 스토어가 유명합니다. 저도 몇 번 그 앞을 지나갔습니다만, 왠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 갈 일이 있기는 하겠지요. 대신 제 시선을 항상 사로잡던 <스타벅스> 케인 로드(Caine Road) 매장을 오늘 내친 김에 방문하기로 합니다! 재빨리 지하철역으로 달려가 센트럴 역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D2 출구로 나옵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데카트론> 센트럴 매장이 저를 반겨줍니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란콰이펑이 젊음의 열기로 뜨겁지는 않습니다. 오늘 제가 목적한 곳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깁니다. 

자, 도착했습니다! <피리피리> 매장 너머로 부끄러운 듯 숨어 있는 저 스타벅스를 저는 항상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뭐, 매장 내 인테리어야 오십보 백보이겠지요. 제가 다녀보니, 한국 스타벅스가 평균적으로 훨씬 넓고 예쁩니다. 하지만 홍콩에는 또 홍콩만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즐기지 않을 수 없지요. 

카운터에서 저를 맞이한 사람은 거구의 인도-파키스탄 여성이었습니다. 어찌나 목소리가 부드럽고 친절한지, 저는 그녀의 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 케인로드 스타벅스는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제가 머물던 3시간 동안 방문객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바리스타와 친분이 있었습니다. 이 바리스타는 분명히 초기의 스타벅스가 지녔던 바리스타의 이미지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서로 first name을 부르며 잡담을 나누는 고객과 바리스타. 무척이나 보기가 좋았습니다. 저도 그렇게 될 예정이냐고요? 제가 머무는 호텔에서 이곳 스타벅스까지는 너무 멉니다. ㅠㅠ 


이곳에서 "슬로 라이프"에 관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저녁 9시가 되자 마감시간을 알립니다. 구글에서는 분명히 저녁 10시까지 영업하며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12시까지라고 되어 있었는데. 코로나 시국에서 구글이 알리는 영업 시간은 대체로 들어맞은 적이 없습니다. 업데이트가 느린 탓이겠지요. 하지만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여기서도 제가 마신 것은 말차라떼였습니다. 말차라떼는 tall 사이즈가 제일 작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저는 short 사이즈로 달라고 말했습니다.  short 사이즈는 HKD 38입니다. <퍼시픽 커피>보다 양은 적고 가격은 비싸며 맛은 덜 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들 나름대로의 멋이 있습니다. 


9시가 되어 스타벅스 케인로드 매장을 나서니, 아직까지 너무 이른 시간입니다. 미드레벨 엘리베이터 주변을 빙빙 돌며 산책하다, 센트럴 피어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하철을 타는게 편하지만, 캄캄한 밤중에 바다를 가로질러 배를 타고 건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요. 

정말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아름답습니다. 센트럴에서 침사추이까지 왕복하는 페리는 upper deck과 lower deck이 있는데 가격이 다릅니다. 물론 lower deck이 더 저렴합니다. 홍콩을 처음 또는 드물게 방문하는 관광객은 윗갑판을 이용하시면 좋고, 저와 같이 홍콩에 살면서 수시로 페리를 이용하는 사람은 lower deck으로도 충분합니다. 2021년 11월 현재, HKD3.2 입니다. 침사추이로 넘어와서 다시 야경을 보면서 걷고 또 걸으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가, 조던 역에 걸어서 도착하니 11시입니다. 요즘 좀 늦게 자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이만하면 충분히 즐겼으니, 일찍 자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씻고 옷 갈아입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결국 12시가 되어서야 잠에 들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홍콩 거주민들이라면 알고 계실 꿀팁 하나 제공하겠습니다. 홍콩에는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뱅크가 있습니다. 이름은 <ZA bank>입니다. 그런데 이 <자 뱅크>에 가입해서 <자 카드>를 받으면, 지정된 커피 매장에서 1+1에 커피를 구매해서 마실 수 있습니다. 

https://bank.za.group/en/za-card/coffee

스타벅스나 퍼시픽 커피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도 유명한 아라비카 % 커피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지난 11월 18일, 저는 센트럴에 있는 산업은행 홍콩 지점에서 근무하는 은행 동기를 만나 점심 식사를 하고 아라비카 % 커피 매장에 방문했습니다. 이곳 커피 맛은 정말로 기가 막힙니다. 몇 년 전, 커피 알레르기가 없던 때에 마셔봐서 잘 압니다. 여기는 착석이 불가능하고, 오직 테이크아웃만 됩니다. 여기서도 저는 맛차라떼를 주문했는데, 1+1 혜택을 받아 HKD 50 에 결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맛차 라떼 작은 사이즈가 HKD 50이라면 결코 저렴하지 않지요. 하지만 1+1 이라면 한 잔에 HKD 25이니, 스타벅스나 퍼시픽 커피보다 저렴합니다. 달지 않아서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홍콩 거주민이 아니라면, 아마 앱 스토어에서 ZA bank앱을 다운받으실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관광객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각 나라마다 앱이 다르고, 국가 변경이 필요한데, 저는 귀찮아서 하지 않았습니다. 홍콩에 1년 이상 거주하실 분들은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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