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11107 홍콩 골든비치 방문

홍콩은 도심에서 해변까지 진입하기가 매우 쉽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가장 긴 해변을 갖고 있다는 "골든 비치"를 그래서 11월 7일(일) 오늘 방문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조던 역에서 골든 비치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만 합니다. 제대로 된 버스 이용은 오늘이 처음인지라, 다소 긴장합니다. 집 앞에서 260X번 버스를 탄 뒤, Tuen Mun Road Interchange에서 61M으로 갈아타야만 합니다. 참고로 홍콩에서 길 찾는 데 가장 유용한 어플은 무빗(moovit)입니다. 

제가 묵는 호텔 앞에 서는 260x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야 비로소 Tuen Mun Road Interchange가 나왔습니다. 가는 길에 오른편으로 보이는 넓고 푸른 바다가 제 가슴을 탁 틔워 주었습니다. 제가 너무 구룡반도 한편에 찌그러져 있다 보니, 홍콩이 좁기는커녕 매우 넓고 탁 트인 곳이 많다는 점을 잊고 삽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터체인지의 형상이 아니라서, 하차하고 난 뒤에도 어쩔 줄을 몰라 두리번거립니다. 구글 맵도 이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발품을 좀 파니, 하단 이미지에 나오는 길을 따라서 내려가라는 표식이 있었습니다. "홍콩 골드 코스트"를 경유한다는 안내가 보이지요?

이 계단을 따라내려 갔더니, 바닷가와 곧바로 이어지는 멋진 산책로가 등장했습니다.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지요.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제 목적지는 골든 비치이지요. 

파란 하늘을 즐기며 61M 버스를 기다렸다가 냉큼 올라탑니다. 그리고 골든 비치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해변길로 들어섭니다. 

드루와! 드루와! 

골든 비치로 입장하는 길이 아주 널찍하니 잘 닦여 있습니다. 오전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고, 한눈에 보아도 부촌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오전 10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기온은 꽤나 높았고 아침부터 요트나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되었습니다. 해변가에 위치한 고급 맨션에서 수영복을 입고 곧장 걸어 나온 노인들이 평화롭게 물살을 헤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나왔지만,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이 노인들의 아침 헤엄질이 보기 좋았습니다. 

골든 비치는 카페테리아 비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걷다 보면 전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만, 여하튼 아침부터 서핑 강습을 받는 학생들 및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건장한 젊은이들을 지나쳐서 그늘 아래 걸으며 카페테리아 비치로 향합니다. 

솔직히 카페테리아 비치라고 해서 예쁜 카페라도 잔뜩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전혀 없습니다. 다만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지정 공간이 제공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스페인에서 온 30명 넘는 무리들이 아침부터 떠들썩하게 고기를 구우며 술을 마시고 놀고 있었습니다. 가족 단위라서 그런지 매우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걷다 보니 카페테리아 비치도 금세 끝나고, 카두리 비치로 이어졌습니다. 보시다시피, 일정한 공간을 가두리 쳐서 만들어놓은 조그마한 해수욕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카두리 비치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록 사진에는 별 볼 일 없게 나왔지만, 나무 그늘이 매우 시원하고 관광객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오는 그와 같은 해변이었습니다. 

카두리 해변 그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시원한 아침 바닷바람을 즐기다가, 다시 카페테리아 및 골든 비치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카두리 해변 산책로에서 보는 바다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지금은 11월입니다. 

아직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는데 슬슬 배가 고파옵니다. 주변에 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찾으래야 찾을 수 없습니다. 제법 걸어 나가야 하거든요. 이때에는 역시 천하무적의 맥도날드를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전에 골든 비치의 상징인 돌고래 동상을 한 번 보고 갑니다. 

<골든 코스트 피아자>에 소재한 맥도날드를 방문합니다. 

<골든 코스트 피아자>에는 세계 각국의 요리들이 죄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맥도날드가 가장 좋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앵거스 버거 세트! 16:8 간헐적 단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여유롭게 식사를 마친 뒤 맥도날드 뒤편에 정박한 요트들을 구경합니다. 저 멀리 골드 코스트 호텔도 보입니다. 여기에는 유럽 휴양지처럼 요트가 많이 머물러 있습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요트도 좋고 뭐든 다 좋으니, 갑자기 낮술이 당깁니다. 그래서  <골드 코스트 피아자>로 돌아갑니다. 

아까부터 눈독 들였던 멋진 가게가 있었습니다. 바로 <히토 커피 Heato>입니다. 정말로 화사한 미소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아르바이트생(여성)이 주문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커피 카페인 알레르기가 생겨버린 저는 슬프게도 커피가 아닌 병맥주를 주문해서 야외 테이블에 앉습니다. 

아따, 필스너 한 병을 빨대로 마시니 알딸딸하게 잘 취합니다. 1시간이 넘게 일광욕을 하며 앉아 있었는데 제 옆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앉았다가 일어섰습니다. 저는 친구 및 가족과 안부전화도 하고 사람 구경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기는 커피나 맥주보다 샐러드가 유명한 것 같습니다. 제 옆 테이블 분들은 대다수 브런치 겸 해서 샐러드를 테이크 아웃해서 먹더군요. 낮술 마시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뭐 술꾼도 아닌데, 민망합니다. 


술도 제법 마셨겠다, 이제 다시 해변으로 걸어 나갑니다. 단숨에 카두리 비치로 가서 그늘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습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카두리 비치에 홍콩 연인들이 자리 잡고 앉아 오손도손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이제 술도 어느 정도 깼겠다, 슬슬 귀가해야 할 때입니다.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해변 산책로를 따라서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합니다. 조금 걸어 나가니, 몽콕 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인 52X가 있었습니다. 물론 몽콕 지역은 매우 넓으며, 버스는 몽콕 역과는 많이 떨어진 주말 시장에 저를 떨구고 떠났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거대한 주말 시장이 그곳에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사람들에 부대끼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걸어서 호텔에 도착해서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던집니다. 아침의 해변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만, 다음번에는 저녁 일몰 때에 방문해서 석양을 촬영하고 싶습니다. 제가 눈여겨보았던 카페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맥주도 한 잔 하면서 즐기고 싶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211113 빅토리아 피크 하이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