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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9-1 홍콩 스탠리 비치, 리펄스 베이

오늘은 2021년 12월 19일 일요일입니다. 오늘은 제게는 정상적인 근무일이라서 별생각 없이 지하철을 타는데 요금을 징수하지 않았습니다. '왜 지하철에서 요금을 받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사무실에 와서 대학원생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의문이 풀렸습니다. 오늘은 중국이 선거제를 개편한 이후 처음 홍콩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그리고 투표 독려 차원에서, 오늘 하루는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입니다.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112172038015

https://www.scmp.com/news/hong-kong/politics/article/3159191/hong-kong-elections-free-travel-all-legislative-council

투표권이 없는 제게도 이렇게 고마운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런 날이야말로 대중교통을 마음껏 이용하면서 평소 가보고 싶은 곳들을 방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 제게는 해야 할 업무가 조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전부터 홍콩 전역 투어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고민 끝에 오늘은 저녁에 리펄스 베이와 스탠리 비치를 방문하는 정도로 무료 대중교통 이용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로 했습니다.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1/06/607916/


유럽 분위기를 띠며 부유층이 사는 곳으로 널리 알려진 리펄스 베이와 스탠리 비치는 홍콩시티대학에서 찾아가기에는 다소 먼 거리에 위치합니다. 지하철(MTR 메트로)를 타고 센트럴 역에서 내려 260번 버스를 타고 가는 편이 좋겠군요.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사이트가 있어서 링크를 여기에 올리겠습니다. 

http://www.ttearth.com/world/asia/china/hongkong/repulse_bay.htm#.Yb6mJWhByUl

일단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역으로 이동해서 A출구로 나옵니다. 건너편에 버스가 모여서 출발을 대기하는 익스체인지 스퀘어가 보입니다. 그러면 육교를 이용해서 건너편으로 넘어가서, 버스 번호가 적힌 곳에 줄을 서서 타면 됩니다. 리펄스 베이로 가는 급행버스인 260번을 타야겠지요? 

저렇게 큰 2층 버스가 후진하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줄이 꽤 깁니다만, 2층 버스의 공간이 제법 넉넉한지라 모조리 태우고 출발합니다. 비록 요금이 나아지는 않지만, 옥토퍼스 카드를 결제기에 가져갑니다. 탑승 인원을 체크해야만 하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센트럴이나 침사추이에서 리펄스 베이나 스탠리 비치를 가실 경우, 반드시 오른쪽 좌석에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멋진 바다 경치가 죄다 오른편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올 때에는? 이미 실컷 바다를 보고 지쳐 있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타시면 됩니다. 

일단 <리펄스 베이 비치> 역에 하차합니다. 6번 버스나 6X 버스 등이 있지만, 260번 버스가 급행이라서 가장 빨리 갑니다. 반대편 줄이 엄청나게 긴 것을 보니, 이미 리펄스 베이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분들인 듯합니다. 홍콩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태풍'이 올 예정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날씨가 영 꾸물꾸물합니다.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홍콩 문화로 인해, 중간이 뚫린 건물들이 이곳에는 제법 많습니다. 홍콩을 상징하는 건축 양식이라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저 계단을 올라가면 쇼핑몰이 있는 듯한데, 저는 패스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리펄스 베이에는 그다지 볼 것이 없습니다. 해변이 그다지 넓지 않고, 멋진 레스토랑 등도 부족합니다. 다만 스탠리 비치에서 리펄스 베이를 거쳐 쭉 바닷가를 거니는 기분은 매우 상쾌할 듯합니다. 저 멀리 바닷가에 있는 하얀 건물에서는 결혼식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인데, 하객을 체크하지 않습니다. 먹음직스러운 메뉴들이 쫙 펼쳐져 있는데, 슬쩍 먹어보려다 참았습니다. 나이를 먹어서도 이렇게 황당한 일을 하려는 생각이 항상 가득하니, 참 언제 철이 드나 싶습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게 다행입니다. 


멋진 돌이 깔린 해변 산책로는 바다와 그대로 이어집니다. 여름에는 이곳을 통해 입수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남아에서 온 도우미(헬퍼) 분들이 단체로 산타 복장을 한 뒤 멋진 군무를 선보입니다. 보시다시피, 오른쪽에는 카메라가 있고, 머리를 풀어헤친 검은 반바지 여성이 댄싱팀 단장입니다. 일주일에 유일하게 하루 휴식이 주어지는 이 분들은 그래도 굉장히 정이 있고 쾌활합니다. 지나가는 홍콩 독거노인에게도 크게 환호성을 질러줍니다. 리펄스 베이를 다 돌아보는 데에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아, 곧바로 버스를 타고 다시 스탠리 비치로 이동합니다.  


<스탠리 비치+스탠리 마켓>이라는 정류장에 내리니, 버스들이 가득합니다. 버스 종점인 듯합니다. 이제 비탈길을 어슬렁거리며 내려가 스탠리 마켓에 진입합니다.  

마치 방콕의 전통시장인 짜뚜짝 마켓을 줄여놓은 것 같습니다. 리펄스 베이에 비해 사람들이 많으니 일단 활기가 넘칩니다. 

스탠리 마켓의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니, 조그마하고 한적한 해변이 나옵니다. 가족 단위로 텐트 안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저 멀리 화려하고 떠들썩한 분위기의 스탠리 플라자와는 대조되는 분위기입니다. 

크리스마스가 1주일 남았는데, 아이들의 복장에 주목해 주십시오. 15도 내외로 다소 싸늘하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두 발을 바닷물에 담그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홍콩은 이런 점이 좋습니다. 

스탠리 플라자로 이동하기 전, 자그마한 돌섬이 있는데 사진 찍기가 매우 좋습니다. 홍콩의 연인이란 연인은 모두 모여서 포즈를 취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곳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는 일찍 와서 매끈한 돌 위에 걸터앉아 책이라도 읽고 싶습니다. 

이제 저 멀리 보이는 불야성의 <스탠리 플라자>로 옮겨가야 할 때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휴일이라 그런지, 말 그대로 인산인해인 스탠리 플라자입니다. 

홍콩 속의 유럽이라고 불리는 스탠리 플라자는 홍콩이 영국에게 속하게 된 시점부터 꾸준히 개발되어 온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서양인들이 많이 보입니다만, 이제는 관광 명소가 되어서인지 로컬들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저는 대체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거리에는 달콤한 라이브 연주가 펼쳐집니다. 

<더 플라자> 건물 2층에서 내려다본 인파입니다. 저 휘향 찬란한 불빛이 가득한 곳은 특별 설치된 푸드 마켓인데, 아마 입장하는데 1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뭐, 이태원 세계촌 축제와 다를 게 있겠습니까. 저는 패스입니다. 

스탠리 플라자까지 왔는데, 또 <머레이 하우스>를 방문하지 않을 수 없지요. 머레이 하우스는 본디 1844년에 센트럴에 건립되었는데, 1982년에 스탠리로 옮겨왔습니다.  40만 개의 벽겨돌을 하나하나 떼어서 그대로 옮겼다고 하니, 대단한 고역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본디 군용 식량창고였지만, 지금은 레스토랑을 겸한 쇼핑몰로 탈바꿈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명이 보이지요? 여기도 들어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스탠리 비치에 소재한 선착장을 바라봅니다. 저곳에서 출발하는 페리는 어디를 향하는 걸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한 연말의 스탠리 비치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이곳에서 맥주나 한 잔 할까 하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나중에 저 인파가 한꺼번에 버스 정류장에 몰리게 되면 아마 귀가하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데 잔머리가 미쳤습니다. 이런 걸 생각하면 모험을 못하는데 말이죠. 이제 늙기는 늙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직 저녁 7시밖에 안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대로 집에 가기는 아쉽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홍콩 안의 또 다른 유럽인 <디스커버리 베이>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스탠리 비치 거리 분위기를 담은 동영상을 업로드하며, 오늘 글은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211219 스탠리 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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