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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9-2 홍콩 디스커버리 베이

오늘은 2021년 12월 19일 일요일, 저는 스탠리 비치에서 260번 급행 버스를 타고 센트럴 역으로 이동 중입니다. 아직 저녁 8시도 되지 않았는데, 귀가하기에는 너무도 시간이 아깝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스페인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산다는 디스커버리 베이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디스커버리 베이의 경우, 센트럴 피어에서 페리를 타고 갈 수도 있고, 지하철 통총 역에서 내려 DB01R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대중교통이 무료이니, 페리가 아닌 지하철+버스 노선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통총 역은 사진 하단 왼쪽에 보이는 오렌지색 라인의 종점입니다. 센트럴 역에서 가기에는 꽤 먼 거리입니다. 구룡반도나 홍콩섬이 아닌, 란타우 섬에 소재하지요. 하지만 그래 봤자 센트럴 역에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서울 지하철 생각하면 다들 고만고만한 곳에 몰려 살고 있습니다. 통총 역에서 원하는 버스 정류장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글 맵이나 기타 교통 앱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닙니다. 저도 무작정 찾아보려다가 제법 헤매었습니다. 여하튼 DB01R 버스 정류장을 찾아서 급하게 뛰어듭니다. 놀랍게도, 이 버스의 경우 요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외부인이 찾아오는 것을 꺼리는 고급 주거지답습니다. DB01R의 DB가 바로 Discovery Bay의 약자입니다. 버스 안에는 스페인어와 영어가 난무합니다만, 버스 정류장 안내 방송이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어차피 종점에서 내리면 됩니다. 30분 가량 버스를 타고 가니, 칠흑 같은 어둠은 그치고 다시 은은하고 황홀한 도시의 불빛이 등장합니다. 버스에서 내려 디스커버리 베이의 상징인 '디 덱(D Deck)'으로 향합니다. 

<디 덱>은 온갖 레스토랑 및 편의점 등이 몰려 있는 고급 쇼핑 공간입니다. 가운데 널찍하니 빈 터가 있는데 멋진 조명 아래 공공 좌석이 제법 많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음에는 여기에 와서 독서를 해볼까 합니다. 

멋진 크리스마스트리가 광장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디스커버리 베이 산책로를 걸어볼까 합니다. 정말 이 분위기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방문한 홍콩의 여러 곳 가운데 단연코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멋진 음악이 흘러나오는 고급 레스토랑을 왼편에 두고 스페인 문양이 새겨진 돌길이 펼쳐집니다. 

저 멀리 그 유명한 <헤밍웨이> 펍이 보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럼' 종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가 당기는 곳입니다. 

<헤밍웨이>에서 Y 글자의 조명이 나가고 말았군요. 감미로운 목소리를 지닌 라틴계 기타리스트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노래하고 있고, 백인들과 동남아 헬퍼들 그리고 아이들이 주변을 뛰어다니며 즐기고 있습니다. 

분명히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에 남아 있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제가 너무 음악에 취해서 착각했나 봅니다. 대체로 분위기는 사진에서와 같이 어둡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한참을 듣고 있다가, 이제 바닷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해변에는 형광빛의 텐트를 치고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 차가운 모래사장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담소하는 나이 지긋한 백인들이 있었습니다. 해변 산책로 주변에 위치한 고급 단독주택에서는 떠들썩한 대화가 길 위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이 해변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그네를 타 봅니다. 바다를 향해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다음번에는 와인 한 병 옆구리에 끼고 와야겠습니다. 

해변에서 바라본 디 덱입니다. 가장 높이 솟은 건물에 <헤밍웨이>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저곳에서 헤밍웨이가 즐겼던 럼 한 잔 해야겠습니다. 참고로 디 덱에서 HKD 120 이상 결제하면, 그 영수증을 제시할 시 센트럴로 향하는 페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페리 편도 가격이 HKD 40이니, 제법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 디스커버리 베이에는 센트럴로 출퇴근하는 서양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정까지 페리가 운영합니다. 디스커버리 베이의 분위기에 흠뻑 취하고 싶은 분들은 늦은 시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크리스마스 캐럴이 <헤밍웨이>에서 연주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 독거노인은 이제 귀가 준비를 합니다.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ZAKS>라는 레스토랑입니다. 나중에 연인과 함께 올 때 방문해야 할 곳입니다. <디 덱>에는 맥도날드와 서브웨이, 그리고 세븐일레븐도 있습니다. 나중에 혼자 와서 멋진 해변에서 독서하며 음식을 먹고자 할 때, 가격 별로 초이스는 다양합니다. 저는 대체로 음식에 그다지 취미가 없어서, 아무래도 좋습니다.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와인 2잔만 딱 하고 페리를 타고 귀가할까 망설입니다. <헤밍웨이>에서 작가가 가장 사랑했다는 '다이키리 파파 헤밍웨이 Daiquiri Papa Hemingway' 칵테일을 마실까 고민합니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에 또 너무 무리하면 다음날 출근 일정이 꼬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드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대로 버스 터미널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DB03R 2층 버스를 탑승합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주말 편도 요금이 HKD 12입니다. 서니베이 역이 종점입니다. 

홍콩에 와서 서니베이 역은 처음 와봅니다만, 분위기가 제법 멋집니다. 이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시 제 호텔이 소재한 조던 역으로 향합니다. 지하철 종점에서 센트럴 방향으로 가다 보니,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센트럴 역은 다릅니다. 오늘만 허용된 무료 대중교통 이용 때문인지, 다양한 사람들로 지하철역이 꽉 찼습니다. 그런데 또 왜인지, 제 숙소로 가는 지하철 안은 한적했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귀가했습니다. 호텔에서 샤워하고 누웠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습니다. 확실히 여행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감흥이 다르고, 역시 모든 장소들은 직접 방문해서 느껴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방문했던 리펄스 베이와 스탠리 비치, 그리고 디스커버리 베이는 모두 제가 사는 곳과 한참 떨어져 있어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제 취향을 기준으로 한다면, 리펄스 베이 재방문 의사는 없고, 스탠리 비치는 동료들이 가자면 함께 갈 수는 있고, 디스커버리 베이는 제 발로 여러 번 찾아갈 듯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취향입니다. 해운대 출신인 저는 역시 해변을 끼고 있는 부촌 분위기를 좋아하나 봅니다. 아마 앞으로도 홍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멋진 곳들을 즐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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