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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31 홍콩 란콰이펑 스튜디오31 방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12월 27일은 저와 함께 센터를 쓰고 있는 대학원생 A와 함께 주윤발의 고향인 라마 섬에 방문해서 하이킹과 음식을 즐겼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페리를 타고 소쿠완으로 들어가 1시간 반 가량 걸어서 용수완으로 이동했죠. 이른 저녁은 로컬 식당에서 즐기고, 그 유명한 <라마 그릴 Lamma Grill>로 이동해서 맥주 한 잔 했습니다. 

보다시피 카운터가 매우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흥겨우면서도 산만하죠? 운동이라곤 전혀 하지 않은 듯한 저 직원은 금융업에 종사하다가 또 다른 삶을 위해 라마 섬에 이렇게 정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라마 그릴>은 그 명칭처럼 스테이크가 매우 맛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와 대학원생 A는 핸드커트 감자칩 라지 사이즈에 그만 반하고 말았습니다. 사진이 없어서 유감입니다만, HKD 50(7500원)의 가격에 이렇게 양이 많고 맛있는 감자칩을 내놓을 수 있다니 마냥 은혜로울 따름입니다. 저는 라마 섬을 재방문할 시 이곳만큼은 반드시 들를 것입니다. 심지어 감자칩에 맥주 한 잔 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재방문 의사 있습니다. 뒷날 홍콩대에서 박사 과정 중인 C가 말하길, 본인은 홍콩에서 접한 레스토랑 가운데 <라마 그릴>을 가장 사랑한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이곳을 충분히 신뢰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스톤IPA든 무엇이든 맥주와 감자칩은 사랑입니다. 


오늘은 12월 31일, 올해 마지막 날입니다. <비사지 원>에서 만났던 빈센트라는 홍콩시티대학 졸업생이 저를 <스튜디오31>이라는 바에 초대해 주었습니다. 그는 낮에는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DJ로 변신하는 두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는 10시 이후부터 디제잉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오전과 오후 근무를 마친 뒤 대학원생 A와 회의실에서 맥주 한 잔 하고서 란콰이펑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란콰이펑을 방문할 때마다 의무적으로 촬영해야 할 것 같은 <데카트론> 센트럴 매장입니다. 보시다시피 많은 수의 경찰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니 어쩔 수 없지요. 이 때문에, <스튜디오 31>입구까지 가는데 다소 애를 먹었습니다. 

란콰이펑 거리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입니다. 이곳에 서서 맥주를 마시며 신년 카운트다운을 해도 좋겠지만, 선약이 있으니 아마 어려울 듯합니다. 어차피 경찰이 사방에 깔려 있어 분위기가 막 신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는 제 집처럼 편안한 할리우드 로드를 따라 걷다 보니, <스튜디오 31>이 나옵니다. 수십 번은 지나쳤을 텐데 한 번도 주목해 본 적이 없습니다. 조그마한 오픈 라운지 바인데, 입구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던 빈센트가 잠시 친구와 교대한 뒤 두 팔을 벌리며 저를 맞아줍니다. 제가 바에 착석하자마자, 테킬라 한 잔을 건네줍니다. 빈센트가 바빠 보여서, 저는 서둘러 그를 돌려보낸 뒤 맥주를 한 잔 주문하고 바를 둘러보았습니다. 

빈센트가 설명한 바와 같이, 이 라운지 바는 주로 단골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오늘은 여러 테이블을 빈센트의 친구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빈센트처럼 핵인싸를 디제이로 초대하면, 손님으로 가게를 꽉 채우는 것은 일도 아닌 듯합니다. 사실 초대받아 왔으면 술을 좀 많이 팔아주는 것이 예의인데, 저는 이미 사무실에서 맥주를 마시고 온 터라, 딱히 더 마시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련된 외모의 홍콩인인 주인장은 연신 제게 "Happy New Year"라는 말을 건네주며, 라틴계 종업원들 또한 눈을 찡긋합니다. 사실 저는 지나치게 친해지는 분위기가 어색한 사람인데, 그래도 오늘만큼은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맥주 한 잔을 금세 비우고 이번에는 저 뚱뚱한 친구로 주문했습니다. 사실 빈센트의 친구라서 그런지, 계속 주변에서 술이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취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제 뜻대로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제게 고깔모자와 미니 폭죽을 주면서,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터뜨리라고 합니다. 불쌍한 저는 거부하지 못하고 그냥 수용합니다. 

빡빡머리이다 보니 고깔모자를 얹기가 매우 수월합니다. 한국과는 달리, 홍콩에서는 신년 카운트다운이 매우 중요한 행사인 듯합니다. 밤새도록 라운지 바와 클럽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바 호핑(bar hopping) 꾼들이-주로 서양인들입니다- 술에 취해 우르르 몰려다니며 라운지 바를 들락거립니다. 그때마다 저는 연신 잔을 부딪힙니다. DJ 빈센트의 선곡이 아주 멋집니다. 저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을 보내고 전화도 해봅니다. 한국은 홍콩보다 1시간이 빠르니, 그들은 이미 신년을 맞이했습니다. 한국은 2022년에, 그리고 홍콩은 2021년에 머물러 있습니다. 1시간의 차이가 이렇게 신기하게 와닿습니다. 그래서 2021년의 제가 2022년의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기혁 형이 센트럴 고층빌딩 어딘가에서 신년 폭죽 행사를 촬영해서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요즘 촬영하려는 의지가 부족해서인지, 중요한 장면을 자주 놓치는 경우가 많네요. 여하튼 저는 홍콩인들과 함께 신나게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마무리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빈센트의 친구들은 연신 샴페인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돋우었습니다. 저는 어느 정도 리듬을 타고 놀다가,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빈센트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스튜디오 31>을 빠져나왔습니다. 적어도 한 군데 정도는 더 방문하고 오늘을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언 페어리>에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약간 다른 음악과 분위기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신년 인사를 나누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1시간 연장된 지하철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아이언 페어리>에서 클러버들과 즐기다가 새벽 2시 가까이 되어 센트럴 역으로 향했습니다. 란콰이펑은 여전히 축제 분위기였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지하철이 끊기고 난 뒤까지 머물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홍콩에서 1년을 머물면서 춘하추동을 다 경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귀중한 경험의 기회를 주신 홍콩시티대학 측에 감사드리며, 2022년도 또 다양한 홍콩 경험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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